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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 Jun 02. 2021

스캔들 세계사 1

다른 사람이야기하듯전하는 지구 반대편의 역사

 시중에 나와있는 역사책은 참 많습니다. 두껍고 어려운 말로 써져 있는 책부터, 여행 가기 전에 간략하게 그 나라에 대해 슬쩍 살펴볼 수 있는 가벼운 책, 역사 속에서 가져온 콘셉트 몇 가지를 가지고 픽션을 가미해서 적어 내린 소설까지,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다면 골라서 볼 수 있을 만큼 다양하죠. 이 책을 적은 이주은 님은 2000년대 초반 미국을 고교 유학을 떠나고 국내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하는 과정에서 다양하게 읽은 영어로 된 역사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읽기 쉬운, 재미있는 역사이야기를 다뤄보고자 이 책을 냈다고 합니다.


 한 권으로 끝나는 책이 아니기 때문에 달랑 한편만 읽고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책을 덮기보다는 펼치기가 쉬운 책인 것은 분명합니다. 적어도 몇 년도에 무슨 일, 몇 년도에 또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식의 지루한 연대기식 서술은 아니었고, 흥미를 끌 수 있을 법한 인물들, 사건들을 각각의 챕터에서 세부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쭉 이어지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한 번에 부담스럽게 마음을 다잡고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앞선 이야기를 보아야 뒤편이 이해되는 드라마가 아니라, 한편 한편 따로 보아도 재미있는 시트콤과 같이 구성되어있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물론 그렇다 보니 세계사의 흐름 전체를 이 책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한국사로 보자면, 고조선, 삼국시대, 고려, 조선으로 흘러오는 맥을 짚고 있어야, 김유신, 왕건, 태조 이방원 등이 머릿속에 들어올 수 있듯이, 이 책은 하나의 챕터에서 단편적인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전체적인 흐름이나 인과관계를 보기에는 조금 어렵습니다. 게다가 제가 이번에 읽은 1편에서는 유럽의 역사만 다루고 있기 때문에 특정 시기에 각 대륙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연결시켜 보기에는 더 어려움이 있겠죠.


 그렇지만 역사 자체에 흥미를 가지고 과거의 모습을 떠올려 보기에는 매우 좋은 글입니다. 예전에 이런저런 이들이 있었는데, 단순하게 역사의 한 줄을 남긴 사건이 아니라, 그 속에 있는 인물들이 어떠한 배경에서 왜 그렇게 행동을 했었는지 머릿속에 드라마를 그려가며 상상해 볼 수 있는 글입니다. 물론 전문 역사가의 글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 사관을 반영하고 있다거나,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서술된 글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상식을 넓히는 차원으로 보기에는 잘 정리된 글입니다. 다만, 일반적인 사관에서 이루어진 평가에 대해 개인과 일부의 판단을 기술한 부분들이 제법 있기 때문에 조금 비판적으로 읽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역사를 바탕으로 쓰인 소설과 역사 교과서의 중간 버전이라고 하면 적당한 표현이 될까요.


  이 책의 성격과 내용은 제목이 잘 반영해주고 있습니다. '스캔들(scandal)', 국어사전에는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으로 정의되어 있고, 캠브리지 사전에도 'public feeling of shock and strong moral disapproval'로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일단 제가 읽은 1편에 담긴 이야기는 살인, 배신, 치정 등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자극적이고 관심이 쏠릴법한 이야기들이죠. 역사계의 막장드라마라고나 할까요. '지루하게만 보이던 연대표의 한 줄 한 줄이 사실 안으로 들어가 보면 이렇게 긴박한 이야기들이었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40대 아저씨가 들고 다니기에 핑크색이 많이 들어간 표지가 좀 부담스러웠기는 했지만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44. 페드루가 굳이 이처럼 마주 보고 관을 배치한 이유는 성경의 '심판의 날에 모든 죽은 자가 부활하리라'라는 구절에 따라 자신이 부활하는 순간 가장 먼저 이녜스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55. 자고로 모든 전쟁에는 명분이 가장 중요한 법이지요.


142. 하지만 어쨌거나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작품에서 총 17,677개의 단어를 사용했는데 그동안 없었던 1,700개 단어를 처음 사용했으며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냈고 그것들은 지금까지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160. 자고로 유사 이래 대부분의 권력자는 못되게 그려지고 욕을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218. 감자를 먹으라며 강압적으로 밀어붙인 것이 아니라 감자를 못 먹게 자기 농장에서만 키웠습니다. 감자 농장을 지키는 병사들을 세워놓은 뒤 감자는 정말 맛있으니 나 혼자 먹겠다고 했죠. 그걸 지켜본 사람들은 '어라, 왕이 자기 혼자 다 먹네?' 하며 살금살금 하나씩 훔쳐다가 먹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병사들은 보고도 모른 척하도록 명을 받은 상태였고 이내 프로이센 전역에서 감자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297. 생전에 루트비히 2세는 "나는 현재에도 미래에도 미스터리로 남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는데요. 바라던 대로 그의 죽음은 영원한 미스터리가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국고를 거덜 낸다는 소리를 들었던 루트비히 2세의 성들은 오늘날 독일에 어마어마한 관광 수입을 안겨주고 있으니 이 역시 역사의 아이러니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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