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급식, 도시락 고민
미국 오기 전에 도시락 때문에 머리가 아팠어요. 미국살이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인스타에 도시락 싸는 이야기가 많았거든요. 매일 뭘 싸주지, 도시락 통은 어떤 걸 사야 하나 등등 사소한 듯 아닌 듯한 도시락! 일 년 동안 어떻게 했냐면요?
아주 간단하거나, 안 가져가거나!

1. 빨리 먹고 친구들이랑 놀 거야!
패서디나는 일 년 내내 햇살 가득하고 비도 겨울에 조금 올뿐 화창합니다. 한 겨울이라고 해도 오전에는 10도 정도, 오후에는 20도 안팎이었고, 여름엔 20도에서 40도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해요. 그래서인지 급식을 야외 테이블에서 먹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선생님이 데리러 올 때까지 신나게 뛰어놀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점심을 빨리 먹고 노는 게 너무 재밌다고 했어요. 학부모 자원봉사로 지켜보니 대부분 얼른 허기만 채우고 운동장, 놀이터에서 노느라 바빴습니다.
친구들하고 더 많이 놀아야 해!
빨리 먹고 놀 거야!
2. 학교 급식 : 교육구 홈페이지에 메뉴 공지(https://www.pusd.us/departments/food-nutrition-services/menu)
학교 급식으로 어떤 음식이 나오는지 궁금했어요. 교육구 홈페이지에 보니 교육구 내 유, 초, 중, 고등학교 아침, 점심, 저녁 메뉴가 매달 업데이트 되었어요. 패서디나 교육구는 식사가 무상 제공되었습니다.
2-1. 아침 : 시리얼, 우유, 빵, 과일이 나왔고, 아침 8시 30분 전에 도착하면 먹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우유는 흰 우유, 딸기우유, 저지방 우유 등 종류별로 매일 나왔습니다.
2-2. 점심 : 햄버거, 피자, 파스타, 부리또, 치킨 등 메인 메뉴 한 가지와 야채, 과일이 나왔어요.
2-3. 저녁 :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제공되는데 샌드위치, 피자, 과일, 야채, 우유, 아침 식사와 비슷합니다.
도시락 그것이 문제로다!
개학 첫날은 어떤 상황인지 전혀 모르니 도시락통을 준비했습니다. 어떤 걸 가져가야 하나 하다가 아이들이 원하는 걸로 재료를 준비해 두고 아침에 스스로 챙겨가게 했어요.
1. 도시락통 : 약 5달러 내에서 구매 가능
칸 나눠진 도시락 통, 미국 마트 어디서든 찾을 수 있어요. 아마존에도 많고요. 비싼 거 사려면 얼마든지 비싼 게 있지만 5달러 도시락 통 정도면 충분합니다.
2. 지퍼백에 담아 가기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나니 아이들이 지퍼백을 찾았습니다. 지퍼백에 간단히 가져오는 친구들이 많대요. 나초 과자, 누룽지, 초콜릿, 오이 등 한 두 가지만 챙겨가는 날이 많았습니다.
3. 마트에서 사는 도시락 런처블스
Lunchables를 친구들이 가져온다고 해서 사봤어요. 가격은 $1.99였고 주로 크래커, 치즈, 햄이 들어있습니다. 내용물이 조금 더 많이 들어있는 것, 적게 들어있는 것 등 다양했어요. 재료를 차곡차곡 햄버거처럼 쌓아 먹는 재미가 쏠쏠한가 봅니다.
밥, 국, 반찬이 기본인 우리에게 이 과자, 치즈, 햄 몇 조각이 밥인가 싶은데 ^^; 3대 영양소가 다 들어 있습니다 ㅎㅎ 크래커는 탄수화물, 치즈와 햄은 단백질과 지방 ㅋㅋ 집밥과는 비교가 안되지만 재밌게 한 끼 먹는 것도 추억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점심시간뿐만 아니라 중간 놀이(Recess) 시간에도 간식을 먹을 수 있어서 그때 먹기도 한대요.
아이들이 다닌 학교는 유치원 TK, Kinder, 초등학교 1학년부터 5학년, 중학교 6학년부터 8학년이 함께 있었습니다. 유치원은 약 10분 먼저 하교하고, 초등학생, 중학생은 같은 시간에 끝났어요. 월요일은 1시 30분,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3시 10분에 우르르 몰려나옵니다.
어떤 날은 노느라 바빠서 가져간 것도 거의 안 먹고 "배고파!" 하는 날도 있었고, 어떤 날은 급식이 맛있어서 두 번 먹었다고 하기도 했어요. 배고픈 날은 집에 가서 간식 챙겨주거나, 저녁을 조금 일찍 먹었습니다.
미국 아이들은 김을 밥이랑 먹는 게 아니라 그냥 먹는 경우가 많았고, 잼 바른 식빵, 과일, 야채 등 간단하게 가져왔어요. 날씨가 조금 쌀쌀해질 때는 수프를 보온통에 가져오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근데 미국 엄마들도 "애들이 도시락 싸줘도 안 먹고 오네!!!" 하더라고요. 노는 게 먹는 것보다 재밌을 테니까요!
히스패닉 아이들이 많은 학교라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학교에서 아주 열렬히 유행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타키스입니다. 돌돌 말린 나초칩에 시고 맵고 짠 분말 가득 뿌린 타키스, 물감을 뿌린 듯한 강렬한 색의 과자가 대유행이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마라 소스가 유행한 것처럼요.
타힌소스(Tajin)도 히스패닉 아이들은 입에 달고 살았는데 고춧가루에 라임맛이 섞인, 시고 짜고 매운 가루예요. 공원에 과일 파는 사람들도 라임 하나 짜서 즙과 함께 이 가루를 과일에 양껏 뿌려줘요. 수박에 뿌려먹으면 맛있긴 해요 ^^;
학교 분위기마다 급식, 도시락 분위기도 다르겠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도시락을 싸게 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엄마가 매번 메뉴 생각하는 게 힘든 것도 알게 되고, 자기 자신이 뭘 원하는지 생각하는 기회가 되며, 직접 도시락을 준비하면서 "내가 해냈어!" 하는 자신감도 키워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