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즈초이 Jul 14. 2023

집안일 아웃소싱에 너그러워지자

스터딩맘 생존법-3

나는 스트레스 많고 저질체력인 스터딩맘이었다. 학업과 일과 육아와 살림에 매일 치였다. 게다가 남편은 새벽부터 일을 나가야 하는, 나보다 바쁜 사람이었다. 집안일은 크게 도움이 안 되지만...육아에 있어서는 최선을 다해주기불만은 없다.


아무튼 나에겐 가사와 육아를 도와줄 사람 혹은 물건이 처절하게 필요했다. 처음에는 돈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사는 것이 꺼려졌다. 첫 번째 이유는 집 안에 내가 모르는 사람이 오는 것이 싫어서, 두 번째 이유는 내가 돈을 잘 못 버는 신분인데 가사에 돈 쓰는 것이 괜히 눈치 보여서였다. 하지만 대학원 복학 후 한달 만에 짜증이 폭발했고, 아웃소싱을 최대한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셋팅한 아웃소싱을 사람과 물건으로 나누자면 다음과 같다.


1) 사람(서비스)

청소: 청소서비스 어플 활용해 주 1회 대청소 맡기는데 특히 화장실 청소가 꿀

반찬: 국/반찬 주2회 배달해 집밥 먹은 후 외식비 지출 방어

육아: 토요일 오전 놀이선생님 방문


2)물건

식세기: 내 삶은 식세기 이전과 이후의 삶으로 나뉜다

로봇청소기: 물걸레 키트까지 끼우면 집이 반짝반짝

건조기: 빨래 너는 불필요한 시간이 단축 

인스턴트팟: 이유식, 국 다 해주는 기똥찬 멀티쿠커


아웃소싱으로 다과 먹을 여유도 생겼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셋팅한 아웃소싱은 내면의 평화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내가 초반에 집안일 서비스를 꺼린 2가지 이유는 더 이상 이유조차 안 된다.

첫 번째, 집 안에 내가 모르는 사람이 오는 것이 싫어서? 내가 모르는 수많은 외부 사람들이 우리 집에 드나든 지 이미 5년은 족히 넘었다. 물론 그중엔 정말 이상한 사람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청소하러 와서 굳이 요리를 하시더퇴근한 경우, 쓴 걸레를 모조리 모아두더니 나보고 빨라며 일찍 퇴근한 경우 등.

그래도 대부분의 경우 만족했다. 나의 일을 대신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나의 노동력을 아끼고 아이와의 시간에 더 집중할 수 있으니 그 정도 불편함은 감수하게 된다. 심지어 지금은 둘째를 봐주시는 이모님과 동고동락 중인데 우리집 곳곳을 아셔서 민망할 때가 있다. 그래도 날 도와주시는 분이 안 계시다면 이렇게 글 쓸 시간조차 없었을 것이니 매우 감사하다. 자본주의 만세!

 

두 번째, 내가 돈 잘 버는 워킹맘도 아닌데 가사에 돈 써도 될까? 이 생각은 내 주변의 스터딩맘 친구들이 일반적으로 가진 생각이었다. 공부를 하는 이 순간은 학비부터 마이너스 아닌가. 그래도 나는 아웃소싱을 투자라고 생각했다. 매일의 단정한 집을 유지할 수 있어서 우리 가족 모두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의 일을 옆에서 보고 배우는 것도 무시 못 하는 게 나의 살림역량도 꽤나 성장했다. 무엇보다 나의 체력을 조금이라도 아껴서 공부/일에 집중하는 게 더 가치 있었다. 스터딩맘이라면 가족을 위해서라도 빨리 공부를 끝내는 게 중요하니까.


글을 마치며 생각해 보니 학업과 육아의 병행을 가능하게 한 것은 작금의 기술의 발전인 듯하다. 예를 들어 과거에도 이러한 가사서비스가 있었으나 부유층 가정에 다소 국한되었다. 이제는 청소와 육아와 같은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어플들이 많이 개발되어서 손쉽게, 가성비 있게 이용할 수 있다. 건조기, 식세기 등의 제품은 매년 발전되어 가사노동의 해방에 기여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을 활용해 가정주부가 가족과의 시간과 커리어 계발에 투자할 수 있으니 다행인 세상이다. 그러니 내 딸아, 현모양처는 꿈도 꾸지도 말려무나





이전 14화 스터딩맘의 미니멀라이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