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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등어 Oct 10. 2016

나침반 이야기

교환 42일 차 잡담


골동품 가게서 만난 

나침반과 망원경, 그리고 시계


  부모님이 네덜란드에 오셨다. 이웃나라 독일에 볼 일이 있어 겸사겸사.. 3일 간 네덜란드도 구경하고 벨기에도 가보고 싶다는 목표 덕에 벨기에는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었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는 큰 쇼핑 거리가 하나 있는데, 그 거리를 거닐 던 중 유리창 너머로 비행기 모형를 발견. 자연스레 발길을 옮기니 고풍스러워 보이는 장식품들이 보인다. 그 가운데 보이는 오래되어 보이는 나침반, 망원경, 그리고 시계.

  저 셋이 담겨있는 사진을 다시 보며 오늘의 주저리주저리를 끄적끄적.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나는 어디, 나는 어디로'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가던 뒤로 가던 드러눕던 할 테니까.

  육지에 살던 인간 눈에는 보이는 게 많았다. 나무에 끼는 이끼는 꼭 북쪽에 생겼고 남산은 남쪽에 있었으며 물소는 물에 들소는 들에. 덕분에 인간은 꽤 먼 거리를 이동하며 역사를 써 나갈 수 있었다. 물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었던 만큼 길 가다 호랑이한테 먹힐 수도 있으니 육지 이동도 퍽 위험한 일이긴 하다. 그러나, 대단한 집념인지 욕심인지를 지닌 인간은 한 술 더 떠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기 시작했다. 문제는 망망대해에는 출렁이는 바다, 변덕스러운 하늘 밖에는 딱히 보이는 게 없다는 것.

배모형에 비행기 모형이라니... 취향헤드샷

Navigation & 

Avionics


  나침반, 망원경은 사실 굉장히 단순하고, 미미한 신호만을 전달한다. 배가 출렁이면 나침반은 빙글빙글 돌았고, 망원경? 구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쓸모가 없었다. 허나 돈 벌겠다는 일념 하에 수많은 목숨이 희생되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항해해왔던 역사가 너무나 선명하게 남아있다. 돈이 뭐라고.. 그럼에도 이 둘만 가지고 시작했던 닝겐의 '나는 어디에' 문제 풀이는 하늘을 날 때도 계속되었으며 이제 지구를 떠나 은하 단위로 확장되고 있다.
  하늘에서 길 찾기도 결국 바다를 항해하는 것에서 깨달은 지혜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항공 항법, 계기와 관련된 공부를 하며 접하는 항해 이야기를 통해 배우는 것은 "인간의 잔머리가, 집념이 참 대단하구나"라는 것. 아무것도 없어 보여도 살겠다고 생각해 낸 기발한 생각들, 상상력, 그리고 죽음과 생존의 이야기들.

  여행 중 낡은 나침반과 망원경을 보았다. 실제로 쓰인 것은 아니어도 꼭 배와 비행기 모형 옆에 있는 것이, 저 것을 붙들고 살기 위해 없던 가능성을 붙잡고 끌어내던 것이 상상되어, 사람의 집념과 생존력, 그 대단함과 안쓰러움이 보여, 그래서 저 물건들이 어찌나 고귀해 보이던지.


  나중에 나침반, 망원경은 꼭 방 장식품으로 써야겠다 생각.


16.10.4 Belgium, Bruss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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