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하다
오늘은 2025년 7월 30일.
중복이다.
중복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중간정도 더워야 하는데 조상님들께서 착각하셨나 보다.
폭염이 나를 괴롭힌다.
마을버스를 운전해 보지 않은 본 사람은 모른다.
얼마나 더운지.
에어컨 바람이 운전석 위에서 나오지만, 마을버스 주유구를 통해 가득 채워진 기름의 양을 한도로 하루를 달려야 하기에 시원하게 틀수가 없다.
중간에 기름이 떨어져 버스가 멈춘다면 버스 견인비는 내가 내야하니 더 조심스럽다.
게다가 마을버스 차량은 연식이 오래된 버스가 많아 출력이 떨어지고 바람도 영 시원하지가 않다.
버스기사들은 한번 운행하는 것을 ‘한 탕’ 이라고 한다.
나는 하루에 40분 코스 15탕을 운행해야 하는데. 아침 6시 반에 나와 집에 돌아가면 새벽 2시 반이다.
중간 중간 쉬는 시간이 있는데, 어디 갈수도 없고, 마땅히 쉴 공간도 없어서 버스 안에서 시간을 보내면 어느새 온 몸이 땀으로 샤워를 한다.
이런 일과를 하루 일하고 다음날 쉬고, 다시 일하는 방식인데, 쉽지가 않다.
어느 높으신 분께서 서울의 마을버스 운행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씀하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매우 행복하다.
내 나이 만 55세.
재작년 말 사정이 어려워지는 사회복지시설 사무국장직을 마지막으로 사무직으로 버텨온 나의 유통기한이 끝나 버렸다.
아무리 이력서를 돌려도 입질이 없다.
지게차도 배우고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쉽지가 않다.
‘이제 끝인가 보다’
그간 28년 무사고 경력의 운전 실력이 갑자기 생각났고, 여러 우여곡절 끝에 마을버스 기사로 취업하게 되었다.
버스회사 식당 밥 대신 먹으라고 가끔 아내가 도시락을 싸주곤 한다.
아내는 여전히 나를 사랑하는가 보다.
그리고 상냥한 미소로 나에게 이야기한다.
‘70세까지 돈 벌어와~’
헉.
아내의 도시락 속엔 사랑만 있는건 아닌가보다.
이렇게 깊은 뜻이 담겨 있다니...
앞으로 15년만 더 벌어 상납하면 이제 내 힘든 노동도 끝이다.
난 자유다.
우리 부부는 결코 달리기를 하지않는다.
그냥 걷는다.
인생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처럼 변화무쌍했으며 전력질주하는 마라톤이었기에.
숨가쁜 인생이었고 앞으로는 좀 나아지려나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ㅎㅎ.
좋아하는 노래 가사처럼
혀끝에 떨어지는 빗물마저 달콤했던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내 아내와 다시 결혼을 할까?
당연히 yes 다.
나는 아내를 여전히 사랑하니까.
그리고 내 인생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익숙한 손길에 이미 길들여졌거든.
시내버스 기사로 승급만 한다면 하트모양 완두콩이 박힌 도시락도 기대해 본다.
나는 행복하다.
숨이 좀 차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