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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 Johan Mar 31. 2017

무용수에서 기업인의 모습이 보인다

예술경영 콘서트-7

우리는 평소 춤을 즐겨 본다. 영어 댄스(dance)는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행위'를 뜻한다. 비보이의 현란한 브레이킹 댄스나 전문 무용수들의 우아한 발레와 몸짓 등에 우리가 눈을 떼지 못하는 건 어쩌면 춤에 인간의 인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춤의 백미는 '즉흥'이다. 예술가들은 즉흥 춤을 가장 순수하고 솔직한 몸짓이라고 입을 모은다. 

◆즉흥 춤엔 특별한 것이 있다 

 지난 4월 3~12일 서울 대학로에서 즉흥 춤으로 가장 유명한 '서울국제즉흥춤축제'가 개최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처음으로 극장 공연 형태로 시도된 축제로 어언 16년째다. 즉흥은 무용수들에게는 안무가가 되기 위한 등용문으로 활용될 만큼 어렵고 또 특별한 순발력이 요구된다. 이미 짜인 작품, 규격화된 공연 형식에서 벗어나 모든 행위가 즉각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즉흥 춤은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 참가자들의 즉흥적인 발상들이 출연자들 몸을 통해 다채로운 움직임과 연기, 몸짓 등으로 순발력 있게 보여지기에 마니아층도 두꺼운 편이다. 

 기자는 12일 열린 공연에 다녀왔다. 이날 공연에서는 Emmnuel Grivet, 댄스프로젝트 뽑기, 오!마이라이프무브먼트씨어터, 김성용댄스컴퍼니, Marianne Masson&Olivier Nevejans, 남정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등이 릴레이로 즉흥 공연을 펼쳤다. 

 예컨대 오!마이라이프무브먼트씨어터 팀의 공연에서는 경쾌한 올드 팝송이 흘러나왔다. 밝은 조명에 차오르는 음악은 존 레넌이나 비틀스 같은 곡이었는데 어쿠스틱 악기와 드럼, 남성 보이스가 흘러나왔다. 경쾌한 음악에 무용수들은 약간 흥분된 상태로 나와 움직임을 시작했다. 

 릴레이 움직임처럼 한 사람이 순간 떠오르는 움직임을 하고 바통을 터치하면 다른 무용수가 받아서 움직였다. 이런 점에서 음악에 맞춰가거나 음악을 분석하기보다는, 음악이 마치 관객에게만 들리는 배경음악처럼 보이게 하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남정호 교수의 즉흥 춤은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시간으로 다가왔다. 두꺼운 사전을 들고 나와 'Dance(춤)'와 'Improvisation(즉흥)'의 사전적 의미를 읊는다. 그러고 나서 팔굽혀펴기를 한다. 아마 즉흥이라는 의미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한 몸짓일 것이다. 

 약간은 어두운 분위기에 메아리 같은 반복 음악이 울려퍼지면서 음악에 따라 몸을 움직인다. 가사보다는 내면을 표현해내려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애니멀 스피릿(animal spirits) 

 이처럼 짜인 플롯 없이 무용수의 직관과 번뜩이는 창의성에 의해 움직이는 즉흥 춤에 대응하는 경제 용어가 있다면 요즘처럼 경제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할 때 자주 인용되는 '애니멀 스피릿(animal spirits)'일 것이다. 애니멀 스피릿은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가만히 있기보다는 행동에 나서도록 하는 충동'을 가리키는 데 썼다. 

 케인스는 일찍이 그의 저서 '일반이론'에서 무언가 적극적인 행위를 하는 결정의 대부분은 애니멀 스피릿에 기인한다고 했다. 투자 결정이 장래의 이익을 산술적으로 따지기보다 이런 애니멀 스피릿 덕에 이뤄진다는 얘기다. 

 케인스는 "개별적인 기업의 신규 사업이 충분히 수행되려면 합리적인 계산이 애니멀 스피릿으로 보완되고 뒷받침돼야만 한다"고 설파했다. 

 애니멀 스피릿은 국내에서는 '야성적 충동' '동물적 직감' 등으로 옮겨졌다. 

 애니멀 스피릿은 케인스가 처음 주창한 개념은 아니라고 한다. 옛날에는 애니멀 스피릿이 뇌에서 생성되고 신경을 통해 근육에 전달돼 근육을 움직이도록 한다고 여겼다. 이 개념은 의학이 발달하면서 밀려났다. 애니멀 스피릿은 이후에는 '활기' '혈기'라는 뜻으로 활용됐다. 영한사전에도 이런 뜻으로 나온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서 낸 영한사전에 따르면 간단히 '자신감'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애니멀 스피릿으로 투자의 불안정성을 설명했다. 기업은 전반적으로 사회를 이롭게 하고 경제적인 번영은 정치사회적인 분위기가 평균적인 기업가에게 우호적인지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는 요지다. 

 기업 활동이 저조해져 경제가 활력을 잃는 일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정부나 정책이 애니멀 스피릿을 떨어뜨리면 안 된다는 게 그의 조언이었다. 

◆숙달된 무용수와 기업인 

 춤에서 즉흥은 누구나 발현할 수 있는 움직임 요소이기에 제멋대로 움직이면 되는 것이다. 돌발적으로 튀어나오는 신체 움직임이나 감정, 갓 잡아 올린 생선처럼 거칠고 싱싱하게. 그래서 즉흥 춤은 어쩌면 이미 누구나 즐기고 있는, 계산되거나 연습되지 않은 가장 순수한 시점의 춤이다. 

 하지만 이런 즉흥 춤에는 과도하지 않은 절제미가 요구된다. 애니멀 스피릿에도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적극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이성보다는 감성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경기 상승 국면에서는 묻지마 투자, 경기 하강 국면에서는 투매 등으로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폐단이 있기 때문이다. 

 마구잡이로 펼쳐지는 춤의 난장을 '난장판'으로 두지 않고 그 가운데서 일정 규칙이나 테마를 앞세워 관객을 만족시키는 것이 숙달된 무용수의 역할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기업인의 제대로 된 활동이 경기 회복의 관건으로 떠오른 지금 모든 국가의 미래는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가들 손에 달려 있는 법이다. 절제된 애니멀 스피릿으로 무장한 기업인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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