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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선임 Jul 25. 2021

부드러운 너의 볼에 닿으면

아기를 재우는 여러가지 방법에 대하여.

튼튼이는 이제 150일차가 되었다. 어느 아기나 마찬가지이겠지만, 튼튼이를 재우는 일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신생아 시절부터 잠에 대한 고민은 끝나지가 않았다. '아, 이제 좀 괜찮아 지려나 보다.' 하면 새로운 과제와 고민이 귀신같이 다가왔다. 백일이 지나서부터는 우유만 먹고도 이런 강력한 힘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의 힘으로 잠을 거부하고 불어들어오는 잠에 괴로와서 표효하기도 한다. 


그동안 나는 아기는 발달 과정에 따라 재우는 방법도 조금씩 달라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요즘 튼튼이는 뒤집기가 매우 수월해져서 본인이 뒤집고 싶은 타이밍에 뒤집지 못하면 아주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기어이 뒤집고야 만다. 이 모습은 잠들기 직전에 매우 고조된다. 영유아 시절에 엎어져서 잠들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항상 똑바로 눕혀서 재우기를 시도한다. 하지만 항상 재우기 과정의 말미에는 기어이 뒤집어서 잠들고야 말더라. 


한번은 너무 재우기가 힘들어서 포기한채로 엎드려서 고개를 꺾고 누워서 울고 있길래 그 상태로 공갈젖꼭지를 물리고는 재웠다. 재우려고 노력한 것이 참 허망하게도 너무나 쉽게 잠이 들더라. 걱정이 되면서도 잠을 덜 괴롭게 드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 날 밤은 옆 침대에서 나란히 자다가도 중간중간 깨서 아기 등에 손을 대어 보며 숨을 잘 쉬고 있는지 확인해가며 선잠을 든 날도 있었다. 엎드려 자는 아기는 푹 자는데, 오히려 엄마인 내가 푹 잠들지 못하는 웃픈 상황. 


'차이의 놀이'라는 어플에서 알려주기를, 요즘 튼튼이가 150일 즈음인데, 이 때는 엄마와 아빠의 냄새를 기억한다더라. 뒤집으려고 바둥바둥하며 소리를 꽥 지르고 있는 튼튼이를 재우려다가 이 것이 갑자기 생각났다! 그래서 바로 튼튼이가 누워있는 상태에서 내가 옆으로 누워 바짝 붙어서 튼튼이 볼에 내 볼을 갖다 대고 쉬 소리를 작게 내주었다. 어라? 신기하게도 뒤집으려고 용을 쓰던 아기가 차분해지네! 


이 방법을 발견하고서는 그 뒤로 아기를 재우다가 힘든 순간이 오면, 따스하게 감싸안아주었다. 사실 튼튼이는 70일 전후에 수면교육을 했고, 그 뒤부터는 안아서 재우지는 않고 있다. (가끔 베이비시터 선생님은 안아서 재우시는 것 같다.) 나의 관절 건강을 지켜야 긴 육아를 버틸 것이란 생각에 강행했지만, 누워서 재우면서 확실히 내가 아기를 대하는 육아의 온도가 따뜻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안아줘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네. 무튼 포근한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볼까지 부비며 누워있는 아기를 안아주었다. 


내 볼이 닿으면 튼튼이는 어떤 기분일까? 왼쪽 어깨로 세워 안아서 엉덩이를 토닥토닥해주면 스르륵 잠들 때가 있는데, 그럴 때 꼭 본인 볼을 내 목에 붙여서 기대어 잠들곤 한다. 그 때 기분과 비슷한걸까? 너를 안아주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 중에 나를 알아보는 걸까? 푹신한 베개도 보드라운 천도 아니지만 내 품도 엄마 품이라고 안겨서 끼잉끼이잉 잠꼬대를 하며 잠드는 날에는, 이 천사같은 아기를 안아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잠이 와서 투정부리는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아기의 얼굴을 계속 쳐다보며 아기 옆에 누워서 아기의 머리칼을 쓸어주며 푹 자기를 바라다 보면, 이 천사같은 아기가 달콤한 꿈을 꾸기를 바라게 된다. 아침이 되기 전에 갑자기 잠이 깨버려서 칠흙같은 어둠에서 눈을 떠서 무섭지 않도록, 밝고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들어서는 그 시간까지 곤히 잠을 청할 수 있도록 매일 밤 쌔근쌔근 잠든 얼굴을 보며 바라게 된다. 


잠든 아기가 깨지 않도록 슬며시 일어나서 허리근육이 훅 당겨서 주먹으로 툭툭 쳐준다. 작은 소리라도 내면 안된다. (어떻게 재운 잠인데!) 공갈젖꼭지를 물고 곤히 잠든 튼튼이를 내려다 본다. 몰아치는 잠을 거부하다 눈물샘에서 짜내어진 눈물 큰 한 방울이 튼튼이의 오른쪽 눈꼬리에 동글동글 맺혀있다. 가제손수건으로 닦아줄까 하다가 혹시나 간지러워서 잠에 깰까봐 그냥 둬본다. 이제 앞으로의 밤에는 튼튼이의 눈물 방울이 조금씩 더 작아지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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