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필자가 조종사가 되기전부터 항상 궁금했던 것이 ‘저 무거운 쇳덩어리가 어떻게 하늘에 뜰까’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공기보다 무거운 이 물체가 유유하게 하늘을 떠다니는 것은 굉장히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구상의 모든 물체는 중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우주를 가야만 무중력상태를 맞이할 수 있기에 죽는날까지 발을 땅에 붙이고 다니는 우리로써는 하늘을 난다는 것 자체가 현실보다는 이상에 가까웠던 것 같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하루에도 수만대의 비행기가 하늘을 잘만 날라 다닌다. 가벼운 글라이더부터 우리가 평소 타는 여객기와 그리고 많은 무기를 실은 무거운 군용 폭격기까지. 이 쇳덩어리를 하늘에 뜨게 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도대체 무엇일까.
비행기가 어떻게 하늘에 뜨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물체에 작용하는 과학적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알고보면 전혀 어렵지 않다. 최대한 과학적 수식을 배제한 채 쉽게 설명하겠다.
비행기에 작용하는 힘은 모두 4가지다. 물체를 아래에서 위로 뜨게 하는 힘인 ‘양력(Lift)’, 물체를 뒤로 땡기는 힘인 ‘항력(Drag)’, 물체를 앞으로 가게 하는 ‘추력(Thrust)’, 그리고 물체를 지상으로 당기는 ‘중력(Weight)’이 그것이다.
이중 물체가 하늘에 뜨게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힘은 양력이다. 곧 비행기가 하늘에 뜨게 하려면 양력을 키우면 되는 것이고, 이 힘을 중력보다 크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반대로 중력이 양력보다 더 크다면 물체는 아래로 떨어져 끝내 지상에 이르게 될 것이다. 항상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우리처럼.
이 양력에 대한 존재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매력덩어리였다. 그들의 희망을 대변하듯 각종 옛날 이야기에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새처럼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 다니는 그들을 그리면서 자신도 모르는 채 양력을 표현한 것이다.
다시 비행기 얘기로 돌아와서 우리가 날개를 자세히 살펴보면 비행기 날개는 평평하지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에어포일(Airfoil)이라 부르는데 길쭉한 타원형으로 생겼는데 잘 보면 아랫부분과 윗부분 생긴 것이 다르다. 여기에 양력 발생의 기본 원리가 숨겨져 있다.
전통적으로 이 양력에 대해 설명한 가장 대중적인 과학적 모델은 베르누이의 정리(Bernoulli's Theorem)다.
베르누이는 18세기에 활약한 스위스의 수학자이자 이론 물리학자로, 공학도들이 정말 싫어하는 과목중 하나인 유체역학을 정립시킨 아버지다. 그는 기체 운동과 열의 본성, 그리고 에너지 보존 법칙의 기초 연구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1738년 어느날 베르누이는 유체가 규칙적으로 흐르는 것에 대한 속력, 압력, 높이의 관계에 대한 법칙을 발표하게 된다. 에너지 보존법칙에 따라 상대속도가 있는 고체와 유체의 상호작용을 설명한 원리로 그리고 여기서 압력(Pressure)과 속도(Velocity)에 대한 기본적 관계가 따라나오게 된다. 그림을 확인해보자.
베르누이의 정리는 쉽게 말해 유체(쉽게 말해 공기같은 것)가 관을 따라 이동할때 압력과 속도는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단면적이 큰 A1에서 단면적이 작은 A2로 이 유체가 이동할 때 이 유체의 속도는 높아지고 압력은 낮아지게 된다. 반대로 A2에서 A1로 이동하면 속도가 낮아지고 압력은 높아진다.
이는 소방호스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소방호스를 보면 물줄기가 나오는 노즐이 매우 좁다. 때문에 물줄기가 나오는 압력은 줄어들고 속도는 매우 빠른 것이다. 만약 소방호스의 노즐이 넓다면 물줄기는 속도가 약해 얼마 못 가고 오줌줄기처럼 축 쳐질 것이다.
베르누이는 이 상황에서 P1V1 = P2V2 가 성립하면서 이 상황에서의 에너지는 보존된다고 했다. 에너지가 보존된다는 말은 속도와 압력에 변화가 있어도 변화 전의 총에너지와 변화후의 총 에너지에 차이가 없다는 말이고, 때문에 완벽한 속도와 압력 사이의 반비례 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더 쉽게 말해 공기의 속도가 빨라진다고 해서 보이지 않는 새로운 무언가가 이 공기를 빠른 속도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압력으로 존재하던 힘이 속도로 변하면서 에너지의 총량에는 변화가 없이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같은 에너지를 유지하기 위해 속도와 압력은 반비례한다는 것이 이 원리의 핵심이다.
(사실 깊게 들어가면 베르누이의 정리는 점성이 없는 유체(Inviscid Flow)에서만 성립하며 유체에 점성력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전제가 필요하지만, 너무 어려워지므로 패스하자. 핵심을 이해하는데는 문제없기에.)
앞서 비행기의 날개가 평평하지 않다는 말은 이미 했다. 비행기 날개를 뚝 잘라서 옆에서 바라보면 대충 윗 그림처럼 생긴 기묘한 타원형인데, 이를 보면 비행기 날개를 지날때 공기의 움직임을 유추할 수 있다.
공기가 그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분다고 했을 때, 이 공기의 흐름은 윗쪽과 아랫쪽으로 나뉘게 될 것이다. 보다시피 윗쪽 아랫쪽 날개 단면은 서로 다르게 생겼고, 이는 공기의 다른 속도를 발생시킨다.
이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날개 윗쪽 단면의 공기의 속도(유속)가 아랫쪽 단면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베르누이의 정리에 의해 속도와 압력은 반비례한다고 했고, 공기의 흐름이 갑자기 바뀌고 속도가 변하면서 압력에도 변화가 생기게 된다. 속도가 높아진 날개 윗쪽 단면 주위에는 압력이 낮아질 것이고 , 속도가 낮아진 날개 아랫쪽 단면 주위에는 압력이 높아질 것이다.
오랫동안 기다렸다.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이동하는 일기예보처럼 압력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작용하기에, 높은 압력의 날개 아랫쪽에서 낮은 압력의 날개 윗쪽으로 힘이 작용할 것이다. 때문에 전체적으로 날개의 윗쪽 방향에 알짜힘이 작용할 것이고 때문에 ‘양력’이 발생하여 비행기는 위로 뜨는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이 대부분의 교양서적과 인터넷 그리고 항공전문서적까지 적혀 있는 양력의 발생원인이다. ‘양력 = 베르누이 정리’ 로 규정해놓은 것이 대부분의 설명이다.
심지어 필자가 예비조종사 시절 교육을 받을 때는 ‘날개 윗쪽과 아랫쪽의 공기가 지나가면서 동시에 만나야 하기 때문에 날개면적이 더 넓은 윗쪽의 속도가 더 빨라진다. 이 과정에서 위쪽 압력이 아래쪽 압력보다 낮아지기 때문에 여기에서 양력이 발생한다’고 배웠다. (이를 전문용어로는 긴 경로(longer path)"이론, 또는 "동시 통과(equal transit)"이론이라 한다)
하지만 이는 틀린 설명이라는 것이 최근 과학계의 입장이다.
당장 에어포일을 살펴보면 아래쪽이 더 긴 에어포일도 있고 위쪽과 아래쪽이 대칭인 에어포일도 있기에, 단순히 베르누이의 정리를 이용해 날개 위쪽 아래쪽 단면적에 따른 속도와 압력 변화로 비행기의 모든 양력 발생을 논하기엔 너무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특히 필자가 예비 조종사 시절에 배웠던 긴 경로 이론은 현재 가루가 되도록 까이고 있는 실정이다.
아예 미국 나사(NASA) 홈페이지에서는 아예 ‘Incorrect Theory (틀린 이론)’이란 챕터를 마련해서 양력 발생을 설명하는 ‘긴 경로 이론’이 왜 틀렸는지 실제 시뮬레이션 결과를 첨부하면서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그렇다고 베르누이의 정리가 아예 틀렸다는 것은 아니니 오해말자. ‘베르누이의 정리’ 자체는 당연히 과학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원리다. 다만 이를 활용해서 비행기 양력 발생을 전부 설명하려는 것이 무리수라는 의미다.
그리고 그 비율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분명 양력발생에는 베르누이의 정리에 따른 에어포일 압력차에 의한 양력도 존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해하기가 쉽다!)
그렇다면 현대 항공학계에서는 ‘비행기가 어떻게 하늘에 뜨나’란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질문에 대해 베르누이 법칙 말고 어떻게 설명을 하냐면,
To be continued...
목차
1장. 비행기에 대한 이해 높이기
1) 비행기는 하늘에 어떻게 뜨나
2) 나비에-스톡스 방정식과 항공기의 비밀
3) 3치원의 비행기와 세가지 움직임
4) 비행속도는 어떻게 측정할까
5) 착륙장치에 숨어 있는 과학원리
6) 연료탱크는 단순한 저장소가 아니다
7) 이륙에 필요한 거리는 어떻게 계산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