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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 Johan Mar 31. 2017

공연티켓 가격 산정 원리는?

한예종 예술경영 콘서트-2

뮤지컬, 연극, 무용 등 공연예술의 결과는 어떻게 측정될까. 여기에는 공연 횟수, 공연작품 수, 관람객 수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1979년 경제학자 스로스비와 위더즈는 공연 횟수, 제작된 작품 수, 판매 가능한 입장권 수, 그리고 판매된 입장권 수 등 4가지 변수에 의한 간접적인 측정 방법을 내놓았다. 여러 가지 모형을 돌려본 결과, '공연장에 입장한 관객이나 판매된 티켓 수'를 공연예술의 결과로 보자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이 아재가 스로스비 교수입니다



만약 생산된 무대공연을 관람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건 리허설일뿐 진정한 의미의 무대공연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공연이 하나의 서비스로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관객이 있어야만 한다. 공연예술을 두고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일어 나는 서비스'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연예술에는 보관될 수 있는 재고품이란 것이 없기 때문이다. 

2016년 초 CJ CGV에서는 영화관 좌석 간에 다른 가격을 받는 정책을 시행했다. 잘 보이지 않고 잘 들리지도 않는 좌석과 모두가 다 같이 선호하는 자리에 대한 가격을 다르게 받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것이다. 같은 영화를 보는데, 좌석 위치마다 1000원 이상 가격 차이가 나게 됐다. 


그 후에는 CGV로부터 시작된 영화관람료 차등요금제가 나머지 메이저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까지 확대됐다. 이들은 시간대에 따라 가격 합리화를 명분으로 요금제를 적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구님 오셨능가



뮤지컬이나 클래식공연도 A석과 B석, 그리고 C석에 대한 요금을 다르게 받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고급인 S석과 가장 싼 C석과의 가격 차이는 같은 공연인데도 불구하고 보통 10배 이상이다. 


좌석 위치에 따라 다를 뿐 아니라 어떤 경우는 주연 배우나 가수의 유명도에 따라서도 다른 가격이 매겨진다. 같은 인물을 연기해도 A배우가 나올 때는 10만원, B배우가 나올 때는 15만원을 받는 식이다. 

이러한 형태의 가격 정책을 경제학에서는 '가격차별화(Price discrimination)'라고 부른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람에게 보다 높은 가격을 받고, 낮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람에게는 보다 낮은 가격을 받는 방법이다. 


만약 각각 소비자가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까지 소비자 하나하나가 지불하도록 만들 수 있다면 공급자는 최대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비자 잉여를 하나도 남길 수 없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또한 공연예술은 매우 노동집약적 상품이란 특징을 갖는다. 예컨대 현악 삼중주에 필요한 음악가는 3명이지, 그보다 적은 사람으로 공연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무대장치를 옮기고 줄이는 것은 괜찮지만 예술가를 줄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가장 많은 인원이 등장한 오케스트라 연주는 2000년 연주가 6452명이 참여한 캐나다 밴쿠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이라고 한다. 이렇듯, 공연예술은 다른 생산요소보다 육체적 공연, 즉 인력이 많이 투입된다는 특성이 있다. 

그렇다고 아무나 내보낼 수도 없다. 무대에서 공연하는 예술가는 무용가든, 음악가든, 배우든 간에 장시간의 훈련과 교육을 받고 무대에 오르는 자들이다.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도로 기술을 연마하고 예술을 공부하며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인력을 경제학에서는 '인적자본(human capital)'이라고 부른다. 인적자본은 금전적인 투자가 수반되는 교육과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다. 

1919년 창단되어 90년의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밴쿠버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캐나다 3대 교향악단의 하나다.



어느 분야나 그렇겠지만 예술 분야의 전문가는 특히 많은 자본의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는 게 문제다. 문제는 이런 인적자본 간에 재능 교환이 잘 안 일어난다는 점이다. 이세돌 9단이 물살을 가르며 힘찬 수영을 하고 펠프스가 다소곳이 앉아 바둑을 하는 장면을 상상하면 되겠다. 그게 아니면 김연아가 색소폰을 연주하고 우사인 볼트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은 어떨까. 


요지는 곧 특정 예술 분야의 재능을 키워내서 형성된 인적자본은 다른 예술을 만들어 내는 데 전혀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경제학 용어로 '불가역적(irreversible)' 특징을 갖는다고 표현한다. 이 때문에 예술가들의 일자리 문제는 더 많은 기회비용을 불러오게 되고, 영역마다 어쩔 수 없이 많은 실직자가 나오게 된다. 


근데 김연아는 스타크래프트를 해도 잘할거 같긴 하다.... (출처: 제이에스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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