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종사의 이야기
어린 시절부터, 창공을 자유롭게 누비는 조종사의 꿈은 언제나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은 길고 험난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생 때, 아버지 친구분 중 공군장교 출신인 분이 계셨었는데, 당시에 초경량항공기 사업을 하셨었습니다. 주말이면 아버지를 초대했었는데, 기계와 항공분야에 관심이 많으셨던 아버지께서는 항공기 조종뿐 아니라, 경정비도 종종 함께하셨고, 덕분에 저희 가족은 아버지를 따라가서 비행을 경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작고 가벼운 초경량 항공기였지만, 처음으로 이륙을 위해 세팅했던 출력에 온몸이 뒤로 젖혀졌고, 바람을 가르며 떠오르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비행을 경험했던 순간들은 어린 저에게 큰 감명과 감동을 주었고, 조종사의 꿈을 품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차차 다루겠지만, 여러 가지 사정(사정이라 표현했지만 이제와 생각해 보면 절반 이상은 핑계였던 거 같습니다..)과 상황 때문에 조종사의 길을 걷기 위해 정석(?)을 따르기는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2011년, 육군에 입대하여 헬기를 정비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약 7년간의 군 생활 동안 정비사로서 일하며, 주말 간 꾸준히 비행 교육을 받았습니다. 2019년에는 마침내 비행교관이 되어 하늘을 나는 기쁨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전역 후 교관생활을 하며 항공우주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다양한 항공 관련 자격증과 조종 면허를 따며 끊임없이 노력해 왔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나를 성장시키고, 더 나은 조종사가 되게 해 주었다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팬데믹으로 인해 항공사 채용이 중단되었습니다. 꿈에 다가가는 길이 멀어지는 듯했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군생활 경력을 통해 해양경찰에 입사하여 헬기 정비사로 일하며 인명구조와 함정 근무 등 일반적으로 경험하기 힘들만한 특별한 경험들을 쌓았습니다.
이것이 계획된 시간은 아니었지만, 해양경찰에서의 경험은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특히, 생명을 구하는 일의 가치와 팀워크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의 공무원 생활 덕분에 가정을 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도 얻었습니다.
2023년, 드디어 꿈에 그리던 항공사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부기장이 되어 하늘을 나는 꿈을 실현하게 되었습니다. 이 순간을 위해 수많은 도전과 수없이 많은 실패가 있었지만, 그 모든 과정이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저를 믿고 내조해 준 아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제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의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어린 시절 꿈꾸던 대로, 조종사가 되어 세계를 무대로 멋진 풍경을 보고, 설렘으로 가득 찬 승객들을 안전하게 모시며, 그 멋진 순간들을 글로 기록하고 싶습니다. 브런치 작가로서 저의 첫 글은 이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글입니다. 지금까지의 경험뿐 아니라, 앞으로 비행하며 겪을 다양한 경험들과 특별한 순간들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때로는 저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작은 영감이 되기를 바라며, 하늘을 향한 꿈을 가진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여정은 길고 험난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더 큰 보람임을 알기에, 나는 오늘도 하늘을 향해 날아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