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 다카하시 아유무의 '러브앤프리', '패밀리집시'
어지러운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책을 추천 받았다. 꿈 같은 이력을 가진 작가가 쓴 책이었다.
'영화에 동경을 품고 대학을 중퇴, 스물 셋에 자서전 출간을 위해 출판사 설립, 베스트셀러 기획, 결혼 직후 아내와 2년 동안 세계일주, 결혼 10주년을 맞아 4인 가족 세계일주, 동일본 대지진 때 자원봉사자 빌리지 건립, 작가 활동을 겸하며 다양한 프로젝트 진행 중.'
다카하시 아유무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의 책 '러브앤프리'와 '패밀리집시'는 여러 나라에서 출판돼 180만 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궁금했다. 어떻게 그런 삶을 살게 됐는지, 돌아다니면서 어떤 일을 했는지, 뉴욕과 자메이카 등에서 레스토랑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건지. 그러니까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는 내가 원하는 삶을 10년 먼저 살기 시작한 사람이었고, 나는 그런 삶을 시작하기 위한 팁을 얻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닌 여행에세이집이었다. 눈을 뜨면 창문 밖 풍경이 달라지는 삶, 그 변화를 공유하는 아내와 아이들, 국경을 초월하는 인류 공통의 무엇. 온 몸으로 부대낀 세상이 그의 문장과 사진에 꽉꽉 담겨 있었다. 독자들은 '세계일주' 라는 키워드에 끌렸을 지 모르지만, 애시당초 그에게 지구는 단순히 발도장 찍는 곳이 아니었다. 새로운 자극이었던 것이다.
여행이 유행이 된 지 오래다. 서점에 가면 여행서적이 넘쳐난다. 1일 차에는 어디를 갔는지, 어느 거리에서 뭘 먹었는지, 이 도시 지하철은 얼마인지, 유적지 입장료는 얼마인지, 구글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정보들이 지면을 낭비한다. 저자가 책을 쓰려고 외국에 다녀왔나 싶은 착각이 들 정도다. 물론 내가 유별난 것일 수도 있다. 그냥 여러 포맷의 가이드북이라고 넘기면 될 것을.
아유무의 책은 여행에세이로 분류되어있다. 그런데 그 흔한 맛집 정보가 하나 없다. 충격이었다. '이런 게 진짜 여행에세이지' 싶었다. 여행담을 첨가한 가이드북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 만난 세상이 소재가 되는 에세이. 도로도 교통도 맛집도 시간이 지나면 다 변한다. 변하지 않는 건 개인이 마주한 순간이다. 여행지에서 맞닥뜨린 생경한 순간에 대한 정직한 기록, 그게 여행에세이 아닐까.
아유무가 여행을 떠난 건 책을 내기 위한 게 아니었다. 순간을 성실히 기록하다 보니 그 중 일부가 책으로 엮인 것이다. 감각을 총동원해 체득하지 않은 것을 내것인 체 하면 안되겠다. 그건 사기니까. 어설프게 사기칠 생각에 머리가 복잡했던 게 창피하다. 일단은 주어진 여건에서 삶을 충분히 누리고, 끝내 하고 싶은 한마디를 찾고 싶다.
어지러운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다카하시 아유무의 책을 추천 받았다.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지만, 책에서 팁을 얻긴 했다. 한 걸음 내딛기도 겁나는 어둠 속에서 빛보다 선명한 문장들이 다가왔다.
표현자로서
보편적인 작품을 만들어 밀리언셀러를 터뜨리고 싶다는 욕망도 물론 있지만,
고무로(일본 대중가수)의 보편성이 아니라 존 레논의 보편성을 추구하고 싶다.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따뜻한 것 (warm and fuzzy feeling)'으로 수많은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다.
인간 내면에 있는 따뜻한 것만은
지금도 옛날도, 동양도 서양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 Love and Free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