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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daddy Apr 10. 2024

잘 가세요

아버지를 보내며

당신의 어린 소년은 어떤 아이였나요?

당신의 아버지는 어떠한 아버지였나요?

당신에게도 꿈이 있었나요?

당신은 당신을 사랑했나요?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 그것이 가능할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건 그 사람이 일평생 관계를 맺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 사람이 수없이 행한 행동의 조각들을 모아 그리는 커다란 벽화와 같을 테죠. 


당신이 마지막으로 소리 없는 작별을 세상에 고한 오늘, 난 당신의 어린 시절이 궁금합니다. 당신은 자신에 대한 어떤 글도 남기지 않았죠. 흔한 일기조차 쓰지 않았죠. 당신의 기록이 없어 당신에 대한 연민의 근거가 부족합니다. 그땐 누구나 그랬지라고 하는 말들. 그건 그저 관심 없다는 표현, 쉬이 잊힐 사람이란 또 다른 말일뿐입니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 당신이 뱉은 말들, 행동들이 빛바래어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내 마음의 집에 있던 여러 방에서 제법 큰 자리를 차지하던 그 방은 끊임없이 크기를 줄이고 문을 열지도 않아 이제는 조그만 다용도실 공간보다 못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당신의 방은 내 마음의 집 안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으니 외면할 수도 없네요. 언젠가 나 또한 세상을 떠날 때 나의 집과 함께 그 방은 사라지겠죠. 


나의 아이들도 나의 어린 시절을 궁금해할 때가 오겠죠. 

글을 남겨야겠어요. 수많은 이야기와 소문에 내 마음이 왜곡되고 내 삶이 멋대로 각색되지 않게요.


우리는 우리 안에 선함이 있음을 증명해야만 하는 존재, 그래야 비로소 사람입니다. 삶을 살아내는 존재. 사람이라는 말은 그런 삶의 무게를 지고 가는 것이겠죠.


당신은 당신에게, 가족에게, 친구에게, 이웃에게, 당신과 인연의 실을 맺은 모든 이들에게 그런 ‘사람’이길 희망한 적인 있나요? 단 한 번이라도 있었길 믿어봅니다. 그 순간의 기억만 안고 영원한 안식을 얻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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