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니멀라이프를 처음 접했던 시기는 막 그 단어가 국내 살림여왕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타기 시작하던 때였다. 처음 아이를 키우던 집은 15평 정도의 크기였다. 3인 가족이 지내기엔 너무나 좁았고, 국민 육아템들을 들여놓을 때마다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방이 2개였던 집에서 방 하나는 가족이 일상적으로 지내는는 방으로 썼고, 나머지 하나는 창고방으로 썼다. 창고방엔 옷과 각종 육아템이 꽉 채어져 있었고, 구석 한편에 작은 컴퓨터 책상이 있었다. 그 책상은 논문과 과제 관련 프린트물이 늘 쌓여있었다. 작고 어지러운 그 책상에 앉아 박사 수료까지 했으니 나름 애증이 가득한 물건이었다(그 후 넓은 집으로 이사 가며 처분함)
작은 집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작은집 살림법, 작은집 정리법과 같은 콘텐츠들을 접하게 되었다. 관련 컨텐츠를 보다보니 자연스레 미니멀리즘이란 알고리즘으로 빠지게 되었다. 즉, 살림공부하다 발견한 가치관인데 그것은 신세계였다. 불필요한 물건의 소유를 줄이고 남는 공간과 에너지를 나를 위해 쓰는 것! 너무나 매력적이지 않은가.
빈 공간의 포인트는 더욱 아름답다
빈 벽의 조명 하나
몇 년간 안 쓰는 물건들은 처분하고, 어떤 물건을 살 때는 꼭 필요한지를 되물었다. 이미 갖고 있는 물건을 다용도로 쓸 수 있으니 굳이 새로운 물건이 필요하지 않았다. 시어머니가 오래 쓰시던 벤치의자를 물려받아 안방에서 다용도 테이블로 썼다. 집 안의 물건이 줄어드니 마음의 안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통제성이 있는 성향이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선 스트레스를 느끼곤 했다. 그런데 창고 구석, 서랍 구석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알게 되니 마침내 내가 살고 있는 집을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정주부로서 내가 집을 잘 관리할 수 있다는 효능감은 공부를 하는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깔끔하고 따뜻한 집의 느낌은 아이를 키우는데 꼭 필요한 환경적 요소라 생각한다. 아이들은 단순하고 예측가능하며, 기분 좋은 공간이 필요하다. 미니멀리즘은 내가 타이트한 박사과정을 밟으며, 아이를 키우는 동시에 단정한 살림을 꾸려나가는데 일등공신이었다. 공부와 육아에 나의 모든 에너지를 집중했고, 정리정돈에는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했지만 나름대로 단정한 공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주방정리도 최소화
나는 아이가 잠든 후 청소를 하곤 했는데 그 과정이 간소화되니 정리정돈에 에너지를 적게 쓸 수 있었다. 특히, 미니멀리즘을 아이에게도 적용하여 무분별하게 장난감과 책을 사주지 않았던 점이 유익했다. 친숙하고 깔끔한 공간은 내가 바로 집중모드로 돌입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아이도 자신이 갖고 있는 장난감을 최대한 활용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놀게 되었으니 서로 win-win인 셈이다. 아, 남편에게도 win이다. 자연스레 생활비도 절약되면서 n년차 생활비 동결효과가...! 덕분에 돈 못 버는 스터딩맘도 당당할 수 있다.
난 나에게 딱 도움이 될 정도로만 적당한 수준의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했다. 둘째가 태어난 이후엔 거대한 육아용품이 많아져 맥시멀이 되어버렸지만 괜찮다. 마음속에 지닌 미니멀리즘 정신 한 스푼은 애둘 워킹맘의 균형 잡기에 여전히 일등공신이다. 바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한 듯하다. 나의 일과 보금자리를 단정히 가꾸어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