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워킹맘
'졸업만 해 봐라'는 심정으로 5년을 버틴 끝에 드디어 나의 몸은 자유로워졌다. 스터딩맘은 이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일단 둘째가 생겼다. 아이가 한 명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줄곧 했지만 졸업이 먼저라는 생각에 미루고 있었는데, 졸업과 동시에 가족계획을 실현시켰다(부모 둘 다 파워 J형). 그것도 그토록 기대하던 딸래미라니...! 4년만에 아기를 보니 정말 너무나 예쁘다. 물론 아기의 미소에 행복하다가도 애 둘 육아의 고단함에 내가 도대체 무슨 일을 벌린건가 싶기도 하다.
둘째가 태어난지 2개월째부터 프리랜서로 강의 일을 시작헸다. 신체적으로 회복이 덜 되긴 했지만 집에만 있으면 정신적으로 힘들었기에 집을 박차고 나왔다. 첫 해는 업무로드를 적게 가져가려고 했지만, 일에 발을 담그다보니 그새 좀 커진 느낌은 있다. 현재 대학 2~3군데와 기업에 틈틈히 출강하고 있다. 강의준비 하는데 적잖은 시간이(실제 강의시간 x10 정도) 소요되는지라 스트레스도 되지만, 강의가 적성에 잘 맞고 성취감을 주는지라 삶에 활력이 된다. 일을 통해 얻는 것이 더 많다.
어린 아이들을 케어하면서 틈틈히 일을 할 수 있는 데엔 풀타임 이모님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지금 둘째를 맡고 계신 이모님은 3번째로 바뀐 분인데, 그간 이모님과 관련된 마음 고생을 적잖이 했다. 이모님들이 보통 한 두달 일해보고 그만두시는 경우가 많아 구인만 해도 적잖은 부담이었다. 이모님 불편하시지 않도록 나름대로 잘 해드리는데도 나 때문에 그만두시는거인가 싶어 자책도 했다. 아무튼 지금 이모님 덕분에 집, 카페, 일터를 왔다갔다하며 육아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3대가 덕을 쌓아야 이모님 복을 받는다던데, 조상님 감사합니다.
애 하나의 스터딩맘이 애 둘의 워킹맘이 되었지만, 큰 틀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매일 매일 눈 앞에 놓여진 일일을 처리하며 바쁘게 산다. 첫째 등하원하고 공부를 시키고, 둘째를 돌보고 이유식을 만들고, 중간중간 강의준비를 하며 강의를 다닌다. 별일 없이 사는 지금 이 삶은 사실 내가 10년 전에 꿈꾸던 삶이다. 나의 가정을 만들어 아이들을 양육하면서도 커리어를 계속 쌓을 수 있도록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 것. 소속이 없는 지금 이 상황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엄마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유동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음에 박사학위가 도움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학위는 자격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지만, 나란 사람에게 일을 맡김에 있어 최소한의 자격은 부여해주니까 말이다. 학위 외에 스터딩맘의 결실이 또 있다면 바로 자긍심이다. 엄마로서 사회인으로서 정말 열심히 살았던 노력에 대한 자긍심. 앞으로 사회에서 20년은 일을 더 할 텐데, 젊은 날에 매진한 노력을 잊지 않고 지속해서 나아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