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날돌이, 다섯 번째 이야기 / 욕심에 대하여
네 살배기 조카 지훈이는 바다를 좋아합니다. 친구들이 공룡에 빠져드는 동안 이 꼬마는 바다 세계에 심취하여 온 벽을 파란색 크레파스로 문대버렸지요. 열을 맞춰 냉장고를 정리하는 누나가 팔짝 뛰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지훈이의 생일을 맞아 꼬마 잠수함 세트를 선물했어요. 빨간 잠수함, 노란 잠수함, 초록 잠수함, 그리고 파란 잠수함까지. 네 대의 앙증맞은 잠수함이 가지런히 담긴 박스를 보자마자 지훈이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파란 잠수함과 빨간 잠수함을 집어 들었어요. 그러고는 이내 빨간 잠수함을 내려놓더니 노란 잠수함을 손에 쥐었습니다. 잠수함을 두 개나 손에 쥐고도 지훈이는 바닥에 있는 빨간 잠수함과 초록 잠수함을 보며 동동거립니다. 노란 잠수함을 놓고 초록 잠수함을 들고, 파란 잠수함을 놓고 빨간 잠수함을 들고, 초록 잠수함을 놓고 파란 잠수함을 들고.
네 개의 잠수함을 한꺼번에 들기엔 손이 너무 작았던 걸까요? 한참을 들었다 놨다 하더니 급기야 잠수함을 일렬로 세워놓고 본인도 그 옆에 주저앉아 버렸어요.
“황새치는 파란 잠수함에 넣고, 해마는 빨간 잠수함에 넣고, 미역은 초록 잠수함에 넣고, 바나나 물고기는 노란 잠수함에 넣을 거야.”
그 외에도 거창한 계획을 읊던 지훈이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집니다.
“돌고래는 못 태우잖아. 너무 커서 안 들어가. 고래상어도 못 태워. 삼촌 미워. 잠수함이 너무 작아. 으앙”
서럽게 우는 조카에게 수족관을 사준다는 약속은 할 수 없어서 그저 지켜봅니다. 속이 항상 시끄러운 까닭은 그릇보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일간 날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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