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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즈초이 Mar 14. 2023

두 마리 토끼를 위한 목표점수는?

스터딩맘 생존법-1

풀타임으로 대학원을 다니던 한 날에 4살 아이의 선생님이 반 친구들 대부분이 기저귀를 뗐다고 했다. 그 얘기에 자극받고 아이의 배변훈련을 급진전시켰다. 기저귀를 떼고 등원에 성공한 지 3일 되던 날, 이게 웬걸. 아이가 카시트에 오줌을 싸고 말았다. 오줌에 쩔은 카시트를 오후 내내 그대로 둘 수 없었다. 시트를 분리해서 대학원 연구실로 가져가려는데 하필 주차 자리가 산꼭대기뿐이었다. 커다랗고 시꺼먼 시트를 들고 고개를 하염없이 내려갔다. 연구실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서 시트를 열심히 빨고는 창문에 말렸다. 학교에서 카시트 빠는 대학원생은 나밖에 없겠지.


그날은 이상하게 학교에서 일이 꼬였다. 일이 안 그래도 많은데  주어진 데다, 사소한 트러블도 생겨서 집중이 안 되었다은근 소심한 스타일이라 인간관계에서 트러블이 생기면 착잡해지곤 한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도 안 날 것을. 아무튼 어린이집 하원시간이 되자 햇볕에 80% 마른 시커먼 카시트를 들고 아이를 만났다. 집으로 운전을 하다 아파트가 보이는 순간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저 집에 도착해서 아이를 돌볼 내용들을 생각했을 뿐인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오늘처럼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은 그저 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차라리 대학원만 다니거나 차라리 육아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다시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왔다. 


그런데 어떻게 하겠는가. 두 가지를 다 하려고 다짐한 사람은 나 자신인 걸. 육아와 학업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현실적이고 부담스럽지 않은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에서의 작은 성취에 즐거워하며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야 한다. 어차피 백점만점 엄마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니 굳이 자책할 거리를 만들 필요가 없다. 나의 경우, 대학원에 복학할 때 학업과 육아 모두  70점만 넘기자는 목표를 세웠다. 보통 자격증 시험에서 70점이 커트라인인 경우가 많지 않은가. 70점은 다소 부족한 듯 느껴지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금방 상위권에 닿을 수 있는 점수다.



한 계단 한 계단씩 작은 성취


육아와 학업을 주체적으로 병행하다보니 촛불이 모조리 연소되어 꺼지는 느낌으로 매일 잠들었다. 그래도 그 하루가 한 달이 되고 1년이 되고 여러 해가 되었다. 그동안 신생아는 유치원 입학을 앞둔 어린이가 되었고, 드디어 나는 졸업했다.


결과적으로 나 스스로는 두 과목에서 70점 이상은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원래  과목은 합격하기 쉬워도 두 과목 모두 합격하긴 어렵지 않은가(나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아무튼 나는 매우 만족한다.


스터딩맘은 주기적으로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같은 생활을 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꼭 나오는 말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려고..." 이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자식까지 고생시키며 이 짓거리를 하고 있을지에 대해 서로 신세한탄하다 하원시간에 급 자리를 파하곤 했다.

 

그래도 두 과목 모두 70점만 넘기자는 융통성 있는 마음가짐 덕분에 자괴감의 우물에서 나오며 경주할 수 있었다. 스페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완벽을 추구하지 마라. 어차피 완벽하지 못 할테니까'라는 명언을 남겼다. 육아와 학업이라는 거대한 두 토끼를 잡는데 있어 완벽하려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은 장기전에서 내 에너지만 갉아먹을 뿐이다. 차라리 가족여행 계획을 세워보는 게 더 나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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