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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 Sep 20. 2021

자본주의, EBS 다큐프라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것 같은 기초지식

 2012년에 방송되었던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내용을 글로 엮어 발간한 책입니다. 기본적으로 다큐멘터리 내용과 다른 것은 없습니다. 내용이 같더라도 영상으로 보는 것은 수동적인 학습이기 때문에 조금 능동적으로 본인이  글자씩 머리에 새겨가면서 보는 책이  나은  같습니다. 벌써 10 가까이  콘텐츠이지만 시장경제, 자본주의, 돈의 흐름이라는 것의 본질이 바뀌지 않은 이상 지금 보아도 전혀 무방한 내용입니다.



 책은 돈과 물가, 빚 등의 개념을 바탕으로 자본주의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면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서 우리가 필연적으로 접하게 되는 금융상품에 대해서 살펴보고, 자본주의의 필수요소 중의 하나인 소비에 대한 챕터로 구성됩니다. 이후 책의 마무리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자본주의 위기와 이를 해결했던 석학들의 이론을 간략히 훑어본 뒤, 복지 자본주의에 대한 짤막한 챕터로 이어집니다.


 아무래도 책으로 시작한 콘텐츠가 아니라 방송으로 시작한 콘텐츠이다 보니, 글로 읽기에는 조금 자극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영상으로는 쉽게 쉽게 설명하는 것 같다고 했던 부분들이 좀 장황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전체적으로 쉽게 엮인 글이지만, 그래도 신경을 쓰고 차근차근 읽어야 합니다. 시장경제,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해서는 다른 경제학 서적들과 비슷하게 비교적 중립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금융상품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적인 관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리서치 된 자료들도 다 그런 쪽으로 치우쳐져 있고요. 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 대중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의도 정도로 이해가 됩니다.



 소비에 대한 챕터에서는 전에 읽었던 '댄 애리얼리'의 '부의 감각 Dollars and Sense'의 많은 부분이 떠올랐습니다. 이 EBS 책은 방송되었던 내용을 책으로 엮다 보니 한정된 지면에 많은 내용을 충분히 싣고 있지는 않습니다. 방송 영상 캡처도 상당히 많이 들어있다 보니 이 책으로는 '어느 정도 감'은 잡을 수 있겠지만, '원하는 지식'을 얻기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에 대한 조금 더 깊은 이야기가 필요하신 분들은 방금 언급했던 '부의 감각'을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책이 절반을 넘어 마무리로 접어들면 Sin/Cos 곡선처럼 흥망을 반복해왔던 자본주의의 위기와 이를 극복했던 경제학자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재미있는 것은 마르크스에 대한 이야기가 꽤나 묵직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점이었습니다. 굳이 찾아보지 않는 한, 대중들을 위한 가벼운 경제서적, 재테크 서적에서 그의 이름이 그리 자주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죠. 그 외에도 케인스, 하이에크 등 굳이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대입시험을 준비하면서 한두 번 들어보았을 법한 분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읽었던 '부의 인문학'이라는 책이 이 부분에 대한 지식을 더 쉽고 더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EBS 서적은, 아무래도 의도를 가지고 한정된 시간에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방송이 기반된 콘텐츠이다 보니 글로 읽기 잘 정리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이 책의 주제는 마지막 장이지 않을까요. 복지 자본주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돈을 잘 모으고, 벌고 싶은 보통 사람들을 위한 경제, 재테크 서적에는 이런 내용은 담겨있지 않습니다. EBS에서 만든 다큐멘터리 콘텐츠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결론으로 들어있지 않을까요. 복지 자체가 부의 재분배라거나, 퍼주기가 아니라, 이를 통해 전체적인 사회 수준이 올라가야 추가적인 사회적 비용이 줄어든다는 논리였습니다. 상당 부분 공감도 되었고, 이런 철학이 정계, 재계, 학계 등에서 담론으로 다루어지고 사회적 논의롤 통해 공론화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내 손에 얼마의 지원금을 쥐어주는 사람을 향해 표를 던지겠다는 사람들과, 표만 던져준다면 재정 건전성과 무관하게 무조건 지원하겠다는 매표 포퓰리즘이 극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의 시기에, 과연 미래를 내다보고 지금의 투자를 감당할 만한 국민과 지도자가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마지막 5장의 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1~3장의 내용은 중교고에서 가르쳐야 할 내용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시장경제 체제 안에서 살면서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밖에 없고, 내 신용을 바탕으로 빚도 져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합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경제 단위로서 살아가는데 이런 내용을 모르고 산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않을까요.




18. 자본주의 세상의 현실에서는 절대로 물가가 내려갈 수 없다.


21. 물가가 계속해소 오르는 비밀은 바로 돈의 양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23. 따라서 '물가를 조절하기 위해서 돈의 양을 줄여라'는 말은 곧 직장인들에게 '월급을 주지 않을 테니 우리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라'는 말과 비슷하다.


24.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물가 상승의 속도를 억제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물가 자체를 낮추거나 고정시킬 수는 없다.


51. 중앙은행 A는 딱 1만 원을 발행했고, 시민 B는 그 돈을 빌린 후에 이자까지 합쳐서 1만 500원의 돈을 갚아야 한다고 해보자. 시민 B는 시민 C에게 배를 구입한 뒤 그 배로 열심히 물고기를 잡아서 돈을 벌었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과연 시민 B는 1년 뒤에 1만 500원을 중앙은행에 갚을 수 있을까? 정답은 절대로 갚을 수 없다이다. 왜냐하면 섬에 있는 돈은 딱 1만 원일 뿐, 이자로 내야 하는 돈 500원은 그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65. 모든 돈은 빚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중략) 화폐경제 역사 연구가 앤드류 가우스는 이것을 '의자 앉기 놀이'에 비유한다. "현 은행 시스템은 아이들의 의자 앉기 놀이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노래하고 춤추는 동안은 낙오자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음악이 멈추면 언제나 탈락자가 생깁니다. 의자는 언제나 사람보다 모자라기 때문이죠."


86. FRB는 미국 정부를 고객으로 하는 몇몇 이익집단들이 단단히 결합된 모임체일 뿐이다. (중략) 그러나 미국 정부는 여기에 대한 권리를 갖지 못한 채, 그들도 어쩔 수 없이 민간은행에 돈을 빌려야 하는 처지에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것은 미국 정부가 아니라, 극소수의 금융자본가들인 것이다.


90. 분명한 건 돈이 돌아가는 원리를 모르면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중략) 누군가가 파산을 해야 누군가가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더 우리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109. "직원들이 특정 상품을 추천하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본사에서 프로모션이 나온 거죠. 이 상품을 판매하라고 지시가 내려온 것입니다. 또한 이 상품이 판매되었을 때 직원들도 보다 많은 인센티브를 받기 때문에 특정 상품을 권하게 되는 것입니다."(전영준,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


123. "후순위 채권은 일반적인 채권보다 금리를 더 많이 줍니다. 위험하니까 더 많이 주는 거거든요."(송승용, 희망 재무설계 이사)


128. "금융회사들은 돈을 벌어야 되기 때문에 계속 위험한 상품을 추천한 것입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송승용, 희망 재무설계 이사)


132. 펀드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만 같은 은행원들도 펀드에 투자했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전영준 변호사의 이야기다. "주로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선진 금융 기법이라고 하는 금융공학을 활용해서 만든 상품을 한국 금융기관에 팔고 한국 금융기관은 그 상품들이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고객한테 파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투자를 권유하는 사람도, 그 권유를 받은 사람도 그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151. 종합해 보면 무척 간단하다. 생명보험회사에 들든, 손해보험회사에 들든 아무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정액보장 상품인지, 실손보장 상품인지만 우선 확인해 보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실손보장 상품은 중복보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하나만 들면 충분하다.


157. "당연히 금융기관은 탐욕을 부릴 수밖에 없는 곳이고 탐욕적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전영준,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


166. 자녀가 부모보다 훨씬 풍족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결국 이는 상황은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이 부끄럽지 않도록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180. 자신에게 아무런 수익도 생기지 않는다면 고객을 생각해서 각종 상품을 비교 분석하고 추천해 주는 봉사를 할 사람은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금융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적인 상담사, 즉 독립 재정상담사이다. 금융상품 판매업자의 이해관계와는 독립해서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고 자문 대상인 고객이 최선의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그에 합당한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사람을 말한다.


186. "의사들이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금융권에도 있어야 합니다."(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


198. "광고를 보기 전에는 필요하다는 생각조차 안 했던 물건들을 원하게 됩니다."(올리비아 멜란, 임상심리학자, 머니 코치)


203. 우리는 매 순간 합리적으로 결정해서 소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어린 시절에 형성되었던 습관의 산물로 소비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부모는 상당수가 아이들의 영향에 의해 소비하고 있다는 것은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했던 놀라운 비밀 중의 하나이다.


208. 여성은 지금 쇼핑하는 현장에 있지도 않은 사람, 즉 남편, 아이, 다른 가족의 물건까지 산다. 여성이 가정 내 소비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니, 여성이 마케터들에게 중요해진 것이다.


215. "실제로 반시계 방향으로 매장을 돌 때 7% 거 많이 구매합니다. 또한 과속 방지 턱을 설치하기도 하죠. 그러면 쇼핑 카트가 진동하기 때문에 천천히 걷게 돼요. 그 결과 상품을 더 사게 되죠. 쇼핑 카트의 크기를 더 크게 만들기도 합니다. 클수록 더 많이 구매하니까요."(마틴 린드스트롬, 브랜드 컨설턴트)


237. 결국 교육의 과소비, 사교육의 과소비 역시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내 아이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한 감정에서 오는 것이다.


248. 이렇듯 남에게 배척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그것에서 벗어나 어떻게 해서든 소속감을 가지고 싶다는 것이 소비의 동기가 되고, 자신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비할 수밖에 없는 과소비 상태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249. 일반적으로 현금을 쓰면 뇌는 고통을 느낀다. (중략) 하지만 카드를 쓰면 뇌에서 느끼는 중추신경이 마비가 된다.


261. 그래서 자존감이 낮을수록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더 많은 소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268. 소비와 행복은 결코 정비례하지 않는다.


283. 인플레이션-디플레이션 경제순환주기는 자본주의가 본질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위기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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