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연가
■ 하나의 계절마다 하나씩ᆢ■
하나의 계절마다 하나씩 내 소식 전하겠습니다
봄이 오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따뜻한 햇살 마중 나온 오색나비에 그대 가꾸는 예쁜 화단에 금빛 꽃가루 되어 환하게 내소식 흩뿌리고 오라 하겠습니다
산들바람에 흩어지는 예쁜 꽃잎 되어 봄 향기에 내소식 가득 담아 차창 안으로 살짝 떨구겠습니다
그 꽃잎 손에 담아 꽃내음 한번 맡고 후 하고 부는 그 순간까지 봄풀 같은 나의 향기 배어 있으니까요
여름이면
시원한 계곡. 물길 휘젓는 그대 손길에 잠시 머물다 가겠습니다
발등을 간질이는 작은 나뭇잎 되어 다시 물 위에 띄우는 그 순간까지 아련한 내 얼굴 물결에 아른거릴 수 있으니까요
별이 쏟아지는 한 여름 밤.
하늘에 떠있는 북두칠성의 별이 되겠습니다
하나 둘 하며 그렇게 일곱 개의 별을 헤는 동안 따뜻한 내 눈빛 그리울 수 있으니까요
깊은가을
비처럼 후드득 떨어지는 낙엽에 담아 자주 앉는 벤치 위
그대 무릎에 살며시 내려놓겠습니다
어스름한 가을 저녁 은은한 가로등
쓸쓸함이 묻어와 그대 옷깃 여미는 순간 내 미소 잠깐 떠오를 수 있으니까요
어느 지친 하루.
낙엽 타는 가을향이 피어오를 때 나를 위해 불러주던 노래가 되어 잠시 가던 길 멈추고 먼산 저녁노을 바라보게 하겠습니다
그 노래 다 할 때까지 그대 따라 부르던 내 목소리 귓가에 맴돌 수 있으니까요
겨울이면
하얀 눈송이 되어 그대 두 손 모아 내리는 눈 모을 때 그 손에 살짝 담아 주겠습니다
따뜻한 손의 온기에 사르르 녹아 물이 되는 그 순간까지 내 추억 회상할 수 있으니까요
쓸쓸한 겨울바다 하얀 백사장
곱게 펼쳐진 고운 모래에 내 이름 새겨 예쁜 하트와 함께 내소식 남기겠습니다
하얀 거품 몰고 온 차가운 바닷물.
머물다 쓸려가는 그 순간까지 내 이름 지워지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하나의 계절마다 하나씩 내소식 남기겠습니다
그렇게 아주 잠깐씩 내소식 전하겠습니다
세월이 지나 까맣게 잊히는 추억이 될까 두렵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