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부터 다시 연습하고 시작하다.
작은 일부터 다시 연습하고 시작하는 인생
내가 오늘 이런 글을 써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꾸준히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기에 써본다.
저 그림들을 그리던 2020년 늦은 봄 언저리는 내가 나를 살리기위해 발버둥을 칠때였다.
어느날 문득 깨어서 주변을 보고,나를 보니 '사람'이 아닌것 같은 내 모습이
문득,아주 낯선 얼굴로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가장 오랫동안 보아온 가장 낯선 얼굴을 보면서
'사람답게 살고 싶다'
'인간의 최소한의 존엄성'이란 말이 퍼뜩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한국에도 갈 수 없고,직장도 없고,사람과의 거리두기도 하는 이 세상 한가운데
앞서도 이야기했듯 나를 바로 옆에서 도와줄 단 한 사람,
나였다.
정말 어이없게도 저 쉬운 일들이 세상 힘들게 느껴졌다.
그래서 하고나면 내가 그렇게 기특 할 수가 없었다.
고등학생에게 1+1=2를 물어보는거나 마찬가지였지만,그 때의 나는 그랬다.
사실 바나나만 먹던 나에게 설거지란,
밥먹어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침대가 아닌 이부자리를 개는 것은 나에게 일종의 의식같은 것이 되었다.
이부자리를 갠다는 의식은 일종의 하루가 시작되었고,일어났다는 신호였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텅빈 방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내 속시끄런 마음과 달리 내 방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그 텅 빈 방이 주는 묘한 안락함이 좋았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별 거 아닌 것 같은 이부자리개기는 널부러진 이불과 배게,거기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나를 셋트로 없애버린 것 같은 가슴 시원함과,내 상황과는 너무 다른 그 아무것도 없는 그 방의 고요가 주는 치유가 있었던 것 같다.
그 때부터 내 마음이 조금씩 차오른것 같으니까.
그리고나서 화장실 변기와 그 주변을 깨끗히 닦고나면,
내 목구멍까지 차오른 물떼같은 것들이 다 사라진 듯한 깨끗함,
산뜻함,
그 즈음에는 집생활이 내 전부였으니,
작은 목소리로
'화장실의 여신님'
을 부르고 딱 오늘 하루만 잘 지내게 해달라는 말 한마디와 다시 만날때까지 부모님의 건강을 기원하는
말만을 하고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하는 날들도 많았다.
내가 아주아주 꼬맹이였을때,
삼남매의 막내였던 내가 유일하게 혼자 있을 수 있던 공간,
엄마가 빤질빤질 잘 닦아놓은 타일의 반짝거림...나는 유난히 화장실을 좋아하는 어린이었다.
그래서인지,지금도 아무에게도 이야기 할 수 없는 일들을
가끔 화장실 청소를 하면 '화장싱의 여신님'께 조용히 털어놓고는 하였다.
내 유일한 친구이자, 내 나쁘고 부정적인 속을 다 토할 수도 있는 그 작은 유일한 공간을 닦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조금씩 나 혼자서 빛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고,올해가 들어서는 다 괜찮아 진 것 같은 생각도 들만큼 좋아졌다.
어느새인가...
그러나,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순간,요즈음은 다시 스물스물 그 때의 어둠들이 기어나오고 있다.
그래서 오늘 글을 써야하나 말아야하나 망설여졌다.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이부자리를 개고,화장실 변기도 바닥을 닦으며 '화장실의 여신님'께 똑같은 말들을 반복했다.
한번 바닥을 '쿵'하고 쳤던 내 마음은 여기 저기 상처들을 지니고 있고 앞으로도 왔다 갔다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저 일들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고,며칠 후면 또 괜찮아질 것이고,마음이 요동치는 일도 또 반복에 반복을 할 것이다.
마음이란게 한 번에 반짝 나아지는 게 아니더라.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그렇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