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4. 나침반이 없어요

For your onset

by 목화


대학교 취업 심층 프로그램이었다.
한 학생이, 마치 오래 준비해온 말인 듯, 단호하게 말했다.


“전공을 살릴 생각이 아예 없어요.”


그 말에 묘한 결이 느껴졌다.
본인도 ‘대책 없어 보일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는 눈빛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전공이 너무 싫어서
그저 졸업장을 위해 최소한의 수업만 채우고 있다고 했다.


하고 싶은 공부가 따로 있었고,
그 꿈을 위해 외국 유학까지 갔지만—
부모님이 떠안아야 할 현실적 부담을 알게 된 뒤
더는 버틸 수 없어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저, 노력 안 해본 거 아니에요.”
그는 훌쩍이며 말을 이어갔다.
“수업 시간엔 맨 앞줄에 앉아서 하나라도 더 들으려 했고,
리포트나 프로젝트도 정말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재미도 없고, 어렵기만 해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체념한 듯 말했다.

“무슨 말씀하실지... 제가 어떤 얘기를 듣게 될지도 알아요.”


나는 휴지 한 장을 건네며 조용히 물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이 뭔데요?”


그는 애꿎은 휴지를 만지작거리며

자신의 전공과 전혀 다른 분야를 이야기했다.
심지어 단과도, 계열도 완전히 달랐다.
그 분야의 공모전에 꾸준히 도전하고 있다고 했다.


“음... 그것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건 알고 계시죠?”


나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
대문자 T처럼 현실적인 말을 꺼냈다.


“지금 전공은 너무너무 싫고,
그렇다고 하고 싶은 분야는 경쟁자가 많아요.
현실적으로는 불리한 상황인 거죠.”


그리고 덧붙여 말했다.


“저도 비슷한 고민을 했던 시절이 있어요.
그래서 학생 마음이 어떤지, 누구보다 더 잘 짐작할 수 있어요.”


사실, 그 학생은 하고 싶은 일이라도 있었다.
나는 예전에 ‘무얼 하고 싶은지조차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말들이 더 깊숙이 와닿았다.


그 고민은 비단 그 학생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 나이의 누구나, 아니 어느 나이든
한 번쯤은 겪는 흔한 고민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살아오면서 스스로에게 가장 오래 묻고,

가장 늦게 받아들인 생각 하나를 건넸다.


“잘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하고 싶은 일로 조금씩 옮겨가보세요.”


그 말과 함께
그가 관심 있는 분야와
현재 전공이 자연스럽게 접목될 가능성이 있는 몇 가지 방향을 함께 놓고 이야기했다.


“디자인과 개발, 예술과 엔지니어링이

함께 융합되는 직무들이 요즘은 정말 많아요.”


다행히 요즘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해
예술과 기술, 기술과 또 다른 기술이
끊임없이 융합되는 시대다.

그 가능성은, 학생이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넓어 보였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좇으며 살기에,

현실은 결코 그렇게 이상적이지 않다.


나는 학생들이

‘이상의 꿈에서 허우적대는 것’을 바라지 않는

현실적인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붙잡고

버티며 살라고 말할 생각도 없다.


나는 그 둘 사이에서

현실과 이상이 사이좋게 손을 맞잡는 지점을 찾길 바란다.


첫 단추를 현실에서 잠그되,

그 단추가 결국 자신의 ‘이상’ 쪽으로

조금씩 기울어지기를.



다음 에피소드는 <면접장> 입니다.

EP#05. 지나친 양념은 금물

For your authenticity

매주 수요일 저녁 8시



Images courtesy of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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