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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라인 Oct 18. 2021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외항사 승무원의 “진짜” 단점

- 모든 것엔 장단점이 있다




오늘은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중동 베이스 외항사 승무원의 진짜 단점”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인터넷에서 외항사 승무원과 관련된 정보를 찾다 보면 좋은 말들만 나오다 보니 막상 중동에 와서 생각과는 달라 실망하는 경우를 정말 많이 봤습니다.



알고 오는 거랑 모르고 오는 거랑은 천지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상을 많이 가지거나 기대를 많이 하게 되면 실망도 큰 법이고, 그러다 보면 한국 생활과 너무나도 다른 중동 생활에 단기간에 퇴사를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겪어봐야 아는 법 이긴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이런 얘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왔었습니다.




외항사 승무원을 꿈꾸는 모든 차기 승무원 여러분들께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제가 늘 얘기하지만 하면 되는 게 아니고 되면 하는 겁니다! 우리의 시간과 돈은 소중하니까요.. 중동 생활이 나에게 안 맞을 거 같으면 아시아 혹은 유럽 베이스를 목표로 하면 됩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1. 퇴직금



중동에 오면 세금도 안 내고 월급도 많을 거라고 많이들 생각합니다. 하지만 비싼 중동의 물가와 비교하면 월급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닙니다. 특히 연차가 오를수록 월급이 오르는 한국과는 달리 중동은 승진이 되어야만 (이코노미 클래스 크루에서 비즈니스 클래스 크루가 되어야만) 월급이 오르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회사에 오래 있어도 생각만큼 돈을 못 모으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리고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퇴직금




중동에서의 퇴직금은 기본급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승무원의 월급은 기본급+비행수당+체류비 (항공사에 따라서 여기에 집값과 차비 포함)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기본급만 따지고 보면 정말 정말 적습니다.



한국에서 5년 승무원 일하고 그만두는 사람과 중동에서 5년 승무원 일하고 그만두는 사람을 비교했을 때, 퇴직금에서 차이가 정말 정말 많이 납니다. 1년, 2년 일하고 그만둔다면 상관이 없지만, 근속연수가 길 수록 차이가 어마어마합니다.




대신에 한국에서는 세금을 내야 하고, 중동에서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세금을 낸다는 것은 그만큼 혜택을 많이 받을 수가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말은, 한국에 있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혹시 모르는 상황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동에서 일하게 되면 이 모든 혜택은 없습니다. 왜냐면 세금을 내지 않았으니까요.




무작정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중동에 오고 싶다!라고 생각하신다면 이 부분도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물가도 한국에 비하면 굉장히 비쌉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많이 모아서 짧은 기간에 바짝 벌고 한국으로 떠나는 분들도 있긴 있습니다. 하지만 흔한 케이스는 아니다 보니 전설처럼 회자되는 것 같아요.





2. 시니어 리티




외항사 승무원 준비생 분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시니어 리티 때문에 중동 항공사를 가고 싶다고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중동 베이스 외항사는 시니어 리티가 없다..?



정답은 NO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회사에서의 시니어 리티는 없는데, 한국인 승무원들 사이에서의 시니어 리티는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시니어 리티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중동은 시니어 리티가 없을 거라고 예상하고 오게 된다면 현실은 생각과는 정말 달라서 실망하실 수 있습니다.




시니어 리티도 베이스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베이스가 보수적일수록 시니어 리티가 심하고 개방적일수록 덜합니다. 예를 들면 중동 베이스인 항공사보다 아시아 베이스인 항공사가 시니어 리티가 더 심합니다. 또 아시안 크루 비중이 많은 항공사일수록 시니어 리티가 심합니다.. 대신에 아시안 크루가 많으면 일하기가 정말 편해요. 모든 건 다 장단점이 있답니다.




 그렇다고 해서 시니어 리티가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나면 내 시니어 리티도 오르고, 시니어 리티가 높아질수록 일하기가 편하거든요. 오래 일했는데 나보다 늦게 들어온 신입이 게으르고, 내가 무슨 말하면 “네가 뭔데”라는 식의 태도가 싫으시다면.. 어느 정도의 시니어 리티가 있는 항공사가 편하실 겁니다. 반면에 신입이건 선임이건 “너는 너 나는 나” 태도가 성격과 맞는 다면 시니어 리티가 적은 곳을 선택하셔야 후회를 덜 하실 거예요.





3. 라이프 스타일



 많은 분들이 중동 생활에 환상이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


외국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중동 생활도 비슷하겠지,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고 온다면, 그 전과는 다른 경험에 또 실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3-1. 불편한 대중교통


 분위기 좋은 곳에서 맛있는 커피 한잔을 마시고 싶어도 차를 타고 나가야 합니다. 한국처럼 인스타그램 맛집을 가고 싶다면 왕복 택시비 이만 원 (약 60 디람)은 예상해야 합니다. 아부다비는 아직 메트로가 들어오지 않았고, 두바이는 메트로가 있지만 한국만큼 편리하지 않아서 지하철을 타고 또 택시를 타야 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그래서 오래 중동 생활을 할 계획이신 분들은 대부분 자차를 구입하곤 합니다. (대신 기름값은 한국에 비해 저렴합니다.)




3-2. 초록 자연의 부재


두바이는 사막에 세운 도시입니다. 정말 여기도 사막 저기도 사막 어딜 가도 사막입니다. 옛날 예술가나 철학가들이 괜히 물 있고 산 있는 곳을 찾아다닌 게 아닙니다. 나무, 꽃, 풀의 부재는 감정을 메마르게 합니다. 봄에 벚꽃 보러 가고 여름에 물놀이 가고 가을에 단풍놀이, 겨울엔 스키 타는 삶을 바라신다면 단언컨대 중동 생활이 많이 힘드실 겁니다. 여기는 엄청 더운 여름 아니면 선선한 여름, 두 종류의 여름뿐이거든요. 중동에서 몇 달 살다 보면 사계절이 있는 한국이 얼마나 아름다운 나라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3-3. 로컬 현지인과 친구가 되기 힘든 점



아랍에미레이트의 로컬 에마라 티 (Emirati) 사람들은 총인구의 8%도 되지 않습니다. 90%가 넘는 사람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이에요. 그리고 현지인과 친구가 되기 힘들다는 점은 내가 주류에 속하기 힘들다는 걸 뜻하기도 합니다. 본인이 괜찮으면 상관없지만... 반대로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생각하면 도움이 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티브이나 드라마, 영화 같은 화려한 삶을 살기는 힘들어요. 그런 건 말 그대로 환상... 이렇게 말하면 너무 부정적인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는데, 정말 많은 한국인 신입 승무원들이 입사한 지 몇 달도 안돼서 도망갑니다. 그들도 엄청 힘들게 승무원이 됐을 거란 말이에요. 안 믿기시죠? 입사하면 알게 됩니다, 저희끼리는 얘기해요 헬조선이라고 하지만 진짜 헬은 따로 있다고.



그 외에도, 친구와 직장동료의 분리가 힘들다는 것,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모스크 주변에 집을 구하면 하루에 다섯 번 기도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 미디어에서 나오는 에마라 티 중동 부자는 마주치는 것조차 극히 드문 확률이라는 것... 등등이 있겠지만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나머지는 직접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항사 승무원은 인생에 한 번은 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두바이 와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부분을 깨달았거든요.. 방글라데시 치타공 레이오버에서 길거리에서 음식을 찾는 거지나 기차에 매달려서 오는 사람들을 보며 충격을 받았던 일 도 있고, 이란에서 돌아오는 비행에서 며칠 전 전쟁으로 부모를 다 잃은 수십 명의 어린이들을 다른 크루들과 울면서 부모의 나라로 데려다준 경험도 있었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날 싫어하는 시니어와 비행할 땐 아무리 짧은 비행이어도 시간이 안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었고, 비행에서 혼자 유일한 여자 승무원일 때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비행 내내 공주대접받은 적도 있었어요.  스탠바이에서 불려 와서 다녀온 콜롬보 레이오버에선 옷이랑 가방, 심지어 신발까지 빌려준 한 필리핀 크루 덕분에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온 적도 있었습니다. 같은 말을 쓰고 같은 나라에서 태어났지만 하나도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을 본 적도 있고, 국적도 나이도 종교도 문화도 다르고 공통점이 하나도 없는데 너무너무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난 적도 있습니다.




 이번 주엔 파리에서 크루아상을 먹고 다음 주엔 중국에서 밀크티를 마시는 생활도 해봤고요, 사계절은 없지만 두바이에서 쇼핑하면서 돈 쓰는 재미도 느껴봤고 도장 깨듯 각종 해변과 호텔 수영장도 다녀봤습니다.




 모든 것엔 양면이 있습니다. 중동 항공사 승무원에 대해 많은 분들이 좋은 점만 부각하는 것 같아서 단점에 대해서도 얘기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단점을 알고 오면 기대치가 높지 않기 때문에 실망하는 부분도 적고, 더 오래 승무원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중동에 오기 전 제가 아는 대로 단점을 다 알려줬던 친구들은 다 중동에서 오래 일했습니다.)




플라이두바이 나 에어아라비아처럼 한국을 취항하지 않는 항공사들이 한국인 승무원들을 뽑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루밍도 좋고, 피부도 좋고, 서비스 정신에, 친절하고, 회사 말 잘 듣고, 성실하고, 일 잘하고.. 다른 어느 인종을 봐도 이런 사람들은 없거든요. 코로나만 종식된다면 분명히 많은 항공사들이 한국인을 또 채용하리라 확신합니다. 그때까지 외롭고 힘드시겠지만, 다들 파이팅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메인에 올라온 이 글은 2만뷰를 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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