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5. 지나친 양념은 금물

For your authenticity

by 목화


면접위원이나 실무자들은 알고 있다.
지원자들의 이력서에는 언제나 ‘양념’이 섞여 있다는 것을.


나는 ‘양념’의 의미를 이해한다.

취업 시장은 늘, ‘있는 그대로의 나’를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념에도 성의가 있어야 한다.
내가 소화할 수 없는 양념은
감칠맛이 아니라 독이 된다.




내가 설계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을 때, 직무 면접을 진행한 적이 있다.


하루 종일 회의와 데이터 정리로 커피 한 잔도 못 마시던 날로 기억한다.
헐레벌떡 면접장으로 들어가며, 그제서야 지원자의 이력서를 봤다.


경력직 후임을 뽑는 자리였고,
이력서를 보는 순간 속으로 ‘아, 이 사람이다.’ 싶었다.


지난 직장 업무에 대한 질의응답과 인성 질문까지는 순조로웠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사람을 뽑고 싶었다.

옆을 슬쩍 봤을 때에도, 부장님의 흡족한 표정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조금 더 이 사람을 자세히 알고 싶었다.
그래서 직무 역량을 디테일하게 물어보았다.
나는 설계 엔지니어니까.


“이력서에 보면 XX를 직접 설계하셨던데, A, B, C 파트 모두 진행하신 거죠?”


순간, 지원자의 표정이 묘하게 굳어졌다.


나는 재차 물었다.
“이력서에 보면 전체를 직접 설계했다고 기재되어 있는데, 조금 더 설명해 주실래요?”


그러자, 지원자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아, 그 중에서 A 파트만 제가 설계했습니다.”


“아, 네.”
나는 그 부분에 대해 추가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이력에 대해 다시 한 번 물었을 때도,

같은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전부는 아니고, 저는 D 파트만 했습니다.”


지원자가 진행한 부분은

전체 설계에서 가장 간단하고 마이너한 부분이었다.
그걸 ‘전체 설계’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두 번의 질문으로, 지원자는 완전히 ‘신뢰’를 잃었다.


면접이 끝나고 나는 부장님께 말했다.
“이 지원자를 뽑는 것보다는, 똑똑한 신입을 뽑는 게 좋겠습니다.”




내가 대답할 수 없는 ‘양념’은
배신감을 불러온다.


면접장은 신기한 곳이다.
짧은 시간 안에, 짧은 말로
신뢰와 배신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말보다 사실을,

사실보다 태도를 믿는다.



다음 에피소드는 <면접장> 입니다.

EP#06. 이 지원동기, 반칙 아닌가요

For your sincerity

매주 수요일 저녁 8시



Images courtesy of Unsplash.


#면접장과강의실1도의차이 #지나친양념은금물 #ForYourAuthenticity

#직장인현실조언 #취업에세이 #브런치에세이 #목화 #FlyingCotton

이전 04화EP#04. 나침반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