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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다람쥐 Nov 06. 2024

어디서든 외롭지 않은 건 바로

어슬렁 동네 새, 나무, 동물 관찰 덕분에...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 어슬렁어슬렁 발걸음 속도가 느려집니다. 가까이에서 새소리가 들리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주변에 있는데 잘 보이지 않아요. 멈춰 서서 귀를 쫑긋, 어느 방향인지 다시 한번 레이더를 돌려봅니다. 나무속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사랑한다고 외치기도 하고, 위험하다고 경고를 보내기도 합니다. 그러다 사라져 버리는 새. 그러다 갑자기 나타나는 새!


한국에 있을 때도 홀연히 사라졌다가 어느샌가 눈앞에 와주는 새를 사진에 담고, 새에 대한 글을 쓴 덕분에 외롭지 않았습니다. 미국에 와서도 저 높은 나무에서 들리는 노랫소리만 듣다가 운 좋은 날 그 주인공을 발견하면 "와!" 환호와 미소가 퍼집니다.


처음 온 도시 캘리포니아 패서디나(Pasadena), 아는 사람이 전혀 없을 때에도 동네에서 만나는 새, 다람쥐, 도마뱀, 코요테를 관찰하며 외로움을 느낄 겨를이 없었습니다. 한국과 다른 새를 발견하는 것도 재밌었고, 도토리를 먹는 귀여운 다람쥐를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것도 일상의 설렘이었습니다. 차도를 건너가고 대학가를 누비는 코요테는 어쩐지 무섭기도 하고 깜짝 놀라며 정신이 바짝 들게 합니다.


숲해설가 전문 과정을 수료하면서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별일 없는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새 한 마리, 새싹 하나, 꽃 한 송이의 소중함을 그전엔 몰랐습니다. 외로움이 가까이 오면 밖으로 나갑니다. 살아있는 자연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다 보면 외로움은 어느새 저만치 떠나가있습니다. 사람만 사는 세상이 아니었음을, 대자연 속 모든 생명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깨닫고 크고 작은 생명이 보여주는 살아가는 힘을 듬뿍 얻습니다.  


잠시 동네에서 발걸음을 멈춰보세요. 발이 닿는 땅과 풀, 눈높이의 나무, 고개 들어 볼 수 있는 새, 하늘, 구름, 해. 형형색색의 다채로운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오늘 만난 새와 동물과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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