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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Oct 15. 2016

셀프인테리어 - 데코타일

장판을 없애보자

벽지만큼이나 집의 인상을 좌지우지 하는것은 바닥이다. 바닥색.

거실에 보이는 진회색의 우리집 바닥색. 다 하고 보니 너무나 아름답다.


처음 이사왔을때 우리집도 대한민국의 여느집과 마찬가지로 장판이 깔려있었다. 굽도리를 다는것도 귀찮았는지 장판을 바닥사이즈보다 조금씩 크게 해서 장판이 벽지에서부터 시작했다. 으으. 이대로는 살 수 없다.

저건 굽도리도 아니고...
바닥위로 올라온 장판은 대충 잘라 버렸다. 그랬더니 벽지가 바닥까지 시공되지 않은걸 발견;;

나의 상상속에서 새로운 집은 하얀 벽에 고동색의 짙은 바닥을 가지고 있었다. 요새 장판은 은근 색이 다양해서 장판 중에서도 고를 수 있었지만 남편이 장판을 너무 싫어했다. 장판 특유의 비닐같은 느낌이 싫다고 했다. 10년전 엠티다닐때 싸구 려팬션만 다녀봐서 그렇다, 요새 장판 잘 나온다더라 해도 말을 안듣는다. 잘한 선택인지  확신은 좀 없지만 결국 전세집에 값비싼 마루를 깔 수 없으니 데코타일을 선택했다.


인테리어 가격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던 시절에는 헤링본 마루를 원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말도 안되는것을. 헤링본 마루는 너무나도 우아하고 아름다운 대신, 가격이 정말 정말 비싸다. 재료비도 비싸고 인건비도 비싸다. 비싼 이유는 시공하고자 하는 면적보다 20%가량 재료를 더 사야 한다. 자르고 버리는 부분이 많기 때문. 두번째는 시공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인건비도 비싸다. 10평 정도 바닥에 최소 200만원은 생각해야 한다고 들었다. 딱 한군데에 대충 물어본거라 정확한 가격은 아니지만 대충 그정도라 생각하면 말도 안되게 비싸다.

헤링본에 비하면 반의 반값도 안되는 데코타일로 결정했다. 데코타일의 장점은 다양하다는 점이다. 색깔도 재질도 정말정말 다양하다. 원하는 느낌대로 고르기만 하면 된다. 방산시장은 정말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다. 원래는 아주 짙은 고동색으로 나무문양의 바닥재를 고르려고 간거였는데 막상 가보니 회색빛이 도는 나무무늬 데코타일이 눈에 띄었다. 가게에서는 1m X 0.15m 정도의 샘플만 보고 골라야 한다. 그래서 전체 바닥에 깔면 어떤 느낌일지 감이 잘 안왔는데 마침 우리가 고른 데코타일은 전체 시공 예시 사진이 있었다. 북유럽에 가보진 않았지만 어쩐지 북유럽 느낌이 나는 사진을 보고 바로 결정했다.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데코타일은 종류가 워낙 많아서 가격도 천차만별이긴 한데 가장 저렴한 건 10평정도 바닥 시공하는데에 재료비와 인건비 포함 30만원이었다. 무려 이 가격에 재료를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시공도 해주신다고 했었다. 우리가 산 건 쬐끔더 비싼거라 시공은 우리가 하기로 했다. 이것이 이렇게 여러 어려움을 줄 줄이야...


일단 데코타일이 엄청나게 무겁다. 배송을 시켰는데 이사갈 집과 회사가 멀어 집에서 받을 수가 없어서 회사에서 받았다. 그런데 차에 다 싣고 나니 차 뒷바퀴가 약간 짜부되어 있었다;; 한 박스에 20kg정도 나가는것 같은 느낌. 이게 14박스가 왔으니? 계산해 보니 다해서 대충 300kg쯤 되는데 그걸 차에 실었으니 당연히 무리가 갈 수 밖에. 참고로 데코타일 1박스 = 1평 으로 계산하면 되고 12?13?평 정도만 깔면 되지만 남으면 환불도 가능하대서 넉넉히 샀다. 직접 시공은 시행착으로를 거치기 마련이므로 다 끝나고 나니 0.5박스가 남았다.


암튼 둘이서 14개 박스를 집안으로 날라왔다. 막상하려니까 복잡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데코타일이 원래 가정집에 시공하는 용도로 개발된 바닥재가 아니다. 원래대로라면 본드를 발라서 평평한 바닥에 붙여야 하는데. 일단 본드로 시공했을때의 문제가 있다. 상업용으로 열이 없는 환경에 있어야 하는 데코타일이 가정으로 오면 난방을 만나게 된다. 난방을 켜는 계절이 오면 본드와 바닥재가 늘어나서 애써 고정한 타일이 뒤틀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본드에 열을 가하는것이다 보니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찝찝함이 남는다. 물론 강마루를 시공한다고 해도 본드로 고정시키긴 하겠지만 왠지 전문가가 아닌 내가 하려니까 뭔가를 잘못 하는것 같다. 이 본드라는게 아주 독한 화학물질이라 시공하고 최소 2주는 시공한 집에 살지 않는것이 좋다는 말도 들었다. 게다가 데코타일을 시멘트 바닥에 본드로 붙였다가는 나중에 철거하는데 노력+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든단다. 데코타일은 장판처럼 말랑한 재질이 아니라서 철거가 확실히 힘들어 보인다. 따라서 우리는 철거가 쉽도록 장판 위에 데코타일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또 하나 결정은 마루는 본드로 고정하기로 하고 방안은 퍼즐 맞추듯이 데코타일을 잘라서 맞춰놓기만 하고 고정은 안하기로 했다. 본드를 최소한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장판 위에 데코타일을 올려보자

자 설계는 나왔고. 시공을 들어가 보자. 준비물은 데코타일, 칼, 자다. 의외로 간단하다. 이걸로 집 바닥을 가득 채워주기만 하면 완성이다. 물론 말이 쉽지 고된 노동이다. 처음 시작은 기준점을 맞추는 일이다. 기준이 되는 지점을 잡고 완타일을 하나 딱 놔준다. 그 옆에는 반으로 자른 타일을 놓고 그 옆에는 다시 완타일을 놓고...하는 무한 반복. 예상했듯이 가장자리만 힘들고 나머지는 쉽다. 그런데 가장자리는 꽤 시행착오를 거치며 완성해야 한다. 녹록치 않다.

왼쪽 끝을 너무 딱 맞추면 모서리에 끼워넣기 어려우니 조금 띄워서 시작
촵촵 끼워 맞춰 줍니다
여기까진 꿀임

그렇다면 모서리 시공은 어떻게 할것인가! 자로 재단해서 잘라서 끼워 넣을 수도 있지만 좀 더 정확한(?) 방식은 따로 있다.

마지막으로 끼워넣은 타일 위에 새 타일(타일1)을 하나 올려 놓는다. 마지막 타일의 모서리에 잘 맞춘다. 그 위에 또다른 타일(타일2)를 올려야 하는데 이건 길이 재는 용이므로 꼭 완타일을 써야 한다. 타일2는 마지막 타일이 아닌 모서리쪽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렇게 배치하고 나면 위의 그림처럼 끼워넣어야 할 부분이 측정이 된다. 그러면 저만큼 타일1을 잘라 주면 됨.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해보면 쉽다. 마지막 타일과 타일1은 겹쳐서 놔주고 그 위의 타일2는 바닥의 빈공간을 다 채울 수 있는 기준으로 겹쳐주면 됨.

하아 모서리까지 다 잘라서 끼워 넣었다. 벽쪽은 다 페인트칠 할꺼라 아직 저모양;; 참고로 데코타일은 진짜진짜 안 잘린다. 칼로 슥 그어서 자국을 내고 앞뒤로 벤딩을 줘서 부러뜨리는 식으로 잘라내야 한다. 이 과정이 진짜 노동이다 팔아프로 손아프고... 원래 대로라면 여기서 다시 걱어내서 본드를 발라서 고정시켜야 하는데 우리는 그냥 이 상태로 두기로 했다ㅋㅋ 데코타일 무겁고 마찰도 세서 밀리진 않는다. 다만 고정을 안 시켜놔서 데코타일들 사이의 틈이 점점 생기긴 하던데 잘 보이지도 않고 청소야 신경쓰이면 타일 들고 하면 되니까 괜찮다.

캬 광택과 질감, 색깔 모든 면에서 압도적으로 훌륭하다.

일단 방은 이렇게 했다. 대망의 거실이 남았는데.... 왜 여기는 본드로 고정하기로 했는지 아직도 후회중이다. 본드 너무나 구린 것. 본드로 고정할 꺼면 셀프 시공을 하지 말껄. 인터넷 금손들이 한걸 보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것이 화근이었다. 게다가 데코타일은 애초에 가정용이 아닙니다!!! 이점 주의하세요. 솔직히 데코타일로 바닥 깐걸 후회하진 않지만 본드로 바닥 고정한건 후회한다. 아직 난방을 안틀어봐서 모르겠지만 기분이 찝찝해....


암튼 본드로 고정하려면 일단 위의 다른 방들처럼 데코타일을 미리 한번 다 깔아본다. 깔면서 모서리에 맞게 다 자르고 난후 고정시키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본드바르면서 붙이면서 모서리 잘라가며 동시에 했더니 타일 위에 본드 묻고 난리난리. 구석으로 가면 아직도 끈적거린다;;; 이거 안마름. 미친 본드 ㅡㅡ

본드 작업을 위해서는 난방용 본드와 헤라가 필요하다. 뿔헤라가 있어야함. 본드를 푹 떠서 바닥에 발라준다. 이때! 주의할 점은 최대한 최대한 얇게 발라야 한다. 이정도로 해도 붙나 싶을 정도로 조금만. 바닥 전체를 바르는 느낌이 아니고 듬성듬성 쬐끔만 바른다. 그리고 말린다. 30분정도 말려도 충분히 고정된다. 말랐으면 작업해둔 타일을 하나씩 붙여간다.

본드를 많이 바르면 타일과 타일이 맞닿는 틈새로 본드가 뭉쳐서 올라온다. 본드가 일단 올라오거나 타일에 묻으면 망한거라 보면된다. 왜냐면 이게 절대 안닦인다. 물로도 안닦인다. 물로 닦으려고 하면 미끈미끈해질뿐 전혀 닦이는 느낌이 아님. 그러고 나서 이 본드가 굳으면 끈쩍거린다. 완전 달라 붙을 정도는 아닌데 뭔가 쩍하고 달라붙었다 떨어지는 그 느낌. 이게 우리 시공한지 2달이 되도록 이런다. 끈쩍이는건 둘째 치러다도 외관상 더러워 보이니 신경이 쓰이... 다가 이젠 적응했다. 이런 디테일은 왜 아무도 말을 안해주는건지. 다들 자기 성공했다고 자랑하기 바빠서인가. 실패기를 보고 싶다고! 솔직히 실패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 같은데. 다들 쉽다고 난리난리. 그거 믿지마세요 개뻥임.



여기까진 데코타일 설치를 했다면 약간의 디테일을 더해 봤다. 굽도리 대신 실리콘을 쏘는것이 그것이다. 난 굽도리, 걸레받이가 너무싫다. 위로 삐죽 올라와 있는게 벽고 바닥도 아닌 애매한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싫었다. 내 집에 존재하게 하고 싶지 않아! 해서 마감은 해야 할것 같아 벽과 타일 사이의 약간의 틈에 실리콘을 쏘기로 했다. 단순한 실리콘 쏘기에도 팁이라는것이 있다. 이런 사소한 것 하나까지 다 노하우가 있다는게 신기하다. 이래서 직업이 나눠져 있는거다. 현대 사회에서는...

어쨌든 실리콘 작업을 하려면 실리콘을 사야 한다. 이게 종류가 3가지 정도 있다. 완전 흰색, 완전 투명, 반투명. 어쩌다 보니 우리집은 각 방을 각 종류별로 하나씩 시공하게 되었다. 이유는 근처 철물점에서 같은거 안팔아서... 실리콘은 구매가 쉽다. 철물점에 가면 실리콘과 실리콘 총을 다 판다. 실리콘 총이라고 별거 있는건 아니고 실리콘을 뒤에서 밀어서 앞으로 나오게 해주는 용도다.

실리콘 작업을 해보자면 실리콘과 고무헤라가 필요하다. 철물점가서 고무헤라 달라고 해서 작은거 사오면 됨. 고무헤라가 또 신박한 녀석인데 실리콘을 틈새에 쭉쭉 짜고난 후 저 납작한부분을 바닥과 직각이 되게 세우고 긁어주면 된다. 그러면 실리콘이 창틀에 시공되어 있는것처럼 아치를 이루게된다. 별거 아닌데 똑똑한 녀석.

고무헤라. 실리콘 작업에 필수품.

15평 집의 모든 모서리에 실리콘을 둘렀는데 은근 양이 많이 들어갔다. 실리콘 4통 정도 썼다. 한방에 하나씩.



그리고 인테리어 100만원 안에 했다 이건 순수한 재료 비용인 경우가 많은듯 하다. 재료를 사고 시공을 하려면 생각보다 이것저것 필요한 물품이 늘어난다. 데코타일은 더구나 폐기물 처리 비용이 발생한다. 이게 산업용 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함부로 갖다 버리면 안된다. 이건 돈의 문제를 떠나 양심의 문제다. 조금이니까 대충 쓰레기 봉지에 버려야지 하지 말고 폐기물을 한꺼번에 모아서 꼭 폐기물 처리 하도록 하자. 다 모으면 은근히 많다.


TL;DR 테코타일 고정하지 않고 바닥에 깔아 놓으세요. 근데 더 좋은 방법은 시공업자 쓰는 겁니다. 안비싸대요.


Before & After


벽지쪽 굽도리가 없는 부분의 더 엉망인 시공은 페인트칠로 덮었습니다. 바닥만 보자면 너무나 만족. 대만족. 예쁘다. 하지만 다른 블로그에서도 종종 부작용을 볼 수 있는데 바로 타일 사이에 틈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우리집도 똑같다. 하지만 무시하고 살기로 했다. 첨에는 디테일까지 신경쓰고 싶었으나, 바닥을 자세히 볼 일도 없고 틈 좀 있다고 나쁠건 별로 없다.




데코타일 시공한지 현재 8개월정도 지났다 여름에 데코타일 시공하고 처음 겨울을 보낸 셈이다. 이 글을 썼을떄도 타일 틈새가 있다고 했는데 겨울이 되니 틈이 꽤 벌어졌다. 과학시간에 온도가 올라가면 물체가 늘어나고 온도가 내려가면 줄어드는걸 배우긴 했지만 대한민국의 여름, 겨울이 이정도로 차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여름에 시공을 한다면 절대 틈이 벌어지지 않도록 꽉꽉 끼워넣어야 할듯. 겨울에 시공한다면 틈을 좀 두는게 낫겠다. 이 모든게 처음 하는 사람은 알 수 없으므로 절대적으로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데코타일 인건비는 정말 쌌던것으로 기억. 재료비에서 좀만 더 추가하면 된다. 그리고 데코타일은 정말 무한대로 종류가 많으니 꼭 만졌을때 결이 느껴지지 않는 애로 사는걸 추천드립니다. 청소하기 힘들어요. 처음엔 내가 뭐 그닥 깔끔한 사람도 아니고 청소는 중요하지 않을꺼라 생각했는데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그래두 지금은 좀 적응을 해서 살고 있긴 한데 다음번에 고른다면 좀 더 살펴보고 고르고 싶다.



비용

데코타일(14박스=14평)과 본드 10kg 347,000

자, 칼, 실리콘 등등 45,000

폐기물처리(이건 상부장 포함 가격) 40,000

43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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