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거주를 위한 '필수템' 레지던스비자 신청 체험기

03화

by Flying Johan

벌써부터 40도 가까이 올라가는 폭염의 하루하루가 이어지는 나날. 학교 수업을 한창 하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연 뒤 얼굴을 내민다. 하얀 아랍 전통복장을 입은 사람 좋게 생긴 아저씨였다.

"앗쌀라무 알라이쿰."

아랍어로 "안녕하세요"란 뜻이다. 근데 누구…?

알고 보니 학생들의 거주비자를 대행하기 위해서 학교 측에서 고용한 PRO(Public Relation Officer)였다. 보통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이렇게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에미라티'라고 불리는 현지인을 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현지인을 끼고 하지 않으면 아예 허가가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나라의 법 자체가 자국민에게 어떻게 해서든지 일을 주려고 하고 법과 제도가 무조건 현지인이 우선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호명하는 학생들 앞으로 나오세요."

그리고 불리는 내 이름. 거주비자 (Residence Visa)를 신청하러 가야 하니 지금 나오란다. 거주비자는 UAE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꼭 받아야 하는 비자이며 유효기한은 2년이다. 관광비자로는 3개월밖에 있을 수 없기에 그렇다. 그리고 이 나라는 현지인과 결혼을 해도 시민권을 주지 않는 나라이기에, 사실상 여기서 먹고살려면 이 비자밖에 답이 없다. 현지 학교나 회사에서 보증을 서서 비자신청을 해주는 식이다. 어쨌든 이렇게 수업을 땡땡이치고 합법적으로 놀러나갈 수 있게 되었다.

20170525_3331255_1495687892.jpg 언제나 화창하다 못해 무더운 날씨



밖으로 나오니 언제나 화창하다 못해 무더운 날씨가 우리를 반긴다. 그래도 갇힌 일상에서 바깥에 나오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차로 20분 정도 달렸을까. 우리나라로 치면 질병예방본부 정도 되려나. 코너링을 돌고 돌아 막히지 않으니 종합센터에 곧 도착했다. 소박한 입구 전경이 인상적이다. UAE는 총 7개의 토호국으로 구성된 나라인데, 우리가 거주비자를 받기 위해 간 곳은 샤르자 보건부였다.

거주비자 신청 절차 자체는 막 복잡하지는 않으나 매우 귀찮은 작업이다. 2년간 살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지문을 채취해야 하고, 피를 뽑아야 하며 X선도 찍어야 한다. 피를 뽑는 것은 에이즈 검사 때문이라고 얼핏 들은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신청서를 카운터에 제출하면 나머지는 PRO가 알아서 해 준다.

20170525_3331255_1495687905.jpg 소박한 입구 전경



입구에 들어가니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엄청 많이 와 있었다. 주로 인도 파키스탄 같은 나라에서 노동을 하러 온 사람들이다. 1970년대 우리나라가 중동 건설현장에 많이 나가 땀흘리면서 외화를 벌었던 것을 세월이 흘러 이들이 바통터치했다 생각하니 약간 짠하기도 한다. 언젠가 이들 나라도 잘살게 되는 날엔 또 다른 나라가 이런 일을 이어받겠지.

20170525_3331255_1495687921.jpg 거주비자 신청 절차. 한번 받기 되게 힘들다.



대기열에 앉아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작은 문이 있길래 "저건 뭐예요?"라고 물으니 "여자 전용"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이슬람국가지만 재미있게도 여기는 레이디 퍼스트가 강력히 적용돼서 여자는 전용줄도 따로 있고 늦게 와도 남자보다 먼저 끝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나중에 번호 호명할 때 보니깐 늦게 온 여자가 먼저 번호 불리기도 해서 약간 신선한 충격을 받기도 했다.

30분 정도 기다리니 내 번호표가 불리고, 자리에 앉았다. 먼저 지문을 채취하는데 담당 아랍 공무원이 여권을 보더니 한국인이냐고 묻는다. 맞는다고 하니 "안녕하세요"라고 말해서 깜짝 놀랐다. 곧이어 양손을 내밀어서 스캐너에 정말 덕지덕지 지문을 채취했다. 근데 이 정도면 굉장히 선방한 거고 옆자리 파키스탄 노동자한테는 거의 짐승 다루듯이 거칠게 소리지르면서 손 내놓으라고 지문을 채취해 가서 뭔가 마음이 짠했다.

20170525_3331255_1495687938.jpg 순서를 기다리는 외노자들.



20170525_3331255_1495687953.jpg 모든 절차가 다 끝나면 여기에 제출하면 된다.



거의 1시간 30분 가까이 이곳에 머무른 것 같다. 모든 절차가 다 끝나면 카운터에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피 뽑고 지문을 채취하고 제출하고 그럼 끝이냐? 아니다. 거주비자 나오는데 2~3주 걸린다고. 늦게는 한 달까지도 예상하란다. '뭘 하길래 한 달씩이나…'란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이 나라에서는 "인샬라(알라의 뜻대로)" 문화가 원래 이렇다고 이해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이렇게 거주비자가 나오면 2년마다 갱신하면 된다. 말인즉슨 2년마다 피 또 뽑고….

2시간 동안 즐거웠던 나들이(?)가 끝나고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 타지에 나와 있으니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그리워진다. 해외에 있어 보니 우리나라 일처리가 얼마나 빠르고 신속한지 알 것 같다. 중동 국가들이 한국 행정처리의 반의 반만 따라가도 참 좋을 것 같다는 게 솔직한 생각이다. 이렇게 애국자가 되어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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