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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Jan 29. 2018

이케아 벽걸이 식탁

IKEA NORBERG

이사온지 2년이 되어 가는 이 시점에도 우리가 또 가구 쇼핑을 하게 될 줄을 상상도 못했다. 15평짜리 집에 어째서 가구가 끊임없이 필요한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번에 바꾼 곳은 옷방이다.

방에 들어가면 양 옆으로 옷장이 있는 구조.

난 이 형식이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가운데 서서 오른쪽 왼쪽에서 옷을 꺼내서 착착 갈아 입고 옷장 공간에서 나와서 화장대 위에 있는 거울 보고 준비 끝. 아침에 일어나서는 옷방에 와서 샤워가운만 꺼내들고 샤워하러 가고. 동선이 딱딱 들어 맞는다고 해야 할까. 여튼 이 구조를 꽤나 마음에 들어하고 있었는데 이걸 바꿀 일이 생겨버렸다.

생활에 불편이 있었던건 아니고 직업상의 이유로 집에서 재택을 해야 할 일이 생겨 버렸다. 그것도 남편과 나 둘다. 한명은 컴퓨터 책상에서 일하면 되는데 나머지 한명이 문제였다. 식탁에서 일하자니 하부장이 딸려 있는 아일랜드 식탁을 사용하고 있어서 일하기엔 목이 너무 아팠다. 접이식 테이블이 있어 바닥에 깔아놓고 해보기도 했는데 하루종일 아빠다리하고 일하려니 허리가 아팠다. 매일 카페에 가서 일하자니 귀찮기도 하고 커피값도 너무 많이 들어서 책상을 하나 더 사기로 마음먹었다. 몇천원 커피값을 아끼기 위해 책상을 구입하는 것이 좀 앞뒤가 안맞아 보이긴 하다만 그래도 집이 좋으니까!


이유야 어쨌든 책상을 들여놓은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에겐 별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집이 좀만 더 컸어도 ㅠㅠ 서재도 있고 하는건데 그런거 없으니 옷방에 설치하기로 했다.


이 작은 공간에 어떻게 책상을 들여놓나 고민하면서 이케아를 돌고 있는데 마침 구석에서 보석같은 아이를 발견했다. NORBERG 라는 이름의 벽 고정형 접이식 식탁이었다.

 출처: 이케아 공홈

이정도 크기라면 벽에 설치해서 사용하면 유용할 것 같았다. 가격도 5만원으로 저렴했다. 다만 문제가 두가지 정도 있는데 벽에 이걸 고정 시켜야 하기 때문에 벽에 구멍을 뚫어도 괜찮은 집이어야 하고(허락을 구할 수 있는집?) 콘크리트를 뚫을 수 있는 해머드릴이 필요했다. 이걸 이사오면서 진작에 사놨으면 두고두고 잘 썼겠지만 가격도 비싸고 해서 구입하지 않았더니 꼭 이렇게 필요한 일이 생긴다. 다행히도 인터넷을 뒤져보니 근처에 빌려주는 곳이 있었다! 해방촌 도시재생지원센터 라는 곳인데 너무너무너무 친절하게 상담도 해주시고 드릴을 빌려주시기도 하셔서 감동받았다. 역시 사람은 서로 친절한게 최고야. 요새 무례한 사람들 때문에 너덜너덜 해졌는데 의외의 곳에서 친절한 사람을 만나니 또 인류애가 솟아났다.


드릴을 빌려와서 토요일 점심시간 무렵에 설치를 시작했다. 일단 왼쪽에 있던 장롱을 오른쪽으로 옮겨서 한 쪽 벽면에 붙였다.

콘크리트에 구멍뚫기는 생각보다 힘든 작업이었다. 일단 콘트리트 가루가 엄청나게 쏟아지니 밑에 페인트 칠할 때 처럼 바닥에 신문지라도 깔고 작업하는게 좋을 것 같다. (뚫을때 청소기를 옆에 대면서 빨아들이는 방법도 있네요) 아무 것도 없이 했다가 청소하느라 죽을뻔. 그리고 집이 오래되면 콘크리트가 경화되서 잘 안 뚫린다고 한다.

어디에 뚫을지 미리 표시해 놓고 일단 얇은 걸로 작게 뚫고 점점 구멍을 넓히면서 작업했다. 그래도 안되는 곳은 콘크리트 못으로 좀 박아서 흠집을 내 놓고 그 위에 다시 드릴로 뚫었다. 이게 하다보면 비트(구멍 뚫는 팁?막대기?)가 열을 받아서 엄청나게 뜨거우니 손으로 만지지 맙시다.

콘크리트에 설치는 나사로 하면 빠질 위험이 있어서 앙카를 먼저 박고 거기에 나사를 넣었다. 이게 말로 하면 별로 어렵지 않아 보이는데 콘크리트가 정말 정말 안 뚫려서 고생했다. 계속 비트를 바꿔가면서 뚫고. 구멍을 6개를 뚫어야 해서 더 힘들었다. 조립이 어려운 건 없었는데 벽에 구멍 뚫느라 거의 2시간은 설치한듯. 책상을 받쳐줘야 하니 못을 제일 긴 걸로 썼는데 그랬더니 깊게 뚫어야 해서 더 힘들었던듯. 앙카 박는게 꽤 어렵다. 잘 박히지 않을 때는 망치로 톡톡 쳐서 넣었다. 예전에 시공하시는 분한테 이 얘기 했더니 앙카 박는데 망치가 왜 필요해요? 이러시긴 했었다ㅋㅋ 앙카는 좀 널럴한 곳에 넣는것 같긴 한데 우린 뻑뻑하게 들어가는 정도로만 했다.


후 어떻게 어떻게 설치를 했다! 뿌듯. 처음에 상판만 하고 나면 애가 좀 덜컥거렸는데 밑에 지지대가 하나 더 있어서 그것까지 설치하니 흔들림 없이 잘 고정 되었다.

접혀 있을때의 상태
식탁을 펼치면 이렇게 된다.


설치하고 나서 바닥에 있던 그림들을 책상위로 올려주니 딱이다. 이케아 샘플 사진에서는 여기 앉아서 막 바깥의 하늘 보면서 식사하고 그러던데 우리집은 방범창이 맞아주고 있다. 창문 열면 바로 앞집 보임ㅋ 그래두 앉으면 하늘이 보이긴 하니 날씨 따뜻해 지면 시도해 봐야지!


일할 공간이 생긴것도 맘에 들지만 옷장을 저렇게 배치하니 의외로 방이 훨씬 넓어보인다. 전엔 몰랐는데 문 열자마자 옷장의 옆면이 보이는게 공간을 더 작아보이게 만들었던 것 같다. 여전히 문을 열면 화장대가 있긴 하지만 천장이 보이니 이전보다 더 커보이니 만족만족. 남편이 저기서 일하니 벽에서 오는 한기 때문에 춥다고 하긴 하지만 허리 안아픈게 어디야.


옷방이 옷방 겸 일하는 방이 되었다. 일할 곳 없어서 헤매던 생활을 청산하고 이제 진정한 재택 근무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남편과 각각 다른 방에서 일하니까 더 좋은 면도 있는 것 같다. 각자 일하다 밥먹을 때만 만나고. 이번에도 이케아 덕에 큰 돈과 공간 소비 없이 문제를 잘 해결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


옷방겸 서재
문을 열어놓으면 전보다 넓어보이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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