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른 사람이 쓴 좋은 글을 읽는 것이 도움되는가?
세상에 쉬운 책은 없다. 아무리 쉽게 나온 것 같아 보이는 책이라도 그 책이 나오기까지 인고의 시간이 있었고, 그 속에는 한 사람이 가진 지식과 인생이 담겨 있다. 좋은 책이란 것은 그 사람의 이야기가 많은 이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깨달음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책일수록 내가 배울 수 있는 삶과 지식의 진수가 담겨 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면, 책 한 권을 읽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을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이고, 좋은 책 한 권을 읽는 것은 삶에 깨달음까지 주니 책이란 것이 얼마나 좋은가하고 절로 생각든다.
아무리 좋은 것도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글도 읽어봐야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알 수 있다. 글쓰는 이라면 더 그렇다.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글을 많이 봐야 한다. 많이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공이 쌓여 좋은 글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안 좋은 글은 대번 보면 알게 된다. 또한, 그 내공이 나도 모르게 문장에 묻어 나온다 책 많이 읽은 사람이 글을 잘 쓴다는 말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좋은 글은 많이 읽을수록 좋다. 이왕이면 좋은 글이라면 분야를 가리지 말고 마구 마구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꼭 그렇게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게 쉬운가 이른바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간은 귀한 자원이라는 것이다. 해야할 것이 너무 많고 출퇴근에 시달리고 나면 그저 쉬고 싶어진다. 이런 현대인을 위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다는 속독법, 퀀텀 독서법 등이 나와 있지만, 활용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우선 빨리 읽는다는 독서법들은 공통적으로 대개가 글을 읽는 방식인 머릿속 소리내 읽기가 아니라 이미지로 한번에 인식해 파악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익히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이 방법을 익히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이라면 결국 누군가 요약을 해 놓은 것을 읽거나 들어야 하는데, 실용서라든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수많은 사례를 소개하는 류의 책이라면 핵심만 뽑아내니 괜찮지만, 재미나 문학성, 디테일을 보기 위해 읽는 책이라면 무용한 방법이다. 이도 저도 힘든 상황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좋은 글을 접할 기회를 늘릴 수 있을까?
먼저, 긴글보다는 짧은 글에서 접근해 보자.
긴 책에만 좋은 글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짧은 글에도 좋은 글이 많다. 단편소설, 수필, 연설문은 대표적인 짧은 글이다.
둘째, 목적을 가지고 글을 고르자.
어떤 것이든 목표 혹은 목적이 있어야 그 속에서 배우는 것도 많아지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글에 대한 고민이 쌓였을 때, 잘 쓴 글을 읽게 되면, 그 글이 왜 잘 쓰인 글인지도 이해하게 되고, 내 글에서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 지, 어떤 도전을 해 볼 수 있을 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된다. 그런 점에서 나는 글을 쓰는 이라면, 내 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하는 와중에 좋은 글을 찾아 머리도 식히고 실마리도 얻으라고 말하고 싶다.
셋째, 책이라면, 매일 시간을 할당하자.
꼭 읽고 싶은 좋은 글인데, 책이라면 매일 아침 30분처럼 특정 시간을 정해 두어도 좋고, 지하철에서 읽는다든가, 헬스장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읽는다는 것과 같이 특정 동작을 할 때 읽겠다고 정해놓아도 좋다. 매일의 힘은 무서워서, 어느 새 그 책을 전부 읽은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또 책을 읽다보면 글을 잘 읽을 수 있도록, 적절히 챕터와 소챕터, 문단 등으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여기에 맞춰 끊어 읽으면 글의 흐름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읽다가 술술 잘 읽히면 그대로 계속 읽는 것도 방법이다.
넷째, 좋은 글을 쓰는 작가의 글을 읽자.
어떤 글을 읽어야 할 지 잘 모를 때에는 작가에서 접근해 보는 것도 좋다. 좋은 글을 쓰는 작가는 이름을 알린 경우가 많다. 그런 작가들의 글을 찾아 읽어보자. 많은 작가가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운영하기도 하니, 그곳을 방문해 짧은 글을 접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작가들이 가지는 고민 등을 엿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는 글쓰는 사람으로서 나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소설, 수필, 논픽션, 인문학 등 분야마다 오래된 좋은 글이 있다. 각 분야마다 추천하는 글을 찾아 읽어보자. 특히 고전이 살아남은 이유는 시대가 흘러도 감동을 주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 다를지는 몰라도 글이 전하는 인류 공동의 메시지가 있다. 물론 고전이라고 해서 다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단테의 신곡처럼 글 자체의 힘이 있어 고전으로 살아남기도 하지만 데카메론처럼 당시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어 고전으로 살아남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에 가까울수록 고전으로 살아남은 작가들의 글은 대개 뛰어난 문장력으로 살아남은 것들이 많다. 그런 점에서 고전에서 좋은 글 읽기를 시작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적다.
한 분야의 글을 파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좋아하는 분야의 글만 읽지 말고 다른 분야의 글도 읽어보라고 권한다. 늘 읽던 분야의 글은 그 분야의 문법에 익숙하기 때문에 쉽게 읽힌다는 장점도 있지만, 글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정형화될 수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다른 분야의 글도 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익숙한 문법을 벗어난 다른 분야의 글을 읽는 것은 낯선 경험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낯섬이 뇌를 자극하고, 새로운 시선을 자극한다. 예를 들어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면 논픽션이 새로운 영감을 줄 수도 있을 것이며, 논픽션을 쓰는 사람이라면 소설이나 시, 인문학 서적이 실마리를 던져줄 수도 있을 것이다.
다양하게 읽는 만큼 글을 익히기 좋은 방법은 마음에 드는 작가 하나를 골라 연대기적으로 파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작가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문장이 어떻게 발전해 가는지를 볼 수 있고, 작가 특유의 문장이 어떻게 구성되는 지 배울 수 있다. 이는 내 지문이 될 문체를 잡아가는 데 도움 받을 수 있다.
글을 그대로 따라쓰는 필사의 과정은 완벽하지는 않아도 작가의 생각을 따라가 볼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된다. 문장에 대한 연습도 된다. 한 글자 한 글자 옮기는 과정에서 문장을 자세히 들여다 봄으로써 문장에 대한 이해도 높이게 되고, 작가의 표현법도 배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필사는 시간이 들더라도 꼭 한 번 해 볼만하다. 책 전체를 적어보면 좋은데, 이는 작가가 글을 쓴 전 과정을 따라가는 것이라 일부만 필사하는 것과는 완료 후 배우고 느끼는 것에 있어 더 깊이있다. 다만 장편을 필사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으니, 좋아하는 단편이나 중편을 선택해도 좋고, 장편에서 마음에 드는 챕터을 골라서 써보는 것도 좋다.
한 가지 더 팁을 전하자면 필사를 할 때는 키보드로 입력하는 것도 좋지만, 무리되지 않는다면 손으로 필사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느린 호흡으로 글자 하나 하나를 따라 쓰다보면 같은 문장을 옮겨도 오감으로 받아들이며 필사하는 과정을 겪기 때문에 더 많은 부분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