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닿고 싶어요.
사람이 많은 곳에 오래 못 있는 편이다. 일을 할 땐 집중할 대상이 뚜렷해서 괜찮은데, 그게 아니고서는 단 두 시간도 힘들다. 수많은 시각과 청각의 자극들을 무심히 넘기는 연습이 덜 된 탓이다.
유년기의 내게 글은 도피처였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정직하게 숨길 수 있는 곳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지금도 내게 글은 도피처다.
무리 속에서 숨이 가빠올 때, 문장들을 쓴다. 머리로든 펜으로든 문장을 쓰려 노력한다. 너무 많은 정보에 체증을 느낄 때도, 복합적인 감정들에 짓눌릴 때도, 심지어는 몸이 아파 앓아 누울 때도 마찬가지다. 스스로의 한계를 마주하는 순간에 나는 늘 문장으로 도망친다. 그 안에서 나를 버겁게 했던 것들을 낱낱이 들춰보고, 꼭 남기고 싶은 부분들만 추려내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렇게 숨어 다듬은 글을 통해 적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왔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아득한 정보들 틈에서 어떻게든 더 숨어보려 애쓴다. 개인의 만족을 위함도 있지만 사람에게 더 닿고 싶기 때문이다.
무방비 상태로 정보의 홍수를 떠다닐 재주는 없고, 그렇다고 마냥 혼자 가라앉아 죽기는 무서워서, 그래서 나는 계속 쓰고 싶어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범람하는 자기전시에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을 때가 있다. 소통을 향한 의지가 자기전시에 그치지 않도록 더 열심히 숨어볼 생각이다.
새로운 공간을 찾았다. 글에 집중한다는 데서 매력을 느꼈다. UI가 마음에 들어 숨어든 이곳에서 글을 통해 세상과 정직하게 만나고 싶다.
오래 갔으면 좋겠다. 나도, 사람들도, 이곳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