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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 Jul 11. 2021

부의 인문학

재테크를 위한 얕은 기술이 아닌 깊은 이론을 쉽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

 시중에 나와있는 이런저런 재테크 책이 많습니다. 가정경제, 특히 부의 축적과 관련된 이야기에 있어서, 다양한 책의 가짓수만큼이나 경제 시스템 속에서 부를 축적해 나가는 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단순한 '돈 이야기' 치부하기에는 사이즈가 제법 큰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책들 만큼이나 다양한 저자들은 본인이 자신 있는 부분(부동산, 주식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 분야에 있어서도 본인의 경험과 분석에 따라 다 각기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시스템에 대한 이해는 대부분 동일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입문서 수준으로 읽기 쉽게 적힌 재테크, 경제 관련 서적들이 1장의 몇십 페이지를 할애하여 개략적인 '경제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대략, 노동소득과 금융소득, 사업소득의 차이를 구분하는 정도로 말이죠.


 간략한 시스템 설명에 이어서 많은 서적들이 저자 본인의 경험이나 분석을 바탕으로 한 기술적인 부분에 접근합니다. 하지만 이론교육이 이 정도로 충분할까요? 경제구조에 대해서 이 정도 이론이면 이어서 나오는 각종 사례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런 부분에 대한 의문이 생길 때쯤 이 책 '부의 인문학'을 접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은 기술적인 부분은 별로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책을 작성하신 분은 경제 관련 연구자나 교수님도 아니신데도 불구하고 꾸준히 본인이 관심 있는 실물경제에 대해서 공부를 하시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를 통해 '경제적 자유'를 달성한 분입니다. 이 책에서는 본인이 공부한 각종 경제이론들이 어떻게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본인의 투자에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어떻게 투자해서 어떻게 벌었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대신에 신문이나 뉴스에서 이름 정도 들어보았을 법 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논문들을 인용하면서, 그 이론들이 어떻게 지금 내 돈에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경제학, 인문학의 거장들이 큰 시각에서 경제 시스템을 바라본 그 시각을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거인의 어깨에서' 같이 바라보고 있는 것이죠.


 당장 부동산이니, 코인이니, 주식이니 하는 책들을 보기 전에, 어떻게 시장경제가 굴러가는지, 굴러왔는지 이 책을 통해서 이해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러기에 몇 달 전에 봤던 책임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이렇게 꺼내어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 포함된 많은 이야기들이 고교시절 사회수업이라거나, 대학교 교양강의에서 제법 들어보았던 내용이기는 합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때는 시험 점수를 위해서 공부했던 것이고, 선생님, 교수님께서도 그렇게 가르치셨는데, 이 책을 쓰신 분께서는 본인의 실제 경제생활에 적용을 하신 것이겠죠.


 엄밀히 이야기하면 이 책은 재테크 서적이라기보다는, 인문학, 경제학 서적으로 분류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큰 시간의 흐름과 큰 시각에서 시스템을 이해하는 책이기 때문에 내용이 꽤 오래갈 것 같습니다. 적지 않은 재테크 서적들이 몇 달, 몇 년 만에 각종 규제와 법령의 변경과, 시장 상황의 변화로 지나가버린 글이 되곤 하는데, 이 책은 몇 년 후에도 꾸준히 펼쳐볼 만한 글이라고 생각됩니다.




6. 아마도 직장을 더 오래 다녔다면 지금보다는 재산이 조금 더 늘었고 사회적 지위를 더 얻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빠른 은퇴 덕분에 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 수 있었고, 딸에게는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중략) 나는 직장 생활을 할 때 부정맥으로 고생을 했는데, 일을 그만두고 나니 그것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또 아내와도 여전히 친구처럼 잘 지낸다. 남들보다 빨리 은퇴해서 젊을 때부터 같이 보낸 시간이 많다 보니 나이가 들어 갑자기 부부가 온종일 함께 있으면서 갈등을 겪는 친구들 부부와는 많이 다르다.


19. 나는 성과가 반드시 노력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일찍 깨달았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열심히만 한다고 모두가 잘되는 건 아니다. 엉뚱한 곳에서는 열심히 삽질을 해도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무작정 노력하기 전에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워야 인생이 편하다.


23. 거인은 어디에 있나? 책 속에 있다. (중략) 왜 세상과 세월이 인정한 전문가를 놔두고 실체도 모를 누군가의 분석과 제안을 기다린단 말인가.


26. 남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은 어디에서 오나? 바로 독서에서 나온다.


35. 사람들은 당장 편하게 해주는 정치인을 좋아하니 말이다. 결국 선심성 지출을 약속한 정치인이 당선되면 정부 지출이 많아지고 더 많은 돈을 찍어내고 흥청망청하기 쉽다. (중략) 정부가 지폐를 마구 찍어내서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면 정부의 부채는 실질 구매력 기분으로 감소된다. 반면에 화폐를 보유한 국민들은 알게 모르게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니 손해를 보게 된다. (중략) 결국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세금은 늘어나고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알게 모르게 국민의 부가 정부로 이전되는 것이다.


45. 서민을 돕겠다는 진보정권의 따뜻한 복지 정책과 선심 정책이 부동산을 보유하지 못한 서민과 노동자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47. 그저 주야장천 열심히 일만 하면 어떻게 되겠니? 남보다 빨리 망하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해? 생각을 해야지. 생각을 할 줄 알아야 성공하지.


51. 진입 장벽이 없다면, 즉 누구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면 큰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중략) 그러니 돈을 벌려면 독점기업에 투자하라. 독점사업에 투자하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독점사업은 무엇인가? 바로 부동산이다. 그 위치에 그 땅은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53. 워런 버핏은 유명 껌 회사를 좋아했는데, 이유는 세월이 흘러도 별다른 새로운 껌이 나올 것 같지 않아서였다고 한다.


73. 정치인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경제 정책을 선택하는 이유는 당장의 인기를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몇 년 뒤에 망한다고 해도 당장 인기를 끌고 당선되어야 하니까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정책을 선택한다. (중략) 그래서 그는 물가 상승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여 올릴 수 있는 가격 결정권을 가진 회사의 주식에만 투자하라고 했다.


82. 첫째, 풍부한 인재가 있는 곳에서만 혁신 산업은 가능하다. 혁신 산업에서 제일 중요한 건 바로 사람이다. 혁신을 만들어낼 창조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인재를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후진국으로 옮겨갈 수가 없는 것이다.


104. KTX가 생긴 뒤 대전 사람들은 임플란트를 하러 강남의 치과에 간다고 한다.


110. 팔리지도 않는 자동차를 만들어 회사가 적자인데도 임금은 무조건 올려야 한다고 떼를 쓰는 노조가 있다. 왜 그럴까? 결국 요약하면 자기 입장에서만 주장하는 게 노동 가치설이고 상대방 즉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한계효용 이론이다. 결국 당신이 얼마나 노력했느냐, 당신이 얼마나 고생했느냐, 그건 중요하지 않다. 상대방이 얼마나 만족했는지, 상대방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이게 중요하다.


132. 공무원은 말로는 사회적 후생, 정의, 복지를 내세우지만 예산을 늘리고 조직을 비대화해서 자신의 연봉, 승진 기회, 명예, 지위, 권력을 늘리려고 하기 쉽다는 게 공공선택이론의 지적이다.


134. 재개발, 재건축을 허용해 주면 단기적으로 재개발, 재건축 가격이 급등한다. 그러면 질투심에 사로잡힌 대중이 집권당을 비난하고 등을 돌리게 된다. 그러면 집권당의 지지율은 폭락하고 다음 선거에서 질 가능성이 높다. (중략) 뷰캐넌은 '정부가 정치적인 압력을 받아 가면서까지 현명한 경제정책을 시행하리라곤 기대하지 말라'라고 했다.


136. 프랑스 대혁명 때 시민들은 생필품 가격이 오른 것에 대해서 불평을 많이 했다. 로베스피에르는 대중의 인기를 얻을 속셈으로 우유 가격을 강제로 반으로 내려 최고가를 정해 주었다. (중략) 목축업자는 우류를 팔아서 손해를 보게 되자 젖소를 도살해서 고기로 팔았다. 젖소가 도살되자 우유 생산량은 더 줄고 우유값은 더욱더 폭등했다. (중략) 그 결과 우유값은 10배가 뛰었다. (중략) 이는 시민 폭동으로 이어져 로베스피에르는 단두대로 끌려갔다.


141. IMF 때 파산한 1가구 다주택자의 불행은 고려되지 않고, 요즘 집값이 오르자 1가구 다주택자가 마치 범죄자인 양 매도하는 건 불공평하다.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단기적으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집값을 더 올리는 비극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중략) 아직도 이 설명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한 번쯤 이런 의문을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다. '왜 다른 나라는 1가구 다주택을 규제하지 않을까?' (중략) 선진국은 자본주의 역사가 길어서 국민들의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많은 반면, 자본주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 국민들은 아직도 시장경제를 배우는 과정에 있다.


150. 경제학은 사회 현상을 그대로 관찰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원리를 파악하는 과학적 태도를 견지한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자는 현실이 아니라 세상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맞추어 그에 맞는 인간상을 생각해내는 점성술이나 연금술과 같은 접근 방식을 보인다.


153. 케인스에 따르면 인간은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본능적 충동으로 움직이는 존재이기에 행동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보았다.


154. 케인스는 '타인의 동의도 얻고' '싸게 사는' 2가지를 동시에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케인스는 대다수 사람들이 투자에 동의하지 않는 주식에 투자해야 싸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


198. 첫째, 인간은 사회적 압력에 약하다. 그리고 다수의 의견인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208.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절대적인 빈곤이 아니라 상대적인 빈곤이다.


213. 로머는 경제성장에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이나 자본이 아니라 기술이라고 했다. 이 기술 진보 덕분에 선진국은 계속 선진국 자리를 지킬 수 있고 교육 수준이 떨어지는 후진국은 기술 개발이나 흡수가 안 돼서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235.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서는 기업가가 한때 성공했다고 해도 또 다른 혁신이 일어나면 통째로 판도가 바뀌어서 몰락할 수 있기에 기업가가 방심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도록 만든다.


243. 붉은 메뚜기는 이렇게 불평했다. '왜 들판이 푸른 거야? 들판이 붉어야지. 정말 세상은 잘못되었군.' 그러는 사이에 그 메뚜기는 새의 눈에 띄어서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256. 뱀장어는 뱀과 비슷하고 누에는 애벌레와 비슷하다. 뱀을 보면 누구나 깜짝 놀라고 애벌레를 보면 누구나 징그러워한다. 그러나 어부는 맨손으로 뱀장어를 잡고, 여자는 맨손으로 누에를 잡는다. 다시 말해 이익이 된다고 판단되면 누구든 용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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