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생 알 아미리, 우주선을 발사하다
2014년 7월, 아랍에미리트(UAE)의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총리가 한 가지 의아한 발표를 했다.
UAE는 2021년까지 화성에 탐사선을 보낼 것이며,
이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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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국제사회의 반응은 한마디로 '뜬금없다'였다.
우주탐사라는 것이 말은 좋지만 우리가 알듯이 엄청난 집약적 연구와 과학의 집결체이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미국, 러시아 등 소수의 나라들만 독식해온 첨단 분야 아닌가. 당시 UAE에는 제대로 된 우주연구기관도 전문과학자도 없었다.
그 전에 2009년 한국의 위성 개발 업체 쎄트렉아이와 함께 첫 번째 위성 '두바이샛 1호'를 개발해 발사한 것이 UAE 우주 연구의 전부였다.
사실 이 위성마저도 본인들 힘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엔지니어가 70%, UAE 엔지니어가 나머지 30%를 기여했으니 말이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UAE는 차근차근 계획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알막툼 총리의 발표가 있는 지 2년 뒤인 2018년 독자적으로 설계·제작한 인공위성 '칼리파샛'을 발사했다.
그러면서 10년 동안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국의 순수한 기술로 우주탐사를 할 수 있는 실력을 계속 쌓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2020년 7월 20일 UAE의 화성탐사선 '아말'(아랍어로 희망이란 뜻) 발사에 최종적으로 성공하면서 2014년에 내놓은 공언을 지켰다.
UAE 두바이는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현지 언론은 온통 로켓으로 도배가 됐으며, 세계 최고층 건물인 부르즈 칼리파에서는 발사를 축하하는 레이저쇼 행사가 열렸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아부다비 황태자 및 UAE 연합군 최고사령관은 "우리는 환희와 자랑스러움을 갖고 희망(Hope)의 성공적인 발사를 지켜봤다"면서 "이 순간은 자라나는 젊은이들을 특별함으로 이끌 것이며 우주로의 새 여정을 시작하는 새로운 도약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바이 통치자이자 UAE 부통령인 셰이크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역시 "우리는 화성으로의 493만㎞ 여정을 시작했다. 신께서 우리의 여정을 축복해주실 것"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아말은 UAE 건국 50주년인 2021년 2월 화성 궤도에 진입해 1년 동안(지구의 687일에 해당) 기후 관측과 지표면 분석 임무를 맡게 된다.
UAE 정부는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전 세계 연구기관과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화성 탐사 프로젝트 명칭이 희망을 뜻하는 '아말'인 것은 앞서 자이드 아부다비 황태자가 말했듯이 UAE 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왜냐고?
현재 UAE 인구의 10% 수준인(약 100만명) 순수 로컬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고임금 일자리와 각종 보조금으로 평탄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짧은 시간 내에 1인당 소득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지만 온 국민이 석유로 쌓은 부에 안주해버리는 '석유의 저주'에 걸려 미래 비전이 없다는 우려가 계속 나오는 중이다.
언젠가는 석유도 고갈할 것이고, 그마저도 현재와 같은 저유가 기조가 계속된다면 현재와 같은 부를 유지하는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잘 살지만 미래 후손들은 안심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기에, 이 탐사선발사는 단순한 우주탐사를 넘어 국가 전체를 꿰뚫는 미래 비전에 대한 큰그림인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 성공에서 볼 수 있는 특이점이라면 '여성'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UAE에서는 그동안 과학 분야에서 여성 인재를 적극적으로 중용해왔다.
UAE 대학 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 졸업생의 56%가 여성이고, 이번 화성탐사선 프로젝트에서도 행성과학팀의 34%, 화성탐사팀의 80%가 여성으로 구성됐다.
탐사선 프로젝트를 총괄한 사라 알 아미리(Sarah bint Yousif Al Amiri) UAE 첨단과학기술부 장관 역시 1987년생의 33세 젊은 여성이다.
알 아미리 장관은 UAE 샤르자 아메리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관련 석사 과정을 마친 뒤 2017년 30세에 장관에 올랐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학을 갓 졸업하고 석사 학위를 받은 신진 과학자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자리에 오른 셈인데, 아무리 개방적으로 생각해봐도 잘 상상이 안되는 일이다. 나도 꼰대인가...
남들은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갈 나이에 본인은 한 나라 첨단과학을 책임지는 장관 자리에 올랐으니 얼마나 부담이 컸을까.
그것도 여성의 사회 참여에 매우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에서 말이다.
그런데 급진적이어도 참으로 급진적인 이 일이 이슬람 국가에서 일어났다. 국가 리더의 뚝심과 안목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솔직히 까놓고 우리나라 같았으면 국정운영이 장난이냐며 허구한날 찬반 여론조사 붙이고 논쟁 폭발하고 난리치다가 본인이 결국 부담감에 자진사퇴할 가능성 120%라 본다)
12세 때 안드로메다은하 사진을 본 뒤 우주 연구에 관심을 가졌다는 그녀는 주위의 의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본인의 기량을 선보이며 이번 화성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20년 만에 꿈을 실현하고 전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과학은 저에게 있어 가장 국제적인 형태의 협력입니다.
그것은 한계가 없고, 국경도 없으며, 개인의 열정으로 운영됩니다.
전 인류가 이해를 같이하는 모두의 혜택을 위해서죠
UAE 정부에선 이미 100년 뒤인 2100년께 화성에 인류 정착촌을 세운다는 거창한 계획도 세웠다.
이제 그녀의 목표는 UAE의 향후 미래 30년을 내다보고 다음 우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여성이 주축이 된 아랍 최초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의 성공이 다른 아랍 국가들 여성에게도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