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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 Sep 25. 2021

남북 신통상

변호사,정부 정책자문위원의 경험을토대로 한남북관계

 변호사로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 자문위원 및 대북사업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법'의 관점에서 남북관계를 바라본 책입니다. 비교적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실질적인 부분들에 대해 객관적인 글이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분야별 전문가들이 쓴 북한에 대한 글은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유일하게 육로를 맞대고 있는 곳이지만 제대로 가 볼 수 없고, 제대로 그곳을 들여다보기에는 다양한 제약이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보다도 시야가 좁을 수밖에 없죠. 이 책도 저자분께서 경험하신 일부 사례에 한정되어 논리가 전개되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는 부분도 보입니다.


 아무래도 글로 적힌 법을 연구하시는 분이어서 그런지 이상적이고 이론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보입니다. '법치'가 발전하면 상호 교류와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것은 맞는 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여러 가지 요소 중에 하나일 뿐 이것이 충분조건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법치가 제대로 서있다고 하더라도, 관영매체를 통해 모두가 알만한 권위 있는 사람이 이름 석자를 걸고서 욕을 섞어서 상대방을 비난하는 집단을 신뢰할 수 있지 의문입니다. 


 책의 많은 부분에서 개성공단이 가지는 의미, 성과, 그리고 보수정권으로 인해 중단되어 도달하지 못한 종착점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잘 운영이 되었다면 어떤 부분에서는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협력은 경제협력대로 따로, 핵실험은 핵실험대로 따로 상대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원하는 선택지를 아무 때나 잡는 집단을 상대로 이런 협력이 계속적으로 가능했을지가 먼저 의문이 듭니다. 그러고 보니 북한이 개성공단 공동 연락사무소를 모두가 보는 앞에서 폭파한지도 1년이 넘었습니다. 


 직접 참여하셨던 협동농장의 사례를 통해서 북한의 법치 여건을 신장시킬 수 있는 방법과, 이를 통한 한반도 상황 개선에 대한 방향성도 신선한 부분이었습니다. 많은 책들이 정치체제, 이념적인 면에서, 또는 외교나 국방적인 차원에서 남북의 관계 개선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곤 합니다. 이 책은 북한 내부에 '법'이라는 기준을 작동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이야기하고 있는 법의 상당 부분이 '개인의 노력과 그를 통해 일군 재산에 대한 권리 보호'에 대한 부분인데, 이게 일부 제한적인 테스트베드 성격의 시범식 사업이 아닌 전체 북한 정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북한 내부적으로 사상적인 강화를 지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법'의 영역이 아닌 '경제체제'에 대한 부분이 과연 정권의 결심과 같은 Top-Down식이 아닌 제도의 확산과 같은 Bottom-Up 방식으로 가능할지 의문이 듭니다.


 북한에 대한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각 분야별 전문가의 의견들에서 교집합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다들 볼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고 다르다 보니 서로 공통적인 의견을 갖기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장님들이 코끼리 여기저기를 만지고 있는 것 같달까요. 이 쪽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책을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27. 포전 담당책임제는 가족 단위가 기본이 되어 포전을 맡아 농사를 짓는 것을 말한다. 포전이란 농작물을 심고 가꾸는 경작지로, 다른 농지와 구분하여 관리하는 곳이다. 가족이 수확한 식량은 정한 비율에 따라 국가에 제공하고 나머지는 농가가 갖는다. 농가는 더 많이 수확하면 그만큼 더 많은 여유 식량을 시장에서 팔 수 있다. 시장과 연계하면서 농민들의 적극성과 노동 효율성이 두드러지게 높았다.


35. 토지이용권이 북한에서 제 몸을 가지고 법전 밖의 현실 세계로 나와 서게 된 곳이 개성공단이다. 북측은 개성공단에서 토지이용권의 실제 쓰임새를 실험하고 이해했다. 그리고 전면적으로 경제개발에 활용하였다. 토지이용권이 인민이 사는 거리에, 삶의 일상에 등장하였다.


51. 실리 경제가 발전할수록, 법치의 요구가 터져 나온다. 재산권이 보장되어야 안심하고 장사를 할 수 있다. 거주와 이전의 자유가 있어야 돈이 되는 장소로 달려갈 수 있다. 신체의 자유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는 핵무기로도 누를 수 없는 요구이다.


59.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제재 속의 북한 경제, 밀어서 잠금해제'에서 대북제재는 북한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주었으나, 북한은 장기간 버틸 수 있는 자체 발전 동력을 확보하였다고 분석하였다.


60. 국제관계학 학자인 아놀드 울퍼스의 정의를 빌리면, 안보는 외부에는 사회 가치를 위협하는 사람이 없고, 안에는 그러한 가치가 공격당할까 두려워하는 사람이 없는 상태이다. 사회 가치에 대한 증오와 공포를 없앨 때, 자주를 지킬 수 있다. 군사주의의 모순은 증오와 공포를 없앨 수 없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 개발은 오히려 아시아에서 핵무장 경쟁의 불을 댕길 것이다.


75.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는 금강산 국제관 광특 구보다 더 북쪽에 있다. 인구 35만 명의 항구도시 원산시를 중심으로 한다. 금강산, 해금강, 석왕사, 명사십리 해수욕장, 총석정 동정호 등 생태환경조건과 갈마 비행장, 마식령 스키장, 송도원 국제소년단 야영소 등 다양한 휴양문화시설들이 결합된 국제휴양관광지구이다.


90. 그러나 법전의 단어가 곧 현실은 아니다. 북한은 이동의 자유와 여행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인민보안 단속법'은 인민보안원이 하는 억류에 최소한의 체포영장제도마저 적용하지 않는다. '법질서를 어긴 자'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의 경찰에 해당하는 인민보안소가 체포영장 없이도 3일을, 시 인민보안서는 10일까지 억류할 수 있다.


102. 두려움은 외부에서 오지 않는다. 안에서 만들어지고, 내부에서 자란다. (중략) 표현과 사상을 억압하면 공포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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