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종 예술경영 콘서트-5
평소 컴퓨터로 일본·미국 등의야동을 즐겨 보는 차은상 씨(20)는 어느 날 자기가 가진 야동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활동하는 커뮤니티 회원들은 진귀한 야동을 다량으로 소지한 그를 두고 '밤의 대통령', '야황(夜皇)'이라고 부추겼다.
이에 용기를 얻은 차씨는 본인이 가장 아끼는 야동 콜렉션을 인터넷상에 업로드해서 커뮤니티 회원들과 공유했다.
불특정 다수에게 야동을 배포한 그의 행동은 저작권법 위반일까 아닐까.
위 사례는 음란물을 인터넷·SNS 등의 정보통신망을 이용해서 복제 및 공중송신한 사건을 재구성한 것이다. 은상아 미안 저작권법이 보호하고 있는 창작물의 범위는 어떻게 되고 음란물 배포는 저작권법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영화 파일의 무단 배포와는 달리 야동 배포는 야동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불법이니 당연히 저작권법에 안 걸리는 것이 맞지 않을까.
저작권법에서 말하는 저작권이란 흔히 우리가 얘기하는 '사상의 자유'와는 약간 다른 개념이다. 저작권은 특정한 이념이나 사상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저작권법이 말하는 창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보호 대상으로 규정한다. 저작권법으로 보호받기 위해서 높은 수준의 창작성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며, 단지 남의 것을 모방하지 않고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으면 저작물로 성립하게 된다.
예컨대 초등학생이 휘갈겨 쓴 그림일기나 박찬욱 감독의 영화나 똑같은 '저작물'로 취급한다는 의미다.
또 중요한 점은 저작물을 판단하는 기준에 윤리성 판단 여부는 빠진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윤리성 자체가 상대적이고 유동적인 개념으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계속 변화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현행 상표법이나 특허법이 공서양속에 반하는 상표나 발명을 권리보호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것과 달리, 저작권법은 공서양속에 부합되지 않는 저작물에 대한 보호 배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때문에 '최소한의 창작성'을 갖추고 있는 야동(음란물)이라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러한 야동의 창작성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스토리, 구도, 배경, 인물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할 것이다.
법원 역시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인 저작물이라 함은 사상 또는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서 문학, 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고, 윤리성 여하는 문제 되지 아니하므로 설사 그 내용 중에 부도덕하거나 위법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좀 더 자세히 법원(서울중앙지법 2012. 11. 30. 선고 2011노4697 판결)의 판결을 음미하도록 하자.
"저작권법은 단지 표현된 형태를 보호할 뿐이지 이로써 표현된 아이디어나 사상의 내용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 점, 특허법, 상표법, 디자인보호법에는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지적재산권은 보호 대상이 아님을 명백히 하고 있으나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을 열거하고 있는 저작권법 제7조에는 이러한 규정이 없는 점, 음란성에 대한 평가는 사회적·역사적 맥락에 따라 변화하는데 이러한 유동적·상대적 개념을 저작권 보호 범위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점, 저작권법을 통해 창작물과 이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더라도 형법 등을 통해 음란물의 제작이나 유통을 처벌하여 사회적 해악을 제거하는 것이 가능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음란물 역시 저작권법상의 보호 대상이 된다."
아 한가지, 음란물이라도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만 그게 합법이란 의미는 아니다. 오해하진 말자. 만약 제2의 '김본좌'를 꿈꾸면서 소지한 야동을 유포시킬 경우 형법이나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유포죄) 등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