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 콘서트-6
춤은 인간이다. 인류가 인류로서 존재했을 때부터 춤은 인간과 함께했다고 한다. '놀이'라는 것이 호모사피엔스의 목적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결국은 하나의 뿌리를 가진다.
국립극장에서 선보인 한·불 융합무용 '시간의 나이' 관람을 다녀왔다. 현대무용의 앞날과 외국과의 크로스오버 작품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그리고 비즈니스적으로도 생각할 만한 담론을 가진 무용이었다.
국립극장에서 펼쳐진 '시간의 나이'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무용가 조세 몽탈보(Jose Montalvo)가 한국에서 내놓은 작품이다.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행사 중 하나로 국립극장과 프랑스 사요국립극장이 공동제작했다.
몽탈보는 상상 초월의 영상과 몸짓을 조합하는 세계 최고의 안무가로 꼽힌다. 동물원에서 튀어나온 사자와 사람이 함께 베르사유궁전을 산책하고, 상반신을 드러낸 여자와 타조의 합쳐진 키메라가 등장하는 식이다. 융·복합이 대세인 지금과 어울린다는 평이다.
몽탈보에 따르면 무용 제목인 '시간의 나이'는 과거를 축적해가며 새로운 것을 완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가 어떻게 미래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한 것처럼 한국 전통무용을 통해 어떻게 미래를 말할 수 있는지를 작업으로 풀어냈다는 것이다.
'시간의 나이'의 주제는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다. 포스터 이미지에서 우산을 씌워주는 행위는 '전통'과 '현대' 각각의 시간이 서로를 보호해준다는 개념을 표현했다.
1장에서는 '기억'과 '창작'을 바탕으로 무용수들이 전수받은 유산과 변화에 대한 욕구 사이에 존재하는 유희적이고 역동적이면서도 축제적인 성찰을 담고 있다. 무용수들의 기억에서 온 '한량무' '부채춤' 등을 분해하고 변형하고 재창작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예술 위에 예술이 겹치고 그 둘이 서로 차용되고 인용되는 식이다.
무용은 마지막장인 3장에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서양무용 역사에서 중요한 음악이기도 하고, 안무작품이기도 한 '볼레로'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하는 도전을 통해 삶의 기쁨과 리듬의 욕구를 표현하는 식이다.
동시에 무대를 압도하는 영상도 수많은 사람이 뛰어다니는 장면을 통해 클라이맥스를 보여준다. 무용이 무용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점점 기술과 융합하는 것이다.
무용에 부는 '융합' 바람처럼 경영학 전반에도 융합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이 전략을 수립할 때 시장 상황과 고객 중심적 방법으로 최적화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융합 경영은 융합적 접근을 통해 회사의 경영 목적을 이루려는 방법이기도 하며 이를 통해 서비스, 제품, 조직의 디자인과 관련된 사항을 최적화해 생산성, 경쟁력과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재평가 바람이 부는 것이 MBA(경영전문 석사) 학위다. MBA 졸업과 동시에 고소득 연봉의 취업이 보장되는 때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경제위기와 함께 얼마 전부터 MBA 출신들이 예전처럼 대우를 받기 힘들어졌다. 대우뿐만이 아니라 아예 직장을 잡기조차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급기야 기업에서는 MBA 무용론마저 나오고 있다.
외부적인 글로벌 경제위기와 MBA 프로그램의 과잉으로 MBA 졸업생의 희소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파산 또는 위기에 처한 기업 경영진 대부분이 미국 명문 MBA 출신이라는 점은 MBA 무용론을 확산시켰다.
MBA 학위에 대한 무용론과 함께 그 대안으로 과학과 경영을 융합한 '전문 이학계열 석사(PSM·Professional Science Master)'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일반 대학원에서 하는 학위 논문을 위한 연구 대신 기업체 인턴십, 기업과 특허법 공부, 기업과 연합 프로젝트 등에 초점을 둔다.
한마디로 '과학·수학 분야와 경영학을 접목한 학위'인 셈. 융합형·실무형 인재를 원하는 기업의 니즈, 학제 위주 교육의 한계에서 벗어나려는 학교의 니즈, 실무 경험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과 경쟁력을 높이려는 학생들의 니즈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미국에서는 PSM 중심 교육의 설립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융합 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기업이 처한 위기 상황을 종래의 제품·서비스와 업무 방식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기업들은 경쟁의 고도화, 제품·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기대 상승, 영역의 파괴, 원자재 가격 인상, 인건비 상승, 환경 보호에 대한 사회적 압력 가중, 신기술의 급격한 발전 등에 따른 압박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압박 속에서 기업이 최소한 생존하고 나아가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다른 업종 간 융합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찾아내는 것이다.
애플·구글·페이스북·트위터의 공통점은 경영 전략으로서 융합을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스마트 혁명에 대처했다는 점이다. 융합 경영은 바로 창의성 중심의 혁신적 사고와 서비스로 변화와 혁신을 이뤄 나가는 소프트 파워 중심의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하드웨어의 경쟁력이 제품 판매의 결정적 요인이었던 시대에는 내구성과 기능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하드웨어 기술의 빠른 진보로 더 이상 차별화가 어려울 정도로 기술 장벽이 낮아졌다.
세계에 다양한 인종이 있지만 결국은 하나에서 시작했듯이 다양한 춤이 존재하지만 하나의 맥으로 통한다. 국립무용단과 프랑스 무용단의 협업으로 탄생한 '시간의 나이'는 이러한 인간애 그리고 휴머니즘을 잘 보여준 작품이었고 예술에 불고 있는 여러 융합적 바람을 단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다.
하지만 융합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아직 절름발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강남스타일'과 K팝 돌풍에 힘입어 소프트 파워가 중요하다는 담론은 형성됐으나 실제로 국내 산업의 융합에 대한 담론은 아직도 기술적 융합, 즉 하드웨어 융합만을 강조하면서 정작 중요한 소프트 파워 요소들이나 본질적 이슈들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라는 인간 중심의 기술이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분야의 다양한 사람이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했고, 인간 환경의 생태계를 담아내려는 산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국내 문화예술계에 불고 있는 여러 융합적 시도를 바라보며 스마트 플랫폼 환경에서도 소프트 파워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