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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이태원 프리덤

by 썸머

내가 이태원을 좋아하게 된 계기에 대해 생각해봤다. 처음 이태원에 가 본것은 아마도 2009년 쯤 이었을 거다. 학교와 집. 이 두 도시가 나의 세상에는 전부였던 시절. 여행다니는것은 좋아했지만 정작 동네를 벗어나서는 돌아다닌적 없는 아무것도 모르는 꼬꼬마 시절. 이태원에는 아마 맥주 마시러 갔던것 같다. 베이비 기네스. 그때도 이태원은 재밌는 곳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태원을 좋아하기에는 그 동네는 물가가 너무 비쌌고 난 돈없는 학생이었다 .

시간이 흘러 다시 찾은 이태원은 신세계였다. 여전히 물가는 비쌌지만 자꾸 가다 보니 엄청 싼 곳도 많았다. 한끼 식사에 인당 3만원이 기본인 레스토랑도 많지만 바로 옆에는 샷 한잔에 3천원쯤 하는 싸구려 술집도 있다. 90년대부터 존재한 가죽시장부터 지금 가장 힙한 바까지. 이곳은 다양한 인종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 다양한 물건, 다양한 음식, 다양한 시간이 혼재되어 있는 이상한 곳이다. 이런 이상한 점이 이곳의 매력이다. 어딘가 촌스럽고 낡아빠진 이 동네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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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에서 놀다보니 좀 더 오래 놀고 싶어졌고 그러다보니 이곳에 살고 싶어졌다. 그래서 살기로 결심했다. 가족도 친구도 아무도 없는 이 동네에, 언제 지은지도 모르겠는 낡아빠진 빌라에 살기로 마음 먹었다. 솔직히 미친짓 이라는건 나도 안다. 이 동네의 단점을 꼽으라고 들면 끊임없이 댈 수 있다. 여긴 낡고 더럽고 치안이 좋지 않고 시끄러운 동네다. 언덕에 있고 주차하기도 엄청 어렵고 주말엔 사람들로 넘친다. 이런 모든 단점에도 이 동네는 매력적이다. 이곳에서 살면 이동네가 싫어질것 같지만 그럼에도 살아보지 않고는 못배기겠다. 결국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어떤 이유에서건 난 이곳에 반했고 모든 면을 보면서 이곳의 좋은 점에 대해 떠올리겠지. 분명한 단점을 보면서도 이건 아무 문제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는 장소를 바꾸는건 꽤 큰 결심이 필요하지만 지금이 아니고는 못할것 같았다. 일단 저지르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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