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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선임 Sep 03. 2021

이제는 함부로 아파서도 안 돼

아프다고? 코로나 걸린거 아니야?

어느 날처럼 출근하던 아침. 걷는 에너지가 어제와 다르다는 느이 들었다. 머리는 왜이렇게 깨질 것 같은지... 분명 엊그제부터 피곤하다는 핑계로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났는데 이상했다. 오후 근무가 시작되니 확실하게 알았다.


아, 감기 걸린 것 같아...


온몸이 누가 때린 것처럼 아프다. 살짝 느껴지는 이마의 미열. 아픈건 둘째치고, 집에가서 애는 어떻게 보려나 바로 걱정이 들었다. 그리고 뇌리를 스쳐가는 '코로나'. '설마 아니겠지..' 하면서도 요 며칠 간 내가 마주친 사람들을 떠올려다.


퇴근하고나서 집에 있는 타이레놀을 한 알 물로 넘겼다. 먹고나니 제법 괜찮아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이렇게 넘어가길 바랐으나, 밤새 나는 끙끙 앓았다.  큰일이네.


아파서 정신이 혼미한 무의식 중에 눈을 감고서 용케도 손을 더듬더듬하며 침대 밑에 있는 온수매트 전원을 켰다. 몸을 뜨뜻하게 지지고 얼른 낫겠다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도 들었나보다.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단 하나.


'빨리 나아야 돼. 단 1시간이라도..'


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밤새 아기도 이앓이를 하느라 울며 깼다. 발 잠들어달라고 간절히 빌며 튼튼이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재웠다. 한 다섯번을 깼다가 잠들었을까? 이제 아기가 제대로 잠든 것 같더라니, 시계를 보니 새벽 다섯시 반이네. 아놔, 원래 일어나는 시각이 다 되어가고 있다.


한시간 더 자고 눈을 뜨니, 온 몸이 더 무겁고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오늘 출근은 힘들겠다는 판단이 든 순간, 팀장님에게 휴가내겠다고 문자를 남겼다. 시터선생님이 오실 때까지 나갈 준비를 하며 아기를 보았다. 9시가 되고 시터선생님이 오시자마자, 나는 코로나 검사부터 하러갔다.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방에서 마스크를 쓰고 혼자 문닫고 지냈다.


열이 조금 떨어져서 37.3도. 목이 아픈 증상은 없어서 조금은 안심했지만,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왜 이렇게 떨리고 불안한지. 어젯밤에 튼튼이를 괜히 안아줬나, 너무 가까이 아이컨택한건 아닌가, 어제 아픈데 왜 열을 안 재봤을까, 등등 여러가지 후회가 물밀듯 몰려왔다.


가까이가서 안아주고 달래주고 싶은데, 혹시나 싶어서 꾸욱 참았다. 밥도 혼자 먹으려고 배달을 시켜서 먹었다. 새 마스크를 꺼내서 집에서도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내내 쓰고 있었다.


오후 3시, 음성이라고 문자가 왔다.


얼마나 속이 시원한지 문자를 보자마자 마스크를 벗어던져버렸다. 긴장하는동안 아픈걸 참았던건지 갑자기 온몸이 더 나른해졌다. 병원에 가서 몸살주사를 맞고 처방받은 약을 먹고 아기를 재우면서 나도 한숨 푸욱 잠들었다.


몸살이 낫기까지 이틀은 꼬박 걸렸다. 마음껏 아기를 안아줄 수 없었던 시간도 이틀이었다. 이제는 내 맘대로 아프지도 못하는 구나,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 새삼 무겁게 느껴졌다. 제는 함부로 아파서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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