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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 Jun 02. 2021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Meditations, Marcus Aurelius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20년 전 즈음 아직 학생이던 시절에 열심히 빠져 읽었던 '로마인 이야기'에서 처음 접했던 이름이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살펴보면 '로마인 이야기'는 그 땅에서 자라온 서양 사람들에 의해 연구된 역사서라기보다는 그곳을 멀찌감치 동경하고 상상했던 일본인에 의해 적혀 내려진 문학작품 같은 느낌의 글이었기 때문에 제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었다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를 읽은지도 한참 흘렀기 때문에, 그간 소위 각종 기술과 트렌드를 담은 '요새 것'에 대해서만 탐독하다 보니 솔직히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에 대해서는 이름만 기억하고 있는 정도가 지금 제 수준을 적당히 표현하는 말이겠죠.


 그에 대해 조금만 되새겨보면, '철인 황제'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철학과 연이 깊었다는 것을 역사책에서 보는 것은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다행히 우연찮은 기회에 그가 남겼다고 전해지는 이 '명상록'을 펼쳐볼 수 있게 되어, 그가 왜 로마를 대표하는 철학자로 남게 되었는지 접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쭉 훑어본 느낌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일단 무척 내면이 강한 분의 일기장을 훔쳐본 느낌입니다. 누군가에게 보낸 글이라기 보다는 스스로가 느끼고, 반성하고, 다짐하는 내용들을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담으며, 하루하루, 또 다른 내일을 준비했던 그의 '현재'를 담은 글로 다가옵니다. 두 번째는, 몇 년 전에 읽었던 '채근담'과 비슷한 감흥이 듭니다. 하나의 주제로 무언가를 설명하거나 논지를 담고 있다기보다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짤막짤막한 잠언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겠죠.


 이 글은 사실 족히 2천 년은 된 글입니다. 고전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루에도 셀 수 없는 글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발간물을 통해서 쏟아져 내리는 정보 과잉의 시대에, 하루에도 만들어지는 콘텐츠보다 제대로 읽히지 않고 사라지는 텍스트가 훨씬 더 많은 이 미디어 홍수의 시대에, 수년천을 읽혀온 글이 주는 묵직함은 무언가 다름이 있습니다. 이런 비슷한 느낌의 잠언은 앞으로도 많은 성공한 사람들로부터 쏟아져 나오겠지만, 그 글들의 흥망성쇠를 유유히 지켜보면서 이 글은 어딘가 한구석에 계속 남아 사람들에게 앞으로 수천 년을 더 읽히고, 인구에 회자되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천년 단위의 고전을 읽다 보면 사실 글의 호흡이 길지 않은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리고 작가의 생각들이 엄청난 실험과 논리의 과정이라기보다, 개인의 사유와 경험에서 온 통찰의 결과가 많습니다. 이러이러해서 이러했기 때문에 이러하다는 것을 설명하는 수 페이지의 글보다는, 몇 줄 없지만 소위 요즘 말로 '뼈 때리는' 한방이 있죠.


 이 책은 요즘 이런저런 환경적인 문제로,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전염병으로, 개인사 등으로 마음이 복잡한 시대에, '명상'이란 제목에 이끌려 책장에서 꺼내 들었던 책입니다. 소설책 읽듯이, 아니면 정보를 얻기 위해서 발췌독을 하듯이 쭉 읽어 내릴 만한 책은 아닙니다. 어쩌면, 햇살 좋은 발코니나 소파 테이블 한편에 두고, 가끔 멍 때릴 때 한 문단 정도 읽거나, 화장실에 두고 하루에 한두 페이지 펼쳐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 명상을 - 해보는 식으로 '조금씩 오래' 읽는 것이 좋은 책일 것입니다. 좋은 말이 담긴 책은 사실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기보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행하는 것'이 더 중요할 테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지 않은 것보다는 어떻게라도 읽어 낸 것이 낫겠죠. 언젠가 제목이라도 떠올리며, 마음의 여유가 가득해졌을 때, 햇살 좋은 발코니 테이블에 올려두고 차근차근 다시 탐독해볼 그때를 기약해 봅니다.


제1장


5. 스승은 내게 원형 경기장에서 어느 한쪽을 응원하거나 어느 검투사도 지지하지 말라고 가르치셨다. 또한 힘든 노동은 기꺼이 참아내되 욕심을 줄여야 한다고, 일은 남의 손에 맡기기보다는 스스로 처리하고 남의 일에는 간섭하지 말라고, 그리고 떠도는 유언비어에는 귀를 기울이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7. 잘못된 궤변이 만든 함정에 빠지거나 알맹이 없는 문자를 남발하지 않고, 상투적인 말을 늘어놓으며 짐짓 세상에 초탈한 척 자신을 꾸미지도 않았다.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말을 꾸미거나 방 안에서 예복을 입고 다니는 등 터무니없는 행동도 자제했다.


12. 플라톤주의자인 알렉산더에게서 불필요하게 '너무 바빠'라는 말을 자주 내뱉지 말아야 한다고 배웠다. 또한 바쁘다는 핑계로 사람들에 대한 의무를 저버려서도 안 된다.


16. 아버지는 결코 우쭐대는 법이 없었다. 그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 친구를 기다리게 하거나, 여행에 동행하자고 고집을 부리지도 않았다. 어쩔  없이 혼자 다녀오더라도 섭섭해하거나 불평하지 않았다. 또한 회의를  때에는 모든 일에 심사숙고해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판단하고 결정했다. 친구에게 싫증을 내거나 함부로 대하는 일도 없었으며, 어떤 경우에도 차분하고 소탈한 평소 모습을 유지했다. 멀리 내다볼  알았던 아버지는 사소한 일도 처리하며 결코 잘난 척하거나 우쭐대지 않았다. 아버지가 재위할 당시  누구도 공개적으로 황제를 찬양하거나 아첨을 늘어놓지 못하도록 했다. 그리고 침식을 잊고 국사에 매달리며 국세 지출을 절약하는데 힘썼다. 그래서 온갖 질책과 환호를 통시에 받았다. 아버지는 미신을 믿지 않았으며, 맹목적으로 명예를 좇거나 한낱 이득을 위해 세상과 영합하지도 않았다. 또한 언제나 냉철하고 강인했기에 예의를 잃거나 새로운 것에 미혹되지도 않았다. 운명의 여신이 풍요로운 삶을 주었을 , 아버지는 기꺼이  행운을 누리면서도 결코 의기양양해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누릴 것은 충분히 누리되, 더는 누릴  없을 때에도 결코 아쉬워하지 않았다.  누구도 아버지에게 궤변을 늘어놓거나 학문으로 농지거리한다고 비난할  없었다. 아버지는 아첨을 멀리하고 자기 자신, 나아가 타인도 다스릴  아는 성숙하고 신실한 분이었다. (중략) 아버지는 결코 거칠거나 거만하지 않았으며 난처한 상황에 부딪혀 당황하거나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매사에 굳건히 사고하며 평정심을 잃지 않았고, 사리에 맞게 용감하고 굳건히 행동했다. 사람들은 아버지가 소크라테스의 교훈과  어울리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누리되 도를 넘지 말고, 절제를 고통으로 여기지 말라." 보통 사람들이 많은 것을 향유하면 대개 절제하지 못하는 반면에 아버지는 욕심을 멈추고 절제할  알았다.


제2장


10. 매 순간 행동하고 말하고 생각할 때, 마치 자기 인생의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행하자.


13. 오래 살든 짧게 살든 누구에게나 삶은 단 한 번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현재'란 모든 이에게 똑같이 부여된 시간이다. 결국 잃어버린 것은 원래 당신 것이 아니며, 상실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짧은 시간밖에 없다.


제3장


1. 우리는 시시각각 죽음을 향해 다가가고 있으며 본인의 이해력과 지각 능력 역시 서서히 사라져 가기 때문이다.


3. 수많은 이의 병을 치료해준 히포크라테스는 결국 그 자신도 병에 걸려 죽었다.


4. 인류 공통의 이익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해 인생을 낭비하지 말자. (중략) 대신에 항상 심사숙고하는 습관을 들이자. 혹여 누군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라고 물어봐도 곧바로 '나는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담담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에는 욕망에 사로잡힌 상상, 경쟁심 질투심, 의혹 또는 수치스러운 사념 대신 솔직 담백하고 우호적인 속내를 드러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0. 이른바 명예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태지만 말을 전하는 사람 역시 곧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12. 일을 할 때는 명철한 이성에 따라 용감하고 성실하게, 여유롭고 침착하게 내면의 순수한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 마치 순간순간을 신에게 바치는 것처럼 말이다.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자연에 따라 현재에만 집중하자.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진심을 담는다면 삶은 분명히 행복해질 것이다. 누구도 우리의 앞길을 막을 수 수는 없다.


14. 내키는 대로 행동하지 말자. (중략) 목표를 향해 나아가되, 자신을 귀하게 여기자. 헛된 망념을 버리고 아직 힘이 남아있을 때 자기 자신을 구하자.


제4장


2. 명확한 목표 없이 일을 행하지 말고 인생이라는 예술의 아름다운 원칙을 깨뜨리지도 마라.


3. 그러니 이제부터는 자기 자신의 세계로 시선을 돌리자. 긴장하거나 조급해하지 말고 인격을 갖춘 한 인간으로서, 시민으로서 대담하고 여유롭게 삶을 받아들이자. (중략) "우주는 변화하는 것이며 인생은 주관적인 것이다."


11. 당신을 해치려는 사람들의 생각 혹은 그들이 당신에게 바라는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된다. 언제나 사물의 현재 상황 및 본질에 근거해 세상을 판단하자.


12. 둘째, 어리석음을 바로잡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라도 자신의 주장을 굽힐 줄 알아야 한다.


17. 마치 천년만년 살 것처럼 행동하지 말라. 삶은 짧고도 짧은 것이다. 아직 살아있을 때, 그리고 아직 늦지 않았을 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18. 남의 말이나 행동에 신경을 쓰는 대신 자신의 행동이 옳은지 여부를 따지는 사람이 더욱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 좋은 사람은 남의 흠을 들추는 대신 곁눈질하지 않고 오로지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법이다.


20. 과연 찬사를 받는다고 아름다워지고 비판을 받는다고 추악해질까? 결코 아니다. 사람들이 에메랄드에 감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24. 말과 행동에서 불필요한 것을 줄이면 골치 아픈 고민을 덜 뿐 아니라 더 많은 여유를 누릴 수 있다. 그러니 항상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이것이 혹시 불필요한 일은 아닐까?" 이와 더불어 쓸데없는 상념도 떨쳐내야 한다. 헛된 생각을 줄여야 불필요한 행동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26. 누군가가 당신을 괴롭히는가? 그것은 상대가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32. 무릇 어떤 행위를 추구할 때는 반드시 합당한 가치관에 부합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불필요한 일에 지나치게 정신을 빼앗기지 않아야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기 때문이다.


35. 기억하는 자와 기억되는 자는 모두 하루살이에 불과하다.


49. "세상에 불행한 일이란 없다. 용기를 가지고 잘 견뎌내면 불행도 행운이 되는 법이다."


제5장


3. 자연의 법칙에 따르는 언행을 가치 있게 여기되, 남의 비판이나 부추김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값진 말과 행동을 실천할 때는 소신에 따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남들이 제각기 자기 의견을 말하며 충동질하더라도 절대로 옆을 돌아보지 말고 앞으로만 나아가자. 자신의 본성에 따르는 것이 곧 우주의 법칙을 따르는 길이다.


9. 간혹 정의롭게 행동하지 못했다고 해서 양심의 가책을 받거나 낙담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좌절을 경험했으면 다시금 전철을 밟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24. 우주의 본질을 기억하자. 그대는 거대한 우주의 극히 사소한 일부일 뿐이며, 그대에게 할당된 시간 역시 전체 우주의 시간에 비교하면 찰나에 불과한 짧은 순간이다. 그대의 운명 또한 그 얼마나 미미하고 보잘것없는가.


35. 만약 이것이 내 잘못이 아니고, 내 잘못의 결과도 아니며,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지도 않는다면 내가 불안해할 이유가 무엇인가? 게다가 대중에게 해악을 끼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제6장


2. 언제나 최선을 다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추위에 떨든, 따뜻한 온기를 즐기든, 숙면을 치하든 수면 부족에 시달리든, 비난을 듣든 찬사를 받든, 죽음에 직면했든 사소한 일을 하고 있든 간에 상관없이 말이다. 죽음도 삶의 한 행위를 뿐이니 죽는 순간에도 눈앞의 업무를 잘 처리해야 한다.


6. 최고의 복수는 바로 상대를 닮지 않는 것이다.


7. 오로지 선행을 베풀 때만이 기쁨과 안식을 얻을 수 있다.


21. 나는 그저 부여받은 책임을 다할 뿐 다른 어떤 것도 원하지 않는다.


26. 상대가 자신에게만 유리하게 행동한다고 이를 막아서는 것은 지나치게 잔인한 일이다. 비록 상대가 당신의 화를 돋운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행동하지는 말자. 아마 저들은 저도 모르게 이기적으로 굴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들이 잘못했잖소." 그렇다면 분노를 토해내는 대신 그들을 가르치고 깨우치도록 하자.


30. 친절하고 온화했던 성품의 안토니우스는 헛된 명성에 흔들리지 않은 채 사물의 실체를 이해하기 위해 집중했다. 그는 사건의 본질을 명확히 이해하고, 행동하기에 앞서 어느 하나도 소홀히 지나치지 않았다. 누군가 무고한 비판을 늘어놓을 때도 그저 담담히 참아냈으며 결코 상대를 헐뜯거나 비난하지 않았다. 언제나 여유롭고 관대했던 그는 떠도는 풍문 따위는 믿지 않았고 상대의 품성과 행동을 보고 나서 직접 신중하게 판단했다. 남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의심하지 않았으며, 겁을 내거나 궤변을 늘어놓지도 않았다. 또한 집, 침상, 옷, 음식, 시종 등에서도 얼마나 소박하고 단출했던가. 그는 일 자체를 즐기면 끝까지 인내했다. 소박한 식사를 마치면 아침부터 밤까지 일에 몰두했고, 정상적인 일과 외에 좀처럼 쉬는 법도 없었다. 그는 친구에게 항상 성실하고 충실해 오래도록 변함없는 우정을 지켰다. 자신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사람들도 기꺼이 받아들였고, 혹여 누군가가 탁월한 의견을 제시하면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34. 기술자는 어느 정도 선에서 외부인과 타협하게 마련이지만 그 기술의 근본 원칙만큼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지킨다. 일례로, 건축가와 의사는 직업 본연의 기본 원칙을 매우 중시하며 존중한다.


40.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물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자. 어떤 것이 좋다 혹은 나쁘다고 미리 생각하면 나쁜 일이 닥치거나 좋은 일을 놓쳤을 때 하늘을 원망하고 사람을 미워하게 된다. (중략) 그러나 실제로는 각 사물에 지나친 가치를 부여한 우리의 잘못이 더 크다. 반면에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사물에 한해 선악을 판별한다면 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원망을 토로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47. 기쁨을 얻고 싶다면 주변 사람들의 장점에 대해 생각해 보자. (중략)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의 미덕을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더없이 유쾌하고 즐거운 일이다.


제7장


4. 대화를 나눌 때는 말에, 일을 할 때는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전자의 경우에는 말속에 품은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행동에서 빚은 결과를 꿰뚫어볼 줄 알아야 한다.


25. 얼굴에 깃든 분노는 매우 부자연스럽다. 때문에 자주 화를 내면 모든 아름다움이 사라지고 미모 역시 사그라질 것이다.


65. 완성된 인간은 하루하루를 마치 마지막인 듯 살아가며 결코 흥분하거나 거짓되거나 둔감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제8장


37. 상상 속 인생에 미리 겁을 집어먹지 말자. 앞날에 숱한 고통과 번뇌가 있으리라 지레짐작할 필요는 없다. 매번 일이 생길 때문 자신에게 반문해보자. "이쯤이야 인내하지 못할 이유가 워가 있는가?" 그대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임을 깨닫자. 부담을 떨치고 자신의 내면을 채찍질한다면 견디지 못할 고통이 어디 있으랴. 어느덧 고통 따위는 별 것 아닌 미미한 흔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44. 현실에 최선을 다하자. 사후의 명성을 좇는 이들이란, 그가 그토록 멸시하는 동시대인과 후시대인이 모두 같은 부류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후대인이 당신에 대해 어떻게 말하든 혹은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이 오늘날의 당신과 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가?


47. 외부 사건 때문에 좌절하고 번뇌한다면 그것은 사건 자체가 아닌 사건에 대한 당신의 판단 때문이다.


49. 첫인상으로 얻은 정보 이외에 더는 말을 보태지 말자. 혹자가 "누군가 당신의 험담을 하고 다닌다"고 말을 전하더라도 그것 자체는 당신에게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다. 나는 병에 걸린 자식을 볼 때에도 아이가 병에 걸렸다는 것만 볼뿐 그가 위독한지 아닌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즉, 첫인상을 간직한 채로 내면의 근심을 보태지 않는다면 불행이 닥칠 일은 없다는 것이다.


51. 일을 미루지 말고, 천박한 언행도 삼가며, 어리석은 생각에 빠지지 말자. 영혼 그 자체에 지나치게 몰두하거나 격정에 휩쓸려서도 안된다. 인생은 항상 여유롭게 살아야 한다.


56. 내 자유의지는 이웃의 자유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중략) 그러니 신은 나의 불행이 남의 손에 결정되지 않도록 만들었다.


59. 삶은 서로 의존하며 꾸려가는 것이다. 그러니 남을 올바로 인도하거나 꿋꿋이 인내해야 한다.


제9장


7. 남을 해치는 사람은 결국 자신을 해치는 것과 다름없다.


12. 맡은 바라면 열심히 하자. 하지만 혹사당하는 노동자처럼 혹은 남의 동정이나 칭찬에 굶주린 것처럼 해동하지는 말자. 단, 일을 하든 하지 않든 공공의 이익에 기여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


13. 오늘 나는 일체의 번뇌에서 벗어났다. 즉, 모든 번뇌를 떨친 것이다. 번뇌란 외부가 아닌 내 상상 속 내면에 있기 때문이다.


27. 누군가 당신을 욕하거나 비난한다면, 상대의 영혼과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대체 어떤 사람인지' 잘 살펴보자. 그러면 그들의 생각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연이 이어준 당신의 친구이므로 기꺼이 호의로써 대해야 한다.


29. 그저 자연의 법칙이 시키는 대로만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 이 지혜를 알고 있다면 누군가의 시선을 두려워하며 방황해할 필요가 없다.


30. 얼마나 많은 이가 당신의 이름 따윈 알지도 못하며, 또 얼마나 빨리 잊어갈 것인지, 그들의 찬사가 얼마나 빨리 비난으로 바뀔지, 사후의 명예나 현재의 명성 따위는 얼마나 가치가 없는 것인지 생각해 보자.


40. 누군가가 "어찌해야 저자에게 벗어날 수 있습니까?"라고 기도할 때, "어찌해야 저자에게 벗어나려는 욕망을 버릴 수 있습니까?"라고 기도하자.


제10장


19. 먹고, 자고, 성교하고, 배설하는 인간의 모습은 얼마나 추악한가. 기고만장해 오만함을 부릴 때, 높은 지위에 올라 불안에 떨 때 혹은 남을 질책할 때는 대체 어떤 모습인가. 불과 얼마 전까지 남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이익을 구걸하던 이들은 또 어떻게 돌변할 것인가.


33. 그 외의 다른 장애물이나 시들어버린 육신의 껍데기는 이성 자체가 허락하지 않는 한, 우리에게 아무런 해도 입히지 못한다.


제11장


7. 철학에 어울리는 삶을 살아가기에 지금보다 더 좋은 때는 없다.


11. 누군가가 나를 경멸한다고 어쩌겠는가? 그것은 그 사람의 일일 뿐이다. 그저 상대에게 무시당할 말과 행동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누군가가 나를 질투하고 미워한다고 어쩌겠는가? 그것은 그 사람의 일이다. 나는 다마 모든 사람들에게 선을 행하고 적들의 오해를 풀어주려고 노력하면 그만이다.


12. 인간은 서로 경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로 아첨을 늘어놓는다. 또 상대를 이기고자 갈망 하면서도 상대 앞에서는 비굴하게 굽실댄다.


16. 당신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잘못을 저지른다. 만약 아직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그것은 겁이 많거나 명예를 잃기 싫어서 혹은 또 다른 비루한 핑계 때문일 뿐이다. 사람들이 대부분 일을 임시변통 식으로 행하기에 그들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명확히 증명해낼 수 없다. 그러니 상대의 행동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전에 많은 것을 정확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 (중략) 사실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은 사람들의 행동이 아닌 그에 대한 우리의 판단과 생각이다. 상대의 행동이 화의 근원이라는 생각을 버리자. 그러면 분노도 사라질 것이다. (중략) 부드러움은 모든 것을 이긴다. 단, 가식적인 미소나 거짓 위선이 아닌 진심 어린 마음이어야 한다. 그러면 아무리 난폭한 자라도 감히 어쩌겠는가. 줄곧 온화하고 따뜻한 태도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친절하게 대화하고, 그가 상처를 주려고 할 때는 조용히 타이르자.


26. 책을 읽고 글을 쓸 때면 남을 지적하기에 앞서 먼저 상대의 충고를 받아들이자. 이는 인생 전체에서도 마찬가지다.


제12장


6. 성공할 희망이 없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왼손은 평소에 손놀림이 부자연스럽고 서툴지만 고삐를 잡을 때만은 오른손보다 훨씬 유용하다. 바로, 고삐를 잡는 법을 끊임없이 연습했기 때문이다.


12. 인간은 그저 의도하지 않게 잘못을 저지를 뿐이다. 그러니 그 누구를 향해서도 비난을 가해서는 안된다.




덧. 구글에서 marcus auelius meditations를 검색해보니 영문 pdf파일을 찾을 수가 있어 해당 링크와, 제가 읽었던 번역서 검색 결과를 같이 링크해 둡니다.


https://www.maximusveritas.com/wp-content/uploads/2017/09/Marcus-Aurelius-Meditations.pdf


https://g.co/kgs/NPd2b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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