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능을 못하는 램프와 옷걸이'를 버립니다.

못 쓰는 건 버려야지

by jim

오늘은 오늘 버릴 물건을 이미 해결했지만, 우연찮게 서재 한쪽 구석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벽에 기대어 있는 램프를 발견했습니다. 이것도 한 십 년 전쯤에 어디 플리마켓에서 들고 온 물건이더군요. 전구 없는 램프를 천 원인가 이천원인가에 구매했습니다. 나무와 금속 재질로 만들어진 디자인이 앤티크하고 마음에 들었거든요. 램프 가격보다 조금 더 비싼 돈을 주고서 따뜻한 색의 전구를 사다가 끼워서 불을 밝혔던 기억이 납니다.



문제는 이게 중간 각도 조절 나사 부분이 살짝 힘을 못 받는 상태여서 원하는 대로 각도 조절이 잘 되지 않습니다. 책상 위에 올려두고 쓰기에는 빛이 눈 방향으로 너무 들어오고, 바닥에 두고 간접조명으로 쓰기에는 높이가 좀 낮죠. 그래서 사실 몇 번 불을 밝히지 못하고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이 집 저 집 이사 다닐 때마다 서재 한쪽 구석에서 빛을 보지도, 빛을 밝히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쓰지 않는 램프이다 보니 갑자기 화장실이나 현관 등이 나가면 이 전구를 빼다 쓰곤 했습니다. 그러기를 몇 번 하고 나니, 이제는 전구도 들어있지 않는 상태로 그냥 벽에 기대어 있는 존재가 되어버렸죠.


서재에 그냥 두어도 무방한 물건이지만, 코로나19로 집 안에 오래 있다 보니 제가 사실 서재에서 별로 생활을 하지 않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예전에 아이맥을 쓸 때에는 컴퓨터를 쓰려면 무조건 서재에 들어가야 했죠. 거실과 트여있는 주방에 있는 식탁이 작을 때에도 무어를 하려면 보통 방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맥북을 쓰면서, 그리고 식탁이 전보다 좀 더 넓어지면서 작업을 하는 것도, 책을 보는 것도 보통 거실에서 더 많이 하게 되더군요.


사실 TV가 없어진 다음에 이러한 패턴은 더욱 굳어진 것 같습니다. TV가 있을 때는 백색소음 겸, 누가 무언가를 보고 있을 겸 해서 거실에는 보통 TV 소리가 났었죠. 그 소리를 피해서 무언가 하려면 보통 방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TV가 사라진 지금의 거실은 책을 읽는다거나 가벼운 작업을 하기 좋은 카페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원목으로 된 식탁 테이블도 그 느낌을 조금 더 살려주는 것 같고요.



이러한 이유로 아마 다음번에 이사를 하게 되면 서재를 꾸리지 않을 수도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 램프가 그나마 의지하고 있던 공간도 사라지고, 존재의 이유가 더욱 희미해지겠죠. 이 램프는 이사 전에 정리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옆에 애매하게 걸려있는 바지걸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 물건은 근 5~6년 전에 광명 이케아에서 샀던 물건이네요. 당시 쇼룸에 이 나무 재질의 바지걸이에 바지가 아닌 그림을 걸어두었습니다. 벽에 무언가를 걸고 싶을 때 이렇게 쓰면 되겠구나 하는 마음에 아마 일이천 원에 집어 들고 왔었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게 그렇게 고정력이 좋지를 않더군요. 두꺼운 바지는 고정이 되긴 하는데, 얇은 그림 한장은 자꾸 흘러내렸습니다. 그 쇼룸에서는 아마 별도로 접착을 해두었던 것 같고요.


집에 원래 잘 쓰고 있었던 바지걸이들보다도 고정력이 좋지를 않다 보니 옷방에서도 설 곳이 없어진 물건이 되어버려 여기 서재 구석까지 굴러들어 왔나 봅니다. 그 광명 이케아를 갔던 집에서 벌써 두어 번의 이사를 더 했는데도 불구하고 기능도 못하는 물건이 아직까지 있다니, 당장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덧 물건을 버리면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두어 달이 되어갑니다. 처음에는 '뭐 얼마나 버릴 게 있었어. 조금 훑어보면서 옛 물건들에 대한 추억이라도 되짚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이게 슬슬 습관이 되어가다 보니 의외로 집에서 제대로 쓰고 있는 물건들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돌려 말하면, '언젠가 쓰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냥 쌓아만 놓고 있는 것이 태반이라는 이야기가 되겠죠.



서울을 기준으로 30평형대 아파트가 10억을 넘어간다고 합니다. 대충 평당 3천만 원만 계산하더라도 옷장 하나를 안 입는 옷으로, 서랍장 하나를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는 것들로 채워놓으면 금세 몇천만 원을 깔고 앉는 셈이 됩니다. 재테크 차원에서 보더라도 더 큰 집을 찾아 떠나는 것보다는, 있는 물건을 비워나가서 잃어버린 공간을 되찾는 것이 더 이득이지 않을까요? 비워내는 만큼 더 여유로워질 것을 기대하며 다음에 또 뭐라도 버릴 물건이 있는지 기웃거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