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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 Mar 19. 2022

밖에서 자보려고 '경차'를 샀습니다.

텐트를 치는 것은 귀찮으니까

 지난 여름, 차를 바꿨습니다. '03년식 Nissan Cube를 '08년에 국산차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중고로 구매해서 잘 타고 다녔었는데, 제대로 관리를 못한 탓인지, 이제 나이를 많이 먹은 탓인지 여기저기 삐걱삐걱 거리다가 수리비가 만만치 않게 나올 지경까지 다다르게 되어 결국 차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사회생활도 제법 했고, 모아놓은 돈이 많은 것은 니지만, 그렇다고 남들  타고 다니는    정도  뽑을 정도로 여유가 없는 것은 니다 보니 무슨 차를 살지 꽤 고민이 되었습니다. 사실 자동차에 별로 관심 없이 지내다가 갑자기 결정을 해야 하니 그런 것이었죠. 게다가 자동차 가격이라는 것이 요상하게 되어있는 것도 결정을 주저하게 되는데 한몫을 합니다. 예전부터 농담  진담 반으로 '아반떼 사러 갔다가, 그랜져 뽑아가지고 나온다'라고 하긴 했는데, 낮은 등급의 차에서 시작해서, 이런저런 옵션을 붙이면 가격이 올라가고, 그럼 다음 등급 깡통 차량보다 비싸지고, 그쪽으로 견적을 내다보면,  옵션 가격이 붙고, 계속 대상 차종의 가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이죠.


 이것저것 찾다 보니 결국 돌고 돌아 '제일 좋은 차' 아니면 '제일 경제적인 차'가 남더군요. 차에 욕심이 있었다면 아마 비싼 외제차 쪽으로 가게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차 쪽으로 기울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박스카를 타서 그랬기도 했지만 레이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차고가 높아서 작은 차임에도 불구하고 공간감도 좋고요. Cube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400cc 정도 작은 차이다 보니, 좌우 폭, 앞 뒤 길이가 좀 작긴 했습니다.


 이 차를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차박'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부터 다양한 실내 활동들이 제약이 되면서 '캠핑'과 '골프'와 같은 야외 활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아내는 아무래도 여자이다 보니 씻는 문제, 자는 문제 등으로 인해서 캠핑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워낙 활동들이 제한되다 보니 캠핑에도 관심을 보이더군요.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 보니 레이로 차박을 하고, 미니멀하게 캠핑도 즐기는 사람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차임에도 불구하고 실내 공간, 특히 높이가 확보되다 보니 활용도가 괜찮아 보였습니다. 완벽하게 평평한 바닥을 만들기 위해서 별도의 제품이 필요하긴 하지만, 순정상태에서도 시트를 최대한 폴딩 하면 160cm이 조금 안 되는 여자 한 명과 170cm이 조금 넘는 남자 한 명이 누워서 하루 이틀 잠을 자는 데는 문제가 없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렇게 경차 레이를 샀습니다. 예전에 소형차를 탈 때는 몰랐는데 경차가 다른 혜택도 많더군요. 유류세 환급 카드를 만들면 주유비도 제법 할인받을 수 있고, 고속도로 톨비, 공영주차장 주차료도 큰 폭으로 할인이 됩니다. 이러한 혜택 때문에라도 향후에도 계속 경차를 타고 싶은 생각도 드네요.


 경차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예전에 오키나와에 여행 갔을 때가 떠오릅니다. 그때에도 누구를 태우는 것도 아니고 뒷좌석에 짐만 실으면 되다 보니 가장 작은 차로 렌트를 했었습니다. 차종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경차임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 모델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경차는 1,000cc이지만, 일본은 660cc였습니다. 우리나라 스파크, 모닝, 레이보다도 훨씬 가벼운 차량이라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내 공간이 그렇게 작지 않았습니다. 큼지막한 캐리어와 골프백도 충분히 싣고 다닐 수 있었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는 경차가 별로 선호하는 차종이 아니지만, 일본에서는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차량이어서 그런지 하이브리드가 적용이 되어있었습니다. 연비도 정말 좋더군요. 지금 저희가 타고 있는 레이는 연비 측면에서는 그렇게 괜찮은 편은 아닙니다.


 그렇게 레이를 구매하고 벌써 몇 달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일자리가 조금 바뀌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도 오게 되었습니다. 도시를 떠나 교외 지역으로 나와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야외활동을 할 기회가 늘었습니다. 차를 구매할 당시에 막연하게 '나중에 이 차로 차박도 다니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실제로 실행해 볼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예전에 친구들을 따라서 텐트를 치는 캠핑을 몇 차례 다녀본 적 있습니다. 맛있는 것 해 먹고 재미있기는 한데 제 스타일에는 좀 안 맞더군요. 비 오는 날 골프 라운딩을 마치고 골프채 건조하고 정리하는 것도 귀찮은데, 텐트와 같이 어마어마한 부피의 물건을 관리할 생각을 하니 '이건 나랑은 맞지 않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캠핑'이 아닌 '차박'을 염두에 둔 것도 이런 까닭이었습니다. 의자랑 테이블 정도, 맥시멈으로 한다고 해도 그늘막 정도만 간단하게 들고 다니면서 밥은 밖에서 해 먹고, 잠은 차에서 잔다고 하면, 들고 다닐 것도, 정리할 것도 확 줄어들 테니까요.


 그렇게 가급적 짐을 늘리지 않고, 최소한 필요한 것만 챙겨서, 경차 레이의 실내 공간을 활용해서, 그렇게 캠핑을, 차박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근래에 찬 바람이 조금 가시기 시작하면서 한두 번 이 근처 멀지 않은 곳부터 1박, 2박을 하고 있습니다. 변변한 난로 하나 제대로 없다 보니 아직 새벽이면 좀 춥기도 하지만, 꼭 필요한 것들 하나씩 챙겨가면서 그렇게 차박을 취미로 가져가 볼까 합니다.


 캠핑이라는 것을 막상 시작하다 보니 어떤 물건이 필요한지, 정말 필요는 한 건지, 이중 지출이 되는 것은 아닌지 이런저런 생각이 복잡하게 들곤 합니다. 앞으로 조금씩 차박을 다니면서 필요한 물건들, 구매한 물건들, 잘 쓰는 물건들을 글로 정리하면서 충동소비도 자제하고, 캠핑 짐도 최적화를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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