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타일 까만줄눈을 가져보자
셀프 인테리어는 곧 개고생이다. 그 중에서도 으뜸은 타일작업이 아닐까...
실제로 인테리어 인건비중에 타일 전문가 인건비가 가장 비싸다고 함.
그 힘든걸 해냈습니다.
근데 제대로는 못해냈습니다만ㅋ 대충붙이고 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건 실패기에 가깝다.
일단 나의 로망은 하얀 타일에 까만 줄눈의 주방이다
참고로 왼쪽은 줄눈을 두껍게 오른쪽은 좁게 한 시공임.
하지만 현실은...
이러한 모양새임. 저 애매한 타일색 뭔데;;
우리집 주방은 아주 작고 평범하게(?) 촌스러웠다. 그리고 가까이서 보면 되게 더럽다ㅋ
일단 우리는 수납이 빵빵한 아일랜드 식탁을 쓸 예정이라 상부장을 제거하기로 한다. 이 모든걸 허락해준 주인아저씨 감사합니다
상부장에 달린 모든 나사를 제거하고 차례대로 떼어낸다. 옆의 장과 나사로 이어져 있으니 차례대로 제거해 주면 된다. 뒷면에 홈이 파여 있고 각목같은게 타일에 고정되어 있다. 여기에 상부장 뒷판에 나사를 박아 벽에 고정하는 형태임. 그래서 나사 다 풀었다고 바닥으로 쾅 떨어지지는 않는다.
사부장 제거하려면 사다리는 필수.
생각보다 엄청 무겁진 않아서 여자인 내가 밑에서 받혀주면서 둘이 다 제거함
참고로 우리집은 베란다가 없어서 세탁기 둘 공간이 화장실 밖에 없었는데 안그래도 구린 화장실이 더 구려지는 게 싫어서 오피스텔처럼 주방에 빌트인 세탁기를 두기로 했다. 그래서 원래 가스레인지 놓아두던 맨 오른쪽 장도 같이 제거.
전부다 떼어 냈더니 이렇게나 많다. 이건 폐기물 처리 해야 한다. 그냥 쓰레기 버리듯이 하면 벌금낸다. 동네 시공하시는 분들이 폐기물 처리도 같이 해주시니 전화해서 가져가 달라고 하면됨. 한번 부를때 2, 3만원씩 받으시니 모든 폐기물을 한번에 모아서 처리하는것이 좋다.
동네 시공하는데를 첨에 찾기 어려웠는데 인테리어나 시공, 집수리 라는 간판이 붙어있으면 들어가서 물어보면 된다. 자기들이 안하면 최소한 번호라도 알려줄거임.
암튼 저 상부장은 우리는 나중에 이사나갈때 상부장을 다시 설치할수도 있으니 안버리고 집앞 계단밑에 쌓아둠.
상부장을 떼어내니 한층 더러워보인다...
게다가 상부장 있던자리에 타일먼데ㅋㅋ 왜 붙이다 말았지
위쪽 타일들부터 제거해 본다.
타일 제거를 위해서는 헤라 라는게 필요하다. 이 헤라라는 명칭은 드라이버 같은 느낌이다. 드라이버도 십자들이버 일자드라이버 등이 있는것처럼 헤라 종류도 엄청 많다. 대충 납작한 부분과 손잡이만 있으면 전부 헤라라고 부르는 느낌...
실리콘 제거, 본드 펴바르기 등에 사용된다. 철물점 가서 용도를 말하면 아저씨가 알아서 골라주신다.
우린 칼헤라를 사용해서 타일을 제거하고 뿔헤라를 이용해 타일 본드를 발라주었다.
타일 제거는 타일 틈새에 헤라를 밀어 넣고 툭툭쳐서 더 밀어 넣고 넣은 상태에서 지렛대 처럼 헤라를 앞으로 들어주면 들려서 앞으로 떨어진다.
타일을 몇개 제거해 보니 다 제거하려면 품이 꽤 들것 같다.
게다가 타일이 넓어서 그런지 자꾸 깨짐 ㅠ 위험해 보여 몇개 제거하다 말았다.
타일 가게 아저씨에게 여쭤보니 타일 위에 덧붙여도 된다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함. 이렇게 타일 위에 타일을 붙이는 방식을 덧방이라고 한다.
덧방 하기로 결정하니 맘이 편해진다.
인테리어 하면서 젤 재미없는게 철거다.
원래 붙어있던거를 떼어내고 표면을 매끈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진짜 재미도 없고 기술도 엄청 필요하고 힘도 엄청 든다. 표면을 깨끗하게 만들지 않으면 잘 붙지도 않음. 나중에 떨어질 위험도 있고. 중요한데 재미없는 작업이라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을 추천.
암튼 우리는 철거는 생략하고 덧방의 길을 택했다. 타일 가게 아저씨가 한번 정도 덧방은 괜찮댔어...
여기까지 끝냈으면 드디어 타일을 붙이!는 것이 아닌 청소를 해야 한다. 단지 깨끗해 보이게 하려는게 아니고 타일 붙이는 면이 평평해야 한다. 그래서 실리콘 같은게 붙어있으면 칼로 잘 썰어서(?) 제거해 줘야 함
이제 드디어 타일을 붙여보자. 여기서 준비물은 타일, 타일 줄눈제, 줄눈간격제, 수평자, 세라픽스(본드), 타일커팅기
일단 우리집은 원래 타일이 붙어 있었기 때문에 수평을 따로 맞추지 않고 원래 타일을 기준으로 붙여 나갔다. 밑에서 부터 위로 붙여나감. 세라픽스를 헤라로 떠서 벽에 바르고 그 위에 타일을 붙인다. 그런데 처음에 저 줄눈제를 사오질 않아서 대충 눈으로 간격 맞추다 여의치 않아서 나무 젓가락으로 간격을 맞추었다. 끝부분을 위해 타일 몇개는 커팅기를 이용해 반으로 잘라둔다. 커팅하는건 의외로 재미있음. 반으로 딱 잘 잘라졌을때의 그 기쁨.
일단 이 과정이 전부 다 잘못 되었다ㅋㅋㅋ 여기서 부터 실패가 시작되었다고 보면 됨.
1. 세라픽스를 최대한 얇게 발라야 한다. 저 본드가 찰흙같은 재질이라 두껍게 바르고 타일을 붙이면 딱 고정되는게 아니라 중력때문에 밑으로 밀림. 그리고 옆에 타일 붙이면서도 계속 움직인다.
2. 세라픽스를 얇게 바르고 바로 타일을 붙이는게 아니라 몇분 기다렸다 붙여야 단단하게 고정됨.
3. 줄눈간격제는 필수였다. 단지 간격을 일정하게 하는것 뿐 아니라 타일이 밀려서 밑으로 떨어지는것을 받혀준다. 무조건 사야함. 이거 없이 시작하지 마세요. 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줄눈간격제 사서 다시 했다. 줄눈간격제란 십자가 형으로 생긴 작은 플라스틱인데 이걸 타일 사이사이에 꽂아서 간격을 일정하게 맞춰야 한다. 접착제가 바로 굳는것이 아니라서 얇게 바르고 타일을 붙이더라도 타일의 무게 때문에 밑으로 밀리게 되어 있다. 그래서 줄눈간격제가 더욱 필요하게 된다. 당연하게도 무거운 타일일수록 잘밀림. 작고 가벼운 타일이 쉽긴 하지만 이 거대한 벽을 다 채우려면 작으면 일도 많이 해야 해서 그것도 고생임. 암튼 줄눈간격제는 필수품! 대체 가능한게 없습니다. 게다가 동네 철물점에서 잘 안판다. 크키가 워낙 다양해서임. 난 줄눈이 잘 보이는걸 원했기 때문에 가장 두꺼운걸로 문고리닷컴에서 구매했다.
4. 맨 밑줄의 타일을 받혀줄 공간이 없었다. 세라픽스 마르는데 하루는 걸리는데 하루 지나서 와보니 맨 밑 줄의 타일 몇개는 중력을 못이기고 밑으로 반쯤 밀려나 있었다.
5. 타일 붙이느라 수전을 제거 했었다. 다시 붙여놓긴 했는데 제대로 못했는지 물이 계속 샘. 나중에 배관공 아저씨까지 불렀다. 나사만 조이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지만 이게 간단한 일인지 큰일난 건지 알아보기까지 배관공 아저씨가 여러 검사를 하셨고 비용이 오만원쯤 들었다. 물 관련된건 왠만하면 건들지 말자. 원상복구도 어려움.
하 힘들다. 타일을 붙였다;
이제 마르기 까지 하루정도 놔둔다.
더 무서운건 이제 시작이다.
줄눈을 채워 넣어야 한다. 나의 까만 줄눈.
철물점에 가서 홈멘트라는 줄눈제를 사왔다. (나중에 알았지만 일단 여기부터 틀렸다.)
바닥이나 애써칠한 하얀벽에 까만게 묻으면 안되니까 비닐을 깔아서 튀는걸 막아준다.
물에 홈멘트를 개어준다. 너무 묽으면 흘러내리니까 적당히 끈적끈적한 농도로 만들어준다. 고무장갑을 끼고 한웅큼 집어서 타일위에 문질러 댄다. 저 틈새에만 채워넣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안들어간다.
대충다 발랐으면 양동이에 물을 받아서 가져온다. 스펀지에 물을 묻혀서 타일을 닦아준다. 그러면 짠! 하고 깨끗하게 닦이면 참 좋으련만... 우리의 진짜 고생은 여기서 시작했다. 줄눈제가 진짜 진짜 안닦임. 타일 작업의 또다른 실패기..
1. 저 까만걸 다 바르고 스펀지로 닦아내면 처음에 칠해졌던 부분이 굳어서 안닦인다. 줄눈제가 생각보다 금방 굳음. 아예 안닦이는것은 아니고 닦이긴 하는데 하얗게 안되고 거무튀튀하게 닦인다. 한명은 줄눈제를 바르고 한명은 옆에서 바로 바고 닦아 주는게 나을듯.
2. 스펀지로 전체를 슥 닦으면? 간격에 들어가 있던 줄눈제가 스펀지에 묻어서 밖으로 나온다. 절대 안닦임. 타일 가장자리 말고 가운데 부분을 중심으로 닦아야함. 이게 엄청난 고난도 스킬이 필요한 거라 적응이 안됐다.
3. 처발처발한게 오히려 잘 닦인다. 닦는 사람 도와주겠다고 타일 가운데 묻은 줄눈제를 손으로 좀 제거하면서 했는데 이러면 오리혀 더 안닦인다. 줄눈제가 더 쉽게 굳어버려서 자국이 더 심하게 남음.
4. 줄눈제를 화장실에서 개어왔더니 화장실에 검은 물이 잔뜩 튀어서 이거 청소하느라 개고생했다. 애초에 검은색 줄눈을 선택한 내 잘못이다. 그래 이거부터 잘못이었어.
하... 팔빠지게 닦았는데 이렇게 됨ㅋㅋㅋㅋ
와 진짜 망했구나 싶었다. 닦아도 닦아도 이미 굳어버린 줄눈제를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이제 물로 닦는건 여기서 끝
다용도 세정제를 사와서 초록 스펀지에 묻혀서 하나하나 정성스레 닦았다. 이게 진짜 너무 힘들었다. 완전 박박 문질러야 겨우 쬐끔 하얘짐..흐규흐규
이렇게 개판으로 만들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 있었는데 홈멘트를 사는게 틀린거였다. 물론 진짜 시공하시는 분들은 이걸 쓰시긴 하는데. 다이소 같은데서 총처럼 쏠수있는 줄눈제를 판다고 한다. 이걸 샀어야 함. 그럼 이렇게 팔빠질때까지 타일을 닦는 일도 없고 줄눈제 때문에 화장실이 전부다 검게 변하는 일도 없었을 것을...
결국 다 닦아서 이렇게 만들었다. ㅜㅜ 완전 하얗지는 않지만 여기까지 해냈다. 맨 밑줄은 어차피 가려져서 안보이니까 안닦음ㅋㅋ 팔아파
싱크대도 원위치 시켜놓음. 저 윗부분의 시멘트쪽도 원래 타일을 바를 생각이었는데 하다보니 너무 힘들어서 덧방만 하고 위는 그냥 저 상태로 두기로 함. 빈티지라고 우겨봅니다.
실패요인을 곱씹어 보자면
1. 애초에 셀프로 까만줄눈을 넣는게 힘들다. 흰색 줄눈은 망해도 티가 안남. 어차피 다 하야니까.
2. 필요한 준비물을 미리 사놓지 않은점. 일반 철물점에서 다 팔 줄 알았는데 안파는게 은근히 많다. 주말에 작업을 하는데 일요일엔 거의 대부분 닫기도 하고.
이 두가지가 가장 큰것 같다. 너무너무 고생을 해서 다시는 안하고 싶었던 우리의 타일 붙이기.
물론 이부분도 조명을 적게 비추어서 실패를 감출 수 있는 눈속임을 하고 살고있습니다.
못한 건 최대한 안보이게 하기!
시멘트 벽쪽에는 선반을 달고 라인 조명을 설치했다. 라인 조명 설치래봤자 라인 조명을 사서 환풍기쪽 콘센트에 전기를 꽂아서 놔둔것 뿐. 우린 술과 파티를 좋아하니까 바처럼 술을 진열해 놨다. 저 식탁과 조명을 매우 나중에 설치한 것이지만 부엌사진이 이거밖에 없으므로.
시공했을때만 해도 망했다고 울상이었는데 조명을 어둡게 해서 안보이게 하니까 별로 신경이 안쓰인다. 요리할때는 환풍기에 달린 조명이 켜지니 괜춘. #셀프인테리어Fail 이라는 태그가 더 어울리는 시공이었지만ㅋㅋ 여기 사는 우리 입장에서 만족이다.
Before & After
이정도면 괜찮은 비포애프터같음.
TL;DR 타일 시공은 어렵다. 까만 줄눈 시공은 더 어렵다. 웬만하면 돈주고 하자.
비용
타일과 세라픽스 142,000원
줄눈제, 자, 몽키 스패너 등등 철물점에서 구입 50,000원
총 19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