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이라는안갯속으로한 발짝한 발짝 다가가기

한 발짝 다가가기 두 발짝 물러가기

by flyingfish
세상에 참 많은 정보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심리검사와 나에게 10분 정도밖에 허락해주지 않는 의사 선생님들도 가슴속 깊이 신뢰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잠이 올 때까지 약은 꼬박꼬박 먹었다.

그리고 각기 다른 타입의 심리 상담 선생님들을 찾아다녔다.

심리학자이기도 하였던 그리스인 지인의 말을 빌자면, 상담사는 내가 돈을 버리며 찾을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자기와 맞는지 안 맞는지는 내가 만나고 페이를 하고 나서 알게 된다고 하였다.

오직 나만이.

맞는 말이었다.


종교적인 선생님, 너무나도 감성적인 선생님, 특이한 요법 같은 걸 권장하시는 선생님, 충고 조언이 너무 많으신 선생님...

음,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해두자.

나는 그중에서 나에게 심리적 거리감이 있으신 가장 무난해 보이는 선생님을 골랐다.

꼭 빨리 원상 복귀하겠다는 신념으로 잘 움직여지지 않는 몸과 마음을 열심히 움직였다.


인터넷으로 좋다는 방법도 찾아보고 책도 주문하고...

사람들이 좋다는 거의 모든 방법을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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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너무 힘들 땐 며칠이고 몇 주고 몸이 시키는 대로 아무것도 하지 말고, 바닥을 치고 지하 몇 층으로 내려가 보면 드디어 올라오는 날이 생긴다고 했다.


자지도 먹지도 못하면서 약을 먹으니 나는 자주 토했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마음만 급해서 나에게 여러 가지 방법을 다 시킨 나는 그대로 점점 지쳐갔다.

그래서 시키는 대로 누워만 있어보았다.

바닥을 '탁'하고 치고 올라와야지-하는 마음으로.


결과는 내 식은땀과 함께 매트리스 안쪽에 곰팡이가 생겼다.

역했고, 내가 돼지우리에 있는 것 같은 마음

내 마음에도 곰팡이가 쓴 것 같았다.

내 존엄성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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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햇볕을 쬐고 걸어야 한다


그래서 코로나로 폐쇄된 공원 주위까지 가보려고 했지만...

침대 생활을 막 마치고 나서 일까.

집 바로 앞에 있는 조그만 오솔길을 가기도 버거웠다.

정말로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 경험을 했다.

집 바로 앞 주공 아파트에 가는 계단만 하염없이 오르락내리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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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마음 챙기기를 해야 해


구식 폴더폰처럼 자꾸만 접히는 나를 바로 세우고

온갖 잡념들로 가득 찬 머릿속이 조용해지기를 바라며 명상이라기보다 무작정 앉아도 보고 거울 명상도 해보았다.


무엇이 나를 도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접힌 몸을 일으키고, 구토 후 쓰린 배를 움켜쥐고도.. 끊임없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를 도우려는 자,

그 사람이

그 단 한 사람이 나라는 걸 깨달았다.

나를 비난하고, 쓸모없다 하고, 살지 말아야 한다고까지 하는 내 안에서

혼자서 꿋꿋이 자라나는

'나'를 도우려는 내가 있다는 걸 알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돕는 나는 나를 찾아서 돕고 싶어 했다. 간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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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내가 너무나 많아

노래 가사가 진리처럼 느껴졌다.

그때 내가 나를 돕고자 한 일들은 그 당시에는 참 많이 독이 되었던 것 같아.

자신감이 없으니 일관성은 없고 불안감은 높으니,

매일매일 다른 무언가를 끊임없이 하였다.


그러나

NOT BAD


내 안에 있는 선한 존재는 확실히 알게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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