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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Dec 19. 2016

인도 101 - 신

신만큼 중요한 돈

인도사람들은 신을 사랑한다. 종교가 이렇게 삶과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신에대한 인도인들의 사랑이 어느 정도냐면 자동차 대시보드 위에 가네샤신 조각을 놓아두는 것은 기본, 핸드폰 배경화면 역시 신, 심지어 클럽의 디제이 부스 옆에도 신의 조각상을 갖다 놓는다. 이쯤되면 약간 무서울 정도. 자동차 사이드 미러에 신의 얼굴을 스티커로 붙여놓는 사람도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사이드 미러 잘 안본다;;)

병원의 진찰실 문에 붙어 있는 가네샤 신
자동차 앞유리에 스티커는 왜 붙여놓는데. 앞을 보라고.

그렇다고 인도인의 삶이 막 경건하고 그렇진 않는다. 다큐멘터리에서 보는 강에서 목욕하고 기도하는 모습은 바라나시 한정인듯. 물론 기도를 많이 하긴 한다. 새벽 5시만 되면 저 멀리 사원에서 기도하는 소리가 들린다. 사원도 도시 여기저기에 정말 많다. 힌두교 사원, 시크교 사원, 성당이 한 도시에 동시에 존재하는것도 매우 흥미롭다. 더 신기한건 시크교 사원에 가도 힌두교 신자가 반쯤 된다는 거다. 시크교가 약간 여러 종교가 섞여서 그런걸 수도. 힌두교 사람들에게 신의 모습을 보는 장소나 형상은 별로 중요한게 아닌것 같다. 기도드릴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어디서나 가능해 보인다. 심지어 교회도 약간 인도스럽다. 알록달록한 아기예수와 성모 마리아가 유리벽 안에 전시되어 있다. 예수님의 인도버전. 유럽식 교회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정말 문화충격이다. 한국의 기독교 신자들이 이런 인도의 교회를 보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이들의 기도하는 마음과 신에 대한 믿음을 가짜라고 할 수 있을까. 신을 믿는 방식에 잘못된 것이란게 존재할까.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 그거 하나면 충분한거 아닐까.

인도를 여행하다보면 종교와 생활이 아주 밀접하다는걸 자주 느낀다. 성과 속의 구분이 없는것 같다. 그런데 속이 성으로 올라간게 아니라 성이 속으로 내려온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신을 좋아하는 인도인이 더 좋아하는게 하나 있으니 그건 바로 돈이다. 돈을 아주 당당하게 요구한다. 한번은 꾸툽미나르에서 경비아저씨가 갑자기나타나서는 사진 찍어주겠다고 하고 여기서봐라 저기 서봐라 하고 한 다섯장쯤 찍어주더니, 잘가 하는 말투로 "MONEY" 라고 말했다. 다른 말도 없이 '돈' 이러니 당황할 수 밖에. 방글라사힙이라는 사원에서 일하는 분들의 터번이 멋있길래 같이 사진찍자고 하니 대뜸 '돈 줄꺼야?' 라고 물어본다. 내가 응?이러니 'Money, money' 하고 되풀이까지 해준다. 게다가 표정을 어쩜 그렇게 천연덕 스러운지. 인도 사람이 사기를 잘 칠 수 있는것은 세상에서 가장 순진한 미소 때문일듯. 신을 모시는 사원에서 일하는 사람이 이래도 되는거야? 라고 생각했지만 이들에게 신은 신이고 돈은 돈인듯 한다. 성스럽다고 돈을 밝히지 않는것은 아닌. 이게 당연히 줘야 하는 관례같은게 아니고 그냥 한번 찔러보는거다. 돈달라고 해서 혹시나 주면 그날은 횡재하는 날이다. 게다가 돈을 바랄정도의 노동을 한것도 아니고. 인도가 사기꾼이 많다는 악명을 사고 있는 이유가 이런거다. 돈을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요구해서.

주황, 파랑 터번으로 장식한 사원에서 일하는 분들. 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거지와 사기꾼이 너무나 많은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게 참 쉽지가 않다. 가난한 사람들의 당당한 돈 요구를 무시하고 나면 밀려드는 죄책감은 어쩔수가 없다. 가난은 보는것 조차 편하지가 않다. 이런 가난한 사람들에게 신과 돈 둘다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다. 신은 그들의 정신을 붙들어주고 돈은 그들의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 이해는 되지만 적응하기는 힘든 나라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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