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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등어 Feb 15. 2017

비행을 바라보는 시선

공돌이의 감성 돋을 수도 있는 비행 이야기 _ Prologue

  난 비행기를 전공하는 공대생.

  교복을 입던 시절부터 비행기를 좋아해왔고, 거기에 혼자 이것저것 글로 끄적여보는 것까지 즐기다 보니 비행 관련 잡글들을 꽤 많이 배출하게 되었다. 이젠 취미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자리잡은 글쓰기. 그런데 문득, 나는 무슨 글들을 왜 쓰고 있는 것인가, 정체성 고민을 하게 되었다.


왜 공개적인 곳에 글을 쓰는 것이고,

왜 비행기에 대해 다루게 된 것일까.

앞으로 어떤 글들을 쓸까.


내가 생각하는 비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비행을 바라보는 시선> 시리즈의 프롤로그편을 시작해본다.




*신화 얘기를 살짝

비행의 상징은

추락의 상징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이카루스(icarus)와 그의 아버지 데이달루스(Daedalus)가 등장한다. 손재주가 좋은 장인인 아버지는 섬에서 탈출하기 위해 새의 깃털을 모아 날개를 만드는데 이 날개는 워낙 예민했다. 날개를 만든 그는 아들 이카루스에게 '태양 가까이 날면 날개가 탈 것이고, 바다에 가까이 날면 풀이 녹을테니 주의해라'라는 충고를 하지만, 하늘을 날아보는 느낌에 소울을 주체하지 못한 이카루스는 과욕을 부려 하늘 높이 올라갔고, 결국 바다에 추락했다.


  하늘을 날았으나 과욕으로 그의 이름을 딴 이카리아 바다에 추락한 이 비운의 인물. 이카루스는 결국 인간의 욕심과 그런 인간의 추락을 상징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추락과 욕심의 상징 이카루스는 비행의 상징으로도 많이 쓰인다. 어쩌면 인간이 하늘을 탐내왔던 역사가 욕심과 추락으로 얼룩져있기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이카루스의 행동은 욕망을 향한 '도전'이기도 하다. 도전이라는 글자 앞에 '무모한'이 슬쩍 지워진 듯한 느낌이 들지만 뭐, 무모한 도전 정신이 곧 비행이었다 해도 크게 무리는 없어보인다. 사람은 날고자 하는 '욕망'을 바탕으로 '무모한' 도전을 해왔으며 수많은 '추락'을 경험했으니까.


어쩐지 아버지는 내가 핸들을 잡으면 긴장하시더라니.


인류가 날아온 시간

100년


  욕망. 무모함. 도전. 추락.

  욕망으로 인한 무모한 도전의 결과가 추락인 것이 비행이라면, 비행은 어리석음의 상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막말로 자살행위일 뿐. 하지만 지금은 비행을 못하는 것이 오히려 뉴스거리인 세상이다. 하늘에 뜨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비행기에 오르내리고, 여행을 가기 위해 태평양을 건넌다는 말은 더 이상 사활을 건 도전이 아니다. 높이 난다는 무모한 발상이 글쎄, 이제 당연하다 못해 편리한 지경에 이르렀다.


  인류가 처음으로 비행한 사건이라 하면 라이트 형제를 떠올리곤 한다. 나무와 천으로 만들어진 이 1인용 '비행체'는 12초간 약 35m 정도를 날았다는데, 지금의 비행기들이 음속을 논하고, 수천 km를 비행하는 것에 비하면 미미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 라이트 형제의 첫비행이 1903년도에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비행을 당연시 여기는 이 시대까지 오는 데 100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라이트 형제의 첫비행 43년 뒤 인간은 음속을 돌파했고, 66년 뒤 달에 착륙했다. 그리고 91년 뒤 내가 태어났다(중요 사건)


  '나는 게 가능하기는 한가?' 라는 생각을 100년 정도 전의 인류가 하던 것이라면, 비행의 발전 정도와 발전 속도 둘 다 솔직히 좀 놀라운 것은 사실이다.


공돌이의 노트 #1
  라이트 형제 이전에도 글라이더 등을 타고 하늘을 비행한 사람은 있었다. 단, 최초의 지속 가능한 동력 비행을 했다는 점을 들어 실질적인 비행의 시초로 인정받고 있다.




  비행은 그 어떤 기술보다 가장 짧은 시간 안에, 가장 큰 폭으로 발전한 분야다. 이제 이카루스가 비행의 상징이 된 것을 다시 보면 그가 상징하던 '욕망', '무모함', '추락' 이라는 단어 주변에는 암묵적인 수식어들이 붙어있는 듯 보인다.


(과거 신의 공간이었던 하늘을 감히 꿈꾸는) 욕망 

(불가능한 것에 도전하는) 무모함

추락(에 굴하지 않는 의지)


  겉으로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문구들이지만, 인류의 입장에서는 그 '어리석음'이 자연을 정복시킨 '위대함'이라는 거만한 생각으로 충분히 이어질 수 있다. 어쩌면 이카루스가 비행의 상징이 된 것은 겸손의 표현으로 은근히 자랑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잔머리의 향연

비행 속 다양한 이야기


  1900년대를 기점으로 인류는 전체 역사상 가장 빠른 발전 속도를 기록했다 하니, 1903년이 시작이었던 비행은 인간과 고속 발전 시기를 함께한 개념이 되었다. 타이밍이 이렇다 보니 비행 속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지식, 삶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녹아들었다. 물론 비행은 1900년대 초반 전쟁통에 빠르게 발전했던 면이 있기에 공학스러운 이야기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중반 이후 평범한 사람들의 삶 속으로 빠르게 스며들면서 그들의 흔적들도 많이 남아있다.

  나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여행길에 오르기 위해 타는 것이다 보니 우리의 지갑 사정과 관련한 이야기도 있고, 높은 하늘을 잠옷만 입고도 날기 위해 사람의 신체와 관련된 고뇌의 흔적도 있다. 또, 안타까운 사고들을 경험하면서 사람의 피로와 실수에 대해 고민한 적도 있고, 폭등하는 유가 때문에 기름값을 아끼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는 일도 부지기수였을 것이다. 어느 날 바다 속을 유영하는 고래를 보다가 힌트를 얻어 비행을 발전 시킨 사람도 있고, 달과 별을 보며 하늘에서 길을 찾으려 노력하다가 GPS를 쓰는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도 있다.


  우리의 삶 속에서 비행을 찾는 일, 비행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찾는 일은 의외로 쉽다. 또한 각각의 이야기들 속에 들어있는 인류의 천재적 발상, 혹은 잔머리들에 감탄해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렇게 100년의 시간이 흘러, 이제는 우주로 어떻게 싸게 다녀올 지를 고민하며 오늘도 잔머리를 굴리는 여러 사람들 속에 살고 있다.


첫 비행 100년 뒤, 사람들은 알루미늄 깡통을 타고 날아다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보고있나 라이트 형제?


  비행기를 보고 '첨단 기술의 집약체'라고 흔히들 말한다. 그런데, '첨단 기술'이 비단 공학적인 technique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사람들의 수많은 고뇌, 경험, 잔머리, 욕망들의 집약체일 것이고, 그렇기에 비행기를 들여다보면, 재밌는 이야기가 꽤 많이 숨어있을 것만 같아보인다.


가장 빠른 발전의 시기에,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숨어있는 비행.

그래서 내가 비행기에 관심이 많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비행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


  항해 역사의 흔적부터 오늘날 유가와 관련된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찾아볼 수 있는 비행이라 여겨왔지만, 생각보다 이런 이야기들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사람들 기억 속에서 기록되지 않고 잊혀진 것들도 있고, 너무 어려운 표현 뒤에 숨어있기도 하며, 종종 너무 공학스러운 면만 강조된 나머지 '이과 망했으면' 컨텐츠의 형태로 관심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기도 했다. 양력으로 시작해 양력으로 끝나기가 부지기수, 비행기 하면 더 다양한 것을 떠올리기 힘들다는 사실은 좀 슬프게 다가왔다.

  한국인을 소개할 때 '김치'로 시작하면 식상하다고 했던가. 난 비행기를 소개할 때 '양력'으로 시작하지 않고, 이제껏 비행을 바라보는 방법에서 떠나 좀 더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해보기로 결심했다.


  공돌공돌한 이론 뒤에 숨어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들. 비행기라는 언어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야기해보는 글들을 끄적여볼 예정이다. 공학적 이야기부터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까지, 이 세상 고3 과외순이와 과외돌이들을 항공과로 유혹한다 생각하며 우리의 삶에서 출발해서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노력하다 보면 그래도 읽을 만한 글들이 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아는 건 쥐뿔도 없으니 이 또한 무모한 도전이 되겠으나

비행기도 그렇게 떴으니까.


나의 글들이 여러 번 추락하더라도 도와주시길 바라며,

<비행을 바라보는 시선>

연재 시작.



배너 사진 출처
-내 카메라
플라이어1호 사진 출처
www.chahongardor.com
기타 사진 출처
-jetphoto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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