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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 Johan Oct 06. 2020

하늘을 나는 쇳덩어리의 과학 - 고난을 넘어 경외로

#2

이 글을 읽기전에 1부를 먼저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링크)



무게만 수백톤에 이르는 비행기가 ‘하늘에 어떻게 뜨나’란 간단하고도 신비로운 질문에 대해 사람들은 이를 해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하지만 인류가 새가 날라 다니는 것을 수천년 넘게 봐 옴에도 불구하고 비행기가 발명된 것이 불과 백 년전이듯, 쉬워 보이지만  이를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동안 참으로 많은 이론들이 이를 규명하고자 나섰고, 그러는 동안 불행하게도 백과사전이나 몇몇 교재에서조차 학생들을 혼란에 일으키는 틀린 이론들이 아직도 활개를 치고 다니고 있다.


다음은 앞서 1편에 설명한 ‘긴경로 이론(Long Path Theory)’과 더불어 미국 NASA에서 공개한 대표적인 양력에 대한 틀린 이론이다.



비행기 그까이꺼 물에 돌멩이 튕기듯 가는거 아님?




대부분 물가에서 납작한 돌을 물에 빠르게 던져 몇번이나 튕기는지 실험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우리말로는 ‘물수제비’, 영어로 Skipping Stone이라 불리는 동서양 고금을 막론하는 놀이다.


물수제비 이론은 이러한 생각에 착안을 둬서 양력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NASA가 말합니다. 이거 아니에요

공기가 비행기 날개를 통과할때 아랫쪽 면에 공기 분자들이 부딪히면서 생기는 반작용력이 양력이라는 생각에 이론의 기반을 두고 있다.


한마디로 돌을 수면위로 통통 튕기면 이 돌이 첨벙첨벙 잘 날라다니는 것처럼, 날개 밑에 공개가 부딪히면 그 반대되는 힘으로 날개가 떠오른다는 것이다.


매우 그럴듯해 보인다. 이 이론은 뉴턴의 3법칙인 작용-반작용 법칙과 연관이 있지만 뭔가 나사가 빠져있기에 (완전하지 않기에)이를 구분하고자 ‘물수제비 이론’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 이론의 장점이라면 매우 직관적이고, 스스로를 이해했다고 납득하기에 매우 편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어떻게 될까. 날개 아랫쪽만이 아닌 윗쪽에서도 물수제비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기 흐름의 방향변화의 모든 부분이 물체의 아랫쪽 표면에 의해서만 생긴다고 추정했기에 이런 이런 오류가 생긴 것이다.


결과적으로 똑같은 힘 둘이 상쇄되어 최종적인 양력은 0이 된다. 반론의 여지 없는 완벽한 패배다.


뭐 사실 깊게 들어가면, 이 물수제비 이론 역시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우주왕복선 같은 공기가 희박하고 아주 적은 공기분자만 날개 윗쪽에 부딪히는 특이한 성격의 비행기에서는 이 이론이 맞을 때도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대부분의 상공 비행에서는 이 이론은 정확한 답을 주지 못한다.

  

뉴턴형 도와줘요  


고전 물리학의 아버지이자 학생이라면 지겹도록 이름을 들은 뉴턴 법칙 (Newton’s Law)에 양력 발생을 위한 1차적 답이 있다. 물론 뉴턴은 1600년대 사람이기에 본인이 항공기 양력에 대해 설명한 적은 없다는거.


물리학자, 수학자, 천문학자이자 연금술사(...)이기까지 했던 아이작 뉴턴 (1643~1727)

뉴턴은 그의 나이 23살인 1666년에 만유인력에 대한 이론을 발견했다. 그로부터 1686년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프린키피아)’란 책에서 운동의 3법칙을 발표하고 고전역학의 영원한 별로써 길이길이 남게 된다.


과학이론 앞에 ‘법칙(Law)’이라고 이름이 붙은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언제 어디서나 써도 100% 들어맞는 이론이란 점이다.


앞서 물수제비 이론이 어설프게 설명하려다 망한 양력발생의 원인을 뉴턴의 2법칙(가속도의 법칙)과 3법칙(작용-반작용의 법칙)를 이용해서 설명해보자.


뉴턴2법칙(가속도의 법칙)에 의하면, 시간에 따른 질량이나 속도 변화는 힘을 발생시킨다.



다음 그림에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는 공기는 날개부분을 지나면서 속도가 변하게 된다.


비행기 날개의 앞에 있는 공기를 전방류, 뒷쪽 공기를 후방류라 부르는데, 후방류는 일반적으로 날개의 영향을 받아서 아랫부분으로 떨어지게 된다.


비행기 날개는 보통 앞 부분이 들린 ‘받음각(Angle of Attack)’을 가진 형태로 있기에, 이 각에 따라 공기의 방향이 바뀌고, 여기서 힘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받음각의 존재 때문에 날개 윗면의 압력과 아랫면에는 압력차가 생기게 된다.



이 힘은 뉴턴 3법칙(작용-반작용 법칙)에 따라,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반작용이 생기면서 역으로 날개에 적용되어 비행기가 위로 뜨는데 사용된다.


뉴턴 3법칙 자체가 ‘이동하는 물체에 대한 힘의 근원은 어디인가’에 대한 설명이기에 양력 발생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깊게 들어가면, 과학자 오일러가 뉴턴2법칙을 이용해 도출해낸 ‘유체가 곡선 경로를 따라 흐를때 유체가 흐르는 방향에 수직해서 곡선의 바깥쪽에 높은 압력, 안쪽에 낮은 압력이 생긴다’는 원리도 같이 이해하면 좋으나, 너무 어려워지므로 과감히 패스.



아직 끝이 아니다


앞선 글에서 ‘베르누이의 정리’만으로는 양력발생을 100%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이는 ‘베르누이의 법칙’이 아니고 ‘베르누이의 정리’라고 불리는 이유와 연관돼 있기도 한데, 베르누이의 정리가 점성이 없는 유체에서만 성립되기에 모든 양력발생 원리에 적용되는 공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방금 꺼내든 카드가 ‘만능 치트키’인 뉴턴의 운동 법칙이었다. 어디서나 통용되는 가속도의 법칙(2법칙), 그리고 작용-반작용의 법칙(3법칙)을 이용하면 양력 발생을 어느정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양력 발생의 원리에 뉴턴의 운동법칙만을 적용하기엔 또 뭔가 찝찝하다. 뉴턴법칙이 맞는 말이긴 한데, 이게 오래전인 1600년대에 나온 법칙이다. 수학적으로 양력을 제대로 계산하려면 이것만 가지고는 턱도 없다.


공기의 흐름에는 에너지 & 운동 법칙뿐 아니라 질량 보존 법칙도 함께 적용되는데 뉴턴 법칙(운동량 보존 법칙)만으로는 이를 전부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질량 보존의 법칙은 뭐냐고? 이걸 제대로 알려면 ‘오일러 방정식’을 알아야 한다.


유체역학에서의 오일러 방정식. 넘어가자.


곧, 제대로 양력을 설명하려면 뉴턴 법칙 뿐 아니라 오일러 방정식 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너무 어려우니 우선 이런게 있다...정도로만 이해하고 넘어가자.


결국 현재까지 한 얘기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양력 발생에는 베르누이의 정리, 뉴턴의 운동법칙, 그리고 오일러 법칙까지 모두 관여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베르누이 + 뉴턴 + 오일러란 과학계 천재들을 모두 합쳐놓고, 여기에 공기 자체가 갖고 있는 점성까지 고려하게 되면, 드디어 우리는 ‘비행기가 하늘에 어떻게 뜨나’란 근본적 질문에 대답을 가장 명확하게 할 수 있게 된다.


RPG 게임으로 치면 LV999 공략불가 최종보스인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이 바로 그것이다.  




세계관 최강자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그런데 문제는 이 방정식이 지금까지 알려진 수학 공식중에 해를 구하기 가장 어려운 미분방정식중 하나고, 현재까지도 아무도 증명을 못한 미스테리란 식이란 점에 있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기본형. 이해는...넘어가자


어느 정도냐면 아예 수학계에서 ‘밀레니엄 7대 난제’중 하나로 선정됐으며, 풀기만 하면 100만달러와 함께 엄청난 명예 그리고 역사책에 길이길이 남을 수 있는데, 지금까지 성공한 사람이 없다.


머리가 안되면 손발이 고생하는 법이다. 때문에 예전에는 하나하나 다 몸으로 때울 수 밖에 없었다.  


라이트 형제도 최초의 비행을 성공하기 전에는 하나하나 날개를 변형시키는 실제 실험을 하나하나 해가면서 이 값을 토대로 비행을 나섰다.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는 말 안해도 알수 있으리라.


라이트형제의 비행에는 엄청난 노가다가 함께 했다


때문에 NASA의 전신인 NACA는 다양한 날개 단면 모양(에어포일)에 대해 모두 실험하여 이것들의 특성을 일일히 다 리스트로 정리해 놓기도 했다.


아주 정확한 계산이 아니라면 이 리스트는 현재까지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학자들의 노가다 정신에 경의를 표하는 바다.

NACA의 다양한 에어포일에 따른 테이블 정리


최근에 와서는 발전한 기술에 힘입어 컴퓨터를 이용해 근사값을 얻게 되었고 현재는 이를 이용해 하나하나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양력 계산에 쓰고 있다.


이렇게 컴퓨터를 활용,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이용해 여러가지 상황에 대해 양력발생에 대해 시뮬레이션 하는 것을 전산유체역학(CFD)라 부른다. 하지만 난류까지 고려하면 오차가 크게 생길 때도 있어 100% 정확한 값을 구하는 데는 여전히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편이다.


1부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참 길고도 험난했다. 이제 결론이다.

전산유체역학(CFD)는 항공뿐 아니라 자동차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누군가가 ‘비행기는 어떻게 하늘에 뜨나요?’라고 묻는다면,


1. ‘베르누이의 정리’‘뉴턴 운동법칙’을 들면서 이를 통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면 된다.


2. 만약 더 깊게 알고 싶다고 하면 ‘오일러 방정식’ 덧붙여서 설명을 하면 된다.


3. 그래도 더 알고 싶다고 떼를 쓴다면?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보여줘라.


그리고 이 방정식의 해를 풀면 된다고 하고 당신은 그 자리를 유유히 빠져나오면 될 것이다.


-Fin-


목차


1장. 비행기에 대한 이해 높이기


1) 비행기는 하늘에 어떻게 뜨나

2) 하늘을 나는 쇳덩어리의 과학 - 고난을 넘어 경외로 (현재글)

3) 3치원의 비행기와 세가지 움직임

4) 비행속도는 어떻게 측정할까

5) 착륙장치에 숨어 있는 과학원리

6) 연료탱크는 단순한 저장소가 아니다  

7) 이륙에 필요한 거리는 어떻게 계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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