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lyBiochemist Nov 25. 2024

첫 국제학회의 추억

아니 학회에서 욕을 해도 되나? (안 됨)


알츠하이머 병의 경우 환자 뇌내 병변으로 세포 안의 tau와 세포밖의 Abeta 응집현상이 대표적이다. 그러면 뭐가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느냐를 놓고 아주 첨예한 싸움이 있어왔다.


막 박사과정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미국에서 하는 참여했던 알츠하이머 학회는 마치 조선시대 붕당정치처럼 Abeta파와 tau파가 나눠어 싸우는 와중에 Abeta도 어떤 형태-oligomer냐 fibril이냐 oligomer라면 몇 mer냐로 노론 소론이 갈리고 둘 다 중요하다는 탕평파와 사실은 감기 바이러스가 원인이다라는 사문난적들까지 얽혀 아주 치열한 분위기였다.


그 와중 Abeta 특정 올리고머가 원인이다라는 발표를 듣고 있었는데 옆의 할아버지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Thst's bullshit, That's B.U.L.L.S.H.I.T!!!"


아니 내 첫 학회에 하필이면 이런 망측한 할아범이;; 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분노게이지를 끌어올리고 있던 그분은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마자 마이크로 뛰어나가셨다.


이어서 뛰쳐나간 할아버지는 요약하자면 네가 주장하는 그딴 올리고머 같은 건 세상에 없고 니 데이터 개 쓰레기이며 내가 해봤는데 절대 안 되더라 뭐 그런 이야기들을 다다다다 쏟아냈더랬다. 역시 붕당정치는 이렇게 해롭구나. 탕평책이 절실하다... 하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하지만 조용히 팝콘잼 싸움 구경을 했다.


이 이야기에는 후일담이 있는데 이때 쌍욕을 먹었던 Abeta 56 kDa oligomer는 이후 조작시비가 걸렸고, 그래서 당시 1 저자는 지금 일단 교수직에서 직위해제, 교신저자는 반박논문을 냈으나 받아주는 곳이 iSience같은 급(?)이 낮은 저널정도인 상황이다. 그렇다. 급발진을 하는 사람이 맞았던 것이었다!! (이왜진?)


이야기 한 것 같은 극단적인 경우는 아주 드물지만 예의의 탈을 쓰고 서로 설전을 주고 받는 경우는 아주 흔하다. 암튼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쌍욕으로 시동 걸고 급발진 후 거칠게 다다다다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니 꼭 예의를 갖춰서 합시다! 끝!!

작가의 이전글 어떤 미국 랩의 포닥 면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