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3. 서류전형에서 나를 숨기는 사람들

For your expression

by 목화

나침반이 없어요

서류 전형은 사회와 처음으로 나를 마주 앉히는 커뮤니케이션이다.

‘나를 알아봐 주세요’라고 먼저 손을 내미는 일.


#01. 숨겨진 보물을 찾다


대학 1:1 코칭 시간이었다.
한 학생이 자신의 자기소개서를 들고 왔다.
석사과정을 진행 중인 학생이었고,
조심스레 “부끄럽지만 한 번 봐주세요…”라며 내밀었다.


자기소개서 제목엔 ‘XX‘예산을 받아 XX 프로젝트 완수’ 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글은 단락 구분 없이 빽빽했다.


솔직히, 읽고 싶지 않았다.
원래 자기소개서는 재미있는 글이 아니다.
읽기 싫은 글이다.
그런데 가독성마저 없는 글이라니, 보는 순간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면접위원이 아닌 ‘코치’였다.
그래서 차근차근 글을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흥미로운 이야기가, 이렇게 꼭꼭 숨겨져 있을 줄이야.


그 학생은 연구실 사정으로 예산이 끊긴 상황에서도
스스로 프로젝트를 살려내기 위해
기획안을 만들고, 예산 관련 부처를 찾아다니며
추가 지원을 설득해냈다.


결국, 학교에서 추가 예산을 받아 프로젝트를 완수한 것이다.


학교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사람은 안다.
그런데 그 일을 해낸 학생이, 그 이야기를 자소서 중간 깊숙이 묻어 두었다.

이런 보석 같은 이야기가, 이렇게 묻혀 있다니.


만약 내가 코치가 아닌 면접위원이었다면
그 귀한 글을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에세이2_3-2_unsplash.com.jpg



#02. 전략적 표현이 결과를 바꾸다


서류 합격률이 낮았던 서른 살 취준생이 있었다.
절실함이 묻어나는 눈빛으로 그는 내 앞에 앉았다.


이전에 작성한 이력서를 보니,
수치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직무 수행서엔 비슷한 문장들이 반복되어 있었고,

정작 중요한 내용은 빠져 있었다.


나는 그의 업무 경험을 전부 구두로 말해보라고 했다.
그러자 그는 겸손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건 제가 한 일이라기보다, 그냥 팀에서 같이 한 거라서요.”


그 말 속에 숨어 있던 건 ‘겸손’이 아니라 ‘과도한 자기검열’이었다.
그는 스스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긴 일들을 전부 생략해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 일들이야말로
조직 적합성, 협업 능력, 추진력을 보여주는 핵심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직무 수행서를

완전히 새로 구성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었다.
중요한 내용은 위로 올리고,
반복되는 의미는 덜어내도록 했다.
그리고 그 안에 ‘그의 진짜 일’을 담을 수 있도록.


결과는 놀라웠다.
내로라하는 공기업의 서류에 100% 합격,
심지어 허들이 가장 높다는 은행 서류전형도 통과했다.




결국, 글은 자신을 포장하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는 전략이다.


빠른 취업 시장에서

효율적으로 나를 보여주는 것.

요즘은 그것이 서류와 면접 전형의 목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서류 전형은,

‘글’로 나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가의 문제다.


보석 같은 경험을 묻어두지 말고,
당당히 꺼내어 보여줘라.
그것이 서류 전형의 첫걸음이자,
당신이 세상에 내는 ‘첫 목소리’다.




다음 에피소드는 <강의실> 입니다.

EP#04. 나침반이 없어요

For your onset

매주 수요일 저녁 8시



Images courtesy of Unsplash.


#면접장과강의실1도의차이 #서류전형에서나를숨기는사람들 #ForYourExpression

#직장인현실조언 #이력서 #자기소개서 #취업에세이 #브런치에세이 #목화 #FlyingCotton


이전 02화EP#02. 울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