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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Feb 14. 2018

내가 다녀온 도시 F

터키, Fethiye

Fethiye



말을 하기 시작할때쯤부터 난 물을 무서워했다. 한번은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작은 아빠네, 삼촌네 모두 다같이 부산에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내가 식구들 중 누구라도 바다에 들어가려고 하면 우는 통에 아무도 해운대에서 물놀이를 못했다는 가족 전설(?)이 있다. 희한하게도 자라면서 물 공포증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물놀이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사람은 어느 날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처럼 변하는게 아니라 어느 시점부터 물을 좋아하게 됐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바다 수영이 이렇게 재밌는거구나 느꼈던 순간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투명한 물 위에 둥둥. 물에서 노는게 젤 재밌다.


그건 터키 페티예의 보트투어 였다. 페티예에는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갔다. 그런데 짚차를 타고 정상만 두번 올라가고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결국 타진 못했다. 재밌었을것 같은데 아직도 너무 아쉽다. 하기로 한 일이 없어지니 갑자기 되게 심심해 져서 같이 갔던 사촌동생이랑 패러글라이딩을 예약한 현지 여행사에서 하는 보트투어를 하러 가기로 했다. 터키는 지중해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뜨거운 태양과 파란 바다. 지중해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투명한 애매랄드빛 바다 하면 동남아지만 코발트 푸른빛은 지중해다.


아름다운 페티예의 해변


보트투어로 어디를 갔는지 그 위에서 뭘 했는지는 전혀 기억이 안난다. 기억나는 건 보트에 바다로 떨어지는 미끄럼틀이 달려 있었던 것, 내가 그 미끄럼틀을 미친 소리를 지르며 탔던 것 뿐이다. 처음에는 바다로 곧장 떨어지는다는 것이 너무너무 무서웠는데 어린애들도 하는걸 보고 나도 한번 해볼까?하는 마음이 들었다. 미끄럼틀을 타고 롤러코스터라도 탄것 마냥 으아아악 하고 소리를 지르며 내려가자 위에서 외국인들이 푸하하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들리자마자 정신차릴 새도 없이 바다로 떨어졌다. 바다 안으로 푹 가라앉더니 갑자기 얼굴이 쑥 수면밖으로 떠올랐다. 이렇게 재밌을수가!! 보트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일이 이렇게 재밌는건 줄 처음 알았다. 바다안에 들어가 있으면 아무소리도 안들린다. 평화가 이런건가 싶다가 꼬르륵 소리가 들리면서 푸하 하고 어느샌가 물밖으로 나와있다. 이 날 보트 위에서 몇번이고 바다속으로 뛰어들었다. 여행사에서 빌려주는 스노클링 장비를 쓰고 물에 머리를 박고 막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지중해는 참 따뜻한 바다였다. 바다에 둥둥 떠있기만 해도 재밌었다.

바로 이순간! 지중해로 뛰어들며 즐거워 하는 나

물은 무서워 할때는 근처도 가기 싫었는데 한번 좋아하고 나니 이토록 포근한 곳도 없었다. 그 뒤로도 스노클링을 즐겨하고 여름이면 온갖 수영장을 돌아다니며 지내고 있다. 우리 엄마는 내가 이렇게 물놀이를 좋아하는 것에 늘 놀라곤한다. 사람은 변하기 마련!


아름다운 나라 터키
파묵칼레는 사진보다도 더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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