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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 Sep 25. 2021

아, 단단히 끼였다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을 때, 울고 싶은 마음으로 읽은 글

 어느 정도 사회생활이 쌓인, 30대 후반이나 40대를 위한 힐링 서적입니다. '나만 이런 생각 하는 게 아니구나', '나만 힘든 것이 아니구나', '다들 비슷하구나', '내 문제가 아니고 회사가 문제구나' 이런 공감을 느끼면서, 책을 읽는 시간 동안 회사에서도, 가족에게도 편하게 하지 못했던 머릿속 고민거리와 푸념들을 잠시 꺼내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물론 위로는 한 때 X세대였던 분들과 그 윗분들, 아래로는 MZ세대들 사이에 잔뜩 끼어 있는 지금 이 사회 중간 세대의 고민들이 책 한 권을 읽는다고 해결되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에, 책 장을 덮으면 다시 눈가에 촉촉이 맺힌 수분을 닦아내고 어디 한 군데 하소연할 데 없는 가혹한 현실로 돌아와야 합니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세대나, 경험이 없는 젊은이들을 위한 힐링 서적은 많습니다. 일단 뭉뚱그려 표현한 기성세대가, 회사가, 조직이, 나아가 사회 전체가 절대 악으로 표현되고 소중한 나를 착취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오늘 읽은 이 책도 사실 회사가, 조직이, 기성세대가 절대 악으로 비친다는 점에서 맥락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금은 그 이유들이 - 서글프게도 - 가슴 한편에 꽂힌다는 점이 다른 책들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차이점이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아, 단단히 끼였다'입니다. 둘 다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끼었다'가 아니라 '끼였다'라는 부분이 눈에 듭니다. 내가 원해서 '끼어'든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어쩌다 보니 '끼여'버린 것을 조금 강조하자 했던 것은 아닐까요.


 이 책은 20~30대 신세대와 50~60대 꼰대 사이에 끼어있는 40대 '낀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기성세대들의 요구를 모두 버텨왔으나, 새로운 세대에 그런 요구를 할 수 없습니다. 지금의 기성세대는 변화가 없다 보니 계속 과거의 방식대로 조직을 운영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세대는 그 방향에 반대합니다. 중간에 끼어버린 세대만 이쪽저쪽으로 치이는 상황입니다.


 저자는 본인의 10년 정도의 회사생활을 바탕으로 이 글을 적었다고 합니다. 특정 조직에 국한된 경험을 바탕으로 적은 글이기 때문에 성급하게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급작스럽게 변해가는 우리 사회를 볼 때, 이 문제는 특정 조직과 집단의 문제가 아닌 나라 전체를 감싸고 있는 세대 변화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기성세대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새로운 세대에게는 당혹스러운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새로운 세대가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기성세대에게는 당돌한 것일 수도 있고요. 두 세대가 알아서 소통하면 좋을 것을, 꼭 중간에 낀 세대가 거쳐져야 합니다. 양쪽의 입장이 다 이해가 되지만, 왜 그 컴플레인을 서로 직접 하거나 듣지 않고 낀 세대가 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낀 세대는 양쪽의 입장을 '이해는'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계속 끼인 채로 오랜 시간 지내다 보면 새로운 세대는 요구할 뿐 감사해하지 않고, 기성세대는 요구할 뿐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에 치여서 중간에 있는 사람들만 지쳐가곤 합니다.


 끼인 세대를 위한 힐링 서적도 있다는 점에는 이 책이 참 반갑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글이 대부분 그렇지만, 한 사람의 시선만을 담고 있기 때문에 주의해서 읽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 책에서 빌런처럼 비추어지는 '의사결정권에 빠르게 도달한 사람'들의 입장은 조금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들이 과연 '절대 악'이기만 할지는 모를 이야기입니다. 이런저런 공감이나 힐링 글들을 보면 어느 정도 자기 합리화와 자기 위안이 깔려있는 글쓰기가 바탕이 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런 글을 쓰면서, 다른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쓰면서, 글을 읽을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글 쓰는 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그 과정에서 본인도 위안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슬픈 사실은 '낀대'라는 것이 결국 언젠가는 - 본인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 누군가에게 '꼰대'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이미 다른 사람들 눈에는 결국 'a kind of' 꼰대이지만, 스스로만 '나는 좀 달라'라고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버티면서 '낀대'라는 말을 굳이 만들어 낸 것 아닐까요. 지금의 꼰대들도 사실 가만히 따져보면 10년 전, 20년 전 꼰대님들과는 꽤 다릅니다. 하지만 시간이, 그리고 또 밀려오는 새로운 세대들의 새로운 문화가 가만히 잘 버티고 있던, 그래도 조금씩 변화했던 그들을 결국 '꼰대' 만들어 버렸으니 말입니다.




7. 이 책은 줄을 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신입 사원도 아니고 임원도 아닌 '끼인 세대' 혹은 '낀대'라 불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언젠가 올 것이라고 여겼지만 이제 막 회사로 들어오고 있는 90년대 생의 이야기도 하니고 한때 성장의 끝자락을 맛본 어르신들의 이야기도 아니다. 허리급이라 불리면서 가치 갈등 속에 하루하루 새로이 적응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목받지 못하면서도 사회에서는 관념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 말이다.


13. 사실 아무도 내게 뭐라 하지 않는데 꼭 누가 뭐라고 하는 것만 같은 위치다. 그래서 상사들과 커피를 마실 때도 후배들과 밥을 먹을 때도 요즘 나는 입을 쉽게 열지 못한다.


18. "팀장님. 집에 늦게 가지 마세요. 어렵게 가르쳐봤자 요즘 고마워하는 애들 몇 명이나 된다고. 그냥 기본만 가르치다가 나중에 프로젝트할 때 빡세가 하면 되죠."


24. '나는 우리 회사가 조금만 더 버텨줬으면 좋겠어. 내가 뭔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말이야. 그런데 지금은 그런 날이 올까 싶다.'


25. 그러나 라인을 잘 잡은 선배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잘 나가서 자기 자리들을 꿰차고 앉아 실무자보다 의사결정자가 더 많은 조직을 만들어 버렸다.


28. 그런데 그러기에는 너무 지쳤다.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과거 본 기억들을 어느 정도는 지워야 가능할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그게 더 무서워진다. 이런 이야기를 회사에서 같이 나눌 사람이 없어진다는 것이 더 큰일이고. 요즘 말수가 줄어든 이유에 이런 것도 포함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입은 닫고 있지만 머리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34. 애플 본사에 다니는 어떤 팀장이 팀원들에게 어떻게 동기부여시키는지 SNS에서 우연히 본 적이 있다. 첫 면담에서 너를 업게에서 유명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겠다고 말한다. 그럴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를 하고 포트폴리오에 남겨지는 단어들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겠다고. 애석하게도 나는 선배들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단지 눈앞의 일이 더 빨리 결과로 이어지도록, 그렇게 쥐어짜기를 요구받았다.


38. 예전보다 더 잦은 주기로 변화를 경험할 것이고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간이 오면 자의든 타의든 사라지겠지.


39. '블랙 기업'이라 불리는 회사에서도 사람들이 살아가고 나름의 정글을 만들어 누군가는 장기근속을 하고 있다. '어둠을 밝히는 등대 같은 회사에서도, 사람을 갈아 넣는다고 불리는 지옥 같은 회사에서도 사람은 살아간다'라고 회사생활 10년 차인 나는 생각한다.


42. 작은 것은 데이터를 통해 부하 직원들을 혼내는 데 쓰지만 정작 데이터가 필요한 큰 의사결정은 경험과 감으로 하고 있다. 너무 큰 일이라 잘못된 것은 아닌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일이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49. 그런데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체력이 순식간에 무너질 줄은 몰랐다.


51. 사실 나는 월요병이 아니라 은퇴병에 걸렸다. 어느 날부터 월요일이 싫은 게 아니라 내일이 싫어졌다. 언제까지 직장인으로 살기에는 체력이 버티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3. 그러다 같은 사람들이 40대 초반을 넘어가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인생에 대한 고찰이 30대보다는 더 묻어 있는 것 같았다. 적응을 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이 흐름을 받아들였다고 봐야 할까. 물론 몇 년 전 그들이 겪은 갈등 상황은 해결되지 않았다. (중략) 이상하게 나도 그냥 이런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몇 년 뒤에는 이 시기도 그냥 지나갈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55. 직장에서 낀대가 되고 체력이 급속하게 고갈되면서 이전보다 더한 변화의 상황에 내몰리게 되었다. 회사와 가정에서 나만의 템포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언제쯤이면 이 역할, 나이에서 여유를 찾게 될까. 나는 꼰대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도 이 템포 속에서 여유를 찾아본 적이 없으니까.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부족했으니 실제 나는 어떤 모습인지 누구에게서 이야기를 들어볼 수도 없었다.


56. 몸이 아프면 오래 데리고 일하기 어려운 람으로 찍힐까 , 새롭게 시키는 일의 데드라인을 맞추지 못하면 느린 사람으로 보일까 , 그저 '어떻게 보일까 ' 숨죽이며 살았다. 불리한 처우도 두말없이 받아들이고 때로는 팀의 다른 동료를 위해 나쁜 평가를 받아들이면서도 볼멘소리   하지 못한 모습을 많이 봐왔다.


67. 끼인 세대들 중에서 회사 생활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조직 내에서 어떤 자리나 비전에 대한 보장을 받지 못한 채 이런 모습으로 하루를 헤쳐나가는 중일 것이다.


73. 학습된 무기력. 현재 대부분의 회사에서 무섭게 번지고 있다.


76. 끼인 세대들에겐 다소 내로남불인 면모가 있다. 회사의 비전이나 정책에 대해 그게 영 적절한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그것을 대놓고 까는 후배들을 보면 어딘가 마음이 좀 불편하다.


81.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군대에서 이상한 것을 배워 와서 군대 문화가 있었다기보다는 모두가 하나의 이름으로 흘러가야 하므로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형태의 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리라.


82. 선배와 후배. 이런 상황에서 이 단어는 힘을 잃어갔다. (중략) 그 위의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이직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 서로가 서로를 아직도 지켜주고 밀어주어야 하지만 젊은 친구들은 그렇지 않았다. (중략) 선배는 일을 미리 해본 사람일 뿐 잘하는 사람은 아닐 수 있다.


83. 하지만 낀대는 조직 내에서 그런 카드를 실질적으로 쥐고 있지 않다. 카드를 위에서 다 쥐고 있기에 그냥 말 이상으로 개개인에게 줄 수 있는 메리트가 없다. 늘 화가 안나는 상황에 사는 것이 아니라 화를 내서 얻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84. 직원의 성장? 정신 상태를 가다듬고 비위 맞출 줄 아는 빠릿빠릿한 자세로 만드는 것이 일하는 데 필요 없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게 정말 일을 잘하는 데 핵심적인 것일까? (중략) 그런 부류의 정신 무장이 실체보다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섬에 갇힌 채 일하면서 마냥 정신 무장만 강조하다니.


85. 그런데 그게 두려워서 조직의 상태를 현재에 머물게 하자는 것인가? 경험상 보통 기술이 없는 사람일수록 이런 말을 하는 경향이 짙다. 나눠줄 기술이 있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성장의 욕구가 있다. 과거에 배운 몇 개의 기술을 내 품에만 끌어안고 그것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아니다. 그 걸로만 먹고살 수 없는 것을 아니까.


87. 내가 배운 대로 과거 선배들의 모습을 반복하는 것으로는 조직 문화를 바꿀 수 없다. 그런 일이 다시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혹시 비판적인 생각이 들더라도 본질이 아니면 그냥 쓱 지나친다. (중략)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몰입해서 함께 더 나은 업무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88. 그래서 5시 30분이 되면 사무실에는 몇 사람 없다. 정확히는 사무실에 남아있는 사원이 몇 없다. 과장부터 그 위에는 대부분 남아있지만.


90.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 안타까운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는 친구들을 보면 그렇게 정시 퇴근하면서 일의 생산성은 왜 회복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선배들처럼 그걸 가지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다만 평가를 결과에 맞게 하면 그만이니까.


92. 이런 말을 할 때 스스로가 조금 싫다. 하지만 해야 한다. 내가 살아남으려면 말이다. 적어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표시는 선배나 후배들 양쪽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


95. 아직 나를 평가하는 사람들은 과거에 있고 우리는 후배들과 선배 사이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면서 조직 내부에 갈등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선배가 되고 싶다가도 여전히 전체주의적 사고를 앞세우는 상사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존재다. 학습된 경험이 그런 거니까. 늘 눈치를 본다.


100. "그런데 이런 거 말하면 적용은 되는 거예요? 또 몇 년 전처럼 그냥 듣고 몇 년 뒤에 다시 이런 거 하는 거 아니죠?"


112. 당장 회사 야유회를 가도 누가 가는지 조직별로 조사하는 메일이 온다. 이렇게 툭툭 치는 펀치를 계속 맞다 보면 나중에는 정신 차리기 힘들 정도로 평정심이 무너진다. 정말 중요한 일을 몰아서 해야 진도가 나가는데 잽을 맞듯이 잡무 관리를 쳐내면 중요한 일을 몰하서 할 겨를이 없다.


113. "내가 왜 이직한 줄 아냐? 계속 파워포인트 문서만 만들다가 어느 날 회사를 그만둘 것 같았거든." (중략) 회사는 실무의 실력자들이 더 발전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실력이 있을수록 실무와는 더 멀어졌고 실무를 못하는 사람일수록 더 오랫동안 실무를 하게 되었다.


121. 눈이 내린 토요일, 짚 앞에 있는 빵집을 걸어가면서 이제 더 이상 허리가 아프지 않음을 알게 되었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거은 무엇일까'하는 질문 앞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답을 찾았던 시간이었다. '나도 편해지고 싶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


123. 조금 편해지기로 마음먹으면 몸도 편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기댓값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131. 길들여진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중략) 누울 자리는 사실 점점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138. 이런 부류의 꼰대가 권력을 차지하면 허풍을 넘어 그 허풍을 주입시키려 한다. (중략) 꼰대는 마치 직원들의 역량을 높이고 사업 아이디어를 제시한다는 명분으로, 자신은 공상에 빠져 있으면서 책임지지 못할 것을 가져오라고 하는 사람이다. 전형적으로 역량과 자원의 개념이 없는 사람이다. 역량을 구축한 적이 없고 남이 만든 역량을 빼서 써보기만 한 사람 말이다.


144.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는 어차피 회사에서 계속 뽑아줄 거니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다면야 이렇게 사는 것도 티 안 나고 문제가 없다는 계산이 서게 되면, 나도 철갑을 몸에 두르고 오늘을 어제처럼 반복된 하루를 살고 있겠지. 회의에 들어가서 아무런 아이디어도 내놓지 않고 가만히 앉아 고개를 끄덕이다가 생각이 깊은 사람처럼 샤프하게 현실을 보라는 취지로 수성을 하면 이미지에 별 타격도 없을 테고 말이다.


145.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과거의 당연한 것들과 싸우고 싶었다. (중략) 하지만 계속 해낼 자신이 없다.


151. 꼰대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이렇게 놓아버리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왜 회사에는 사람을 이해하는 관리자보다 사람의 감정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는 관리자가 더 많을까. 사람에 예민한 사람은 관리자가 못 되었거나 중간에 나가떨어졌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152. 잠깐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공감하는 척했던 게 탄로 났을 뿐이자. '라떼는~'을 소환하면서 예전에 누구 부려 먹은 이야기를 재미있다고 하는 사람에게 처음부터 진심은 없었을 것이다.


157. 개인 심부름을 업무 시간에 시킨다든지 회삿돈으로 숙식을 해결하는 짓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158. "그래도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어. (중략) 사람들에게 용기 주는 말도 하고 호탕하고 그랬는데... (중략) 몇 년 안에 승진이 계속되면서 지금의 자리까지 올랐는데 몇 년 다른 조직에 갔다 오고 나서 보니 사람이 저렇게 되어 있었어. 눈빛이 다르던데. 어떻게 그렇게 되었나 몰라."


162. 결정도 혼자, 보고도 혼자 해야 하는 일도 늘어난다. 관리자가 될수록 외로워진다는 것을 낀대가 되면서 알게 되었다. 지금의 꼰대가 된 그 선배도 외로움이 스스로를 꼰대로 만드는 것임을 그때 알았을 것이다.


176. 내가 일하는 직장을 더 나은 세계로 만드는 꿈같은 것은 사치. 퇴근이나 빨리 할 수 있으면 다행인 세상.


178. 이런 생각은 안 그래도 정신 사나운 현재를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끼인 세대로서 나는 이 지침을 '어떻게 우리 팀원들에게 전달해야 할까'하는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야기를 해야 할까? 나도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활자 그대로 팀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맞을까? 그렇다고 전달마저 하지 않으면 나중에 나는 어떻게 될까? 온갖 생각이 보이지 않는 사무실 이상으로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183. 내일 그만둘 것처럼 일하면 오히려 일이 잘된다.


187. 일 잘하는 것 이상으로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는 사람이었다.


188. 꼰대들이 넘쳐나는 직장에서 이 사람은 후배들에게 술을 권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선배였다. (중략) 그 사람의 모습에서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모습은 항상 존댓말을 쓴다는 것이다.


189. 하지만 조금 생각하더니 나긋한 말투로 "사람이 사람한테 말하는 건데 서로 존대를 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는 대답을 내놓았다. (중략) 비록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마지막 날 함께 찍었던 사진은 아직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다.


198. 비슷한 나이의 팀장이지만 이 시기에는 몇 년 차이로 문화의 차이가 극심하게 드러난다. 나이와 완전히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쌍팔년도에나 일어날 법한 일들이 아직도 직장 곳곳에 남아있다.


200. 꼰대들은 변해버린 직장문화가 애석하다. (중략) 끼인 세대들이 누구인가. 꼰대들이 한창 일할 때 신입 사원이었고 월화수목금금금 문화를 함께 몸으로 막아낸 사원들이며, 회식자리 마지막까지 '부장님, 차장님, 과장님 안녕히 들어가십시오!'하고 말하던 착한 친구들 아닌가.


205. 결국 가족 같은 회사는 직원에게 더 많은 희생과 헌신을 강요한 것 같다.


207. 어느 순간에는 이럴 거면 차라리 불러주는 대로 받아 적는 프로그램을 쓰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208. 그저 하던 일을 반복하며 오퍼레이팅에만 매달리는 팀원도 있었다.


241. 후배들이 유튜브를 알아보고 선배들이 마냥 술만 마시고 있을 때 회사 밖 내 캐릭터 마치 부캐를 키운다는 생각으로 만들어 간다.


244. 그런데 한 번쯤 다르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배우는 것에 더 이상 시간을 쓰지 않기로. 내가 생산자가 되어보는 것으로 전환하는 것 말이다. 책을 쓰는 것은 누가 알아주거나 알아주지 않거나 꾸준히 생산하는 일이다.


251. 늘 쓰고 다니는 그 메모가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떻게 할 것인지 그를 미리 트레이닝시켰기 때문이다.


257. 잠깐 마음을 놓은 사이, 이대로 시간이 흘러가 주길 바라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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