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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너스 Apr 23. 2023

전문직이 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치과의사가 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슈카월드에서 ‘전문직열풍’에 대한 내용을 다룬 거 보면 전문직에 대한 선호 현상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


필자가 수험생이던 20년 전에도 의대, 치대는 입시의 제일 상위권에 있었다. 당시에는 의학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보편적이어서 수능을 보고 갈 수 있는 의대, 치대는 숫자가 더 적었다. 당시에도 지방대까지 다 돌고 서울대를 가는 추세였다.


현재는 그 분위기가 더 심하다고 한다. 변화가 있다면, 한의대와 치대는 입시점수가 예전보다 하락하고, 요즘에는 지방 의대를 다 돌고 나서 서울소대 치대를 채운다고 한다. 현실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치대 다닐 시기에는 서울소재 의대를 합격하고 지방대 치대를 온 사람들도 간혹 있었는데 격세지감이다. 그만큼 치과계의 시장 분위기가 안 좋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전문직이 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결론은 아니다.


전문직이 된다는 것은 헬스장 입장권을 받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헬스를 꾸준하게 열심히 하는 사람은 몸짱이 될 것이다.


그러나 헬스를 게을리하고 하다가 중단한다거나 꾸준하게 하지 않는다면 헬스를 하지 않는 사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운동을 꾸준히 하니까 괜찮겠지 하면서, 술과 담배를 일삼고, 식단 조절을 못 한다면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보다 몸이 더 안 좋아질 것이다.

운동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 본인이 원하는 몸을 유지하려면 평생 규칙적으로 꾸준하게 열심히 운동해야 한다.


​​

전문직이라고 하면 통칭, 의사(치과의사, 한의사), 변호사(검사, 판사), 수의사, 약사, 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감정평가사... 정도다.


필자는 나의 전문분야인 치과의사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하겠다.​ 치과대학 6년 동안 다양한 전공과목을 배웠다.


그러면 치과대학 6년을 졸업하고 나면 뭘 할 수 있을까?​ 할 줄 아는 게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부터가 시작이다. 의사들은 다를까? 똑같다.  의대 6년을 졸업하고 나서부터 진짜 배움이 시작된다. 의사들은 보통 1년의 인턴과 4년의 레지던트 과정 총 5년을 트레이닝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5년을 지나야 본인만의 임상실력이 쌓이게 되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의사로서 활동하고 돈을 벌 수 있다.


치과의사도 치대를 졸업하고 바로는 할 줄 아는 게 없기 때문에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임상술기들의 배움이 시작된다. 임상서적과 임상세미나 같이 일하는 선배치과의사들의 도움을 받아서 자기만의 임상 실력을 쌓아 나간다.

당연히 초년차 때는 실력이란 게 없기 때문에 월급을 많이 받을 수 없다. 일반 회사원신입사원이랑 똑같다고 보면 된다. 차이점은 초년차 때는 백지상태에서 실력을 쌓는 것이기에 실력이 느는 속도가 빠르고 그래서 급여의 인상 속도도 빠르다.  그러나 2-3년 동안은 급여의 절대 수준이 낮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배움에 투자하는 비용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돈 모으기가 쉽진 않다.

치과세미나는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적게는 하루에 몇만 원 수준의 세미나에서부터 80-90만 원 수준의 세미나까지 다양하다. 괜찮은 세미나들은 하루에 세미나 비용이 30만 원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필자도 학부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임상세미나를 듣는데 투자한 비용이 9천-1억 정도 된다. 매년 500-1000만 원 정도는 세미나비용으로 투자를 한다.


4-5년 차 정도가 되면 들어야 할 세미나도 이미 많이 들었으니 지출을 줄일 수 있고, 실력이 좋으면 급여도 많이 받을 수 있는 시기다. 이때부터는 돈을 모으고 싶으면 돈을 많이 모을 수 있다. 이때 급여가 늘어난다고 지출이 같이 늘어나게 되면, 월급으로 돈 모으기는 힘들어질 수 있다. 보통 남자들은 이 시기에 차를 많이 지른다. 본인 수입 이상의 차를 할부 또는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해서 지르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다시 돈 모으기 힘들어지는 것 같다.  


전문직을 헬스 입장권에 비유했었는데, 그럼 헬스를 언제까지 해야 할까?

꾸준하게 길게 해야 한다.


전문직은 대부분 본인이 일을 하지 않으면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분야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초대형으로 병원을 운영하거나 회사를 운영해서 대표가 관리 및 영업위주로 일을 한다면 다를 수 있지만, 대규모 조직을 관리하고 영업을 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이제 개원 4년 차인 필자의 스케줄을 잠시 소개해보겠다.


필자는 주 6일 근무를 하고, 그중에 주 2일은 야간진료를 한다. 토요일은 1:30에 진료를 마친다. 직원들보다 일찍 출근을 한다. 보통 진료시작 1시간 전에 출근하고, 직원들 퇴근 후에 짧게는 30분 길게는 1-2시간 후에 퇴근을 한다.


주말에는 쉴 때도 있지만, 보통은 세미나를 많이 들으러 다녔다. 올해만 해도 벌써 13번의 세미나를 다녀왔다. 장기적인 세미나는 보통 격주로 3달 정도 한다.


1월-3월까지는 임마클이라는 디지털임플란트에 대한 세미나를 들었다.  토요일 진료 후에 바로 강남에 있는 세미나장으로 간다. ( 진료시간을 빼고 가진 못하고, 진료를 마무리하고 헐레벌떡 운전을 해서 간다.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땐 차에서 간단히 김밥 같은 것을 먹으면서 간다.)  

이 세미나는 토요일 8시에 끝났다.  세미나 후에 세미나 뒤풀이에 참석해서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같은 세미나를 듣는 선생님들과 정보교류의 시간을 갖는다. (선택사항)  그리고 집에 오면 9-11시 정도 된다. 그리고 씻고 자서 일요일 아침에 7시쯤 다시 일어나서 9시까지 세미나장으로 다시 간다. 그리고 6시까지 세미나를 듣는다.  그리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월요일에 출근하면 말 그대로 '죽을 것 같이 피곤하다' ㅜㅜ


필자는 세미나(토요일 퇴근 후 또는 일요일에 참석)를 일 년에 20-30번 정도 간다. 주 6일 근무에 1년에 쓰는 연차는 3일(여름휴가 때) 정도이다.  일반적인 직장인에 비해서 일하는 시간이 아주 긴 편이다.


주 5일 근무에 연차 15개라는 것은 개업의에게는 현실감 없는 숫자이다.  치과관련된 일을 하는 시간을 따져보면 주 80-100시간 정도 된다.


​​

어떤 전문직이건 상황이 많이 다르진 않다고 본다. 워라밸을 지키면서 살 수도 있을 것이고 경쟁력을 갖추려면 더 많은 시간을 업무에 쏟을 수도 있을 것이다.  주 40시간을 일하고 남는 시간에 업무에 관련된 공부를 하지 않고 여가시간을 즐긴다면 전문직이라도 경쟁력을 갖추긴 힘들다.  


의사들은 전문의를 취득한 이후에는 본인이 어느 정도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분위기다. 봉직의로서 적정한 페이를 받고 일하면 워라밸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의대 쏠림현상이 더 심한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전문직이던 본인만의 사업을 하려고 한다면 사업수행에 필요한 여러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전문직 이외의 분야와 똑같다고 봐야 한다. 잘 될 수도 있고 폐업할 수도 있다. 폐업할 시에는 개업 시에 졌던 빚이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



변호사시장은 어떨까? 필자보다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알 것이다.  변호사 시장도 새로 진입하기에는 만만치 않다는 것을.  막대한 시간과 자본을 들여서 로스쿨을 졸업해서 신입변호사가 되면 월급이 얼마나 될까?  좋은 학교에 좋은 성적으로 내로라하는 로펌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높은 급여를 받기는 어렵다.  비용과 시간투자 대비 생각하면 힘이 빠질 수 있는 급여이다.  


의료계도 법조계도 점점 레드오션화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느분야건 상위권에 있는 사람들은 성공을 하고, 하위권에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의료계 법조계도 그렇다. 단지 라이센스 없이 뛰어드는 사업에 비해서는 조금 더 성공 가능성이 높은 정도라고 봐야 한다.


운 좋게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전문직이 되기까지의 드는 비용을 집에서 서포트 받을 수 있다면, 전문직의 길이 괜찮은 선택인 것 같다. 전문직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그래도 사회에서 여전히 인정받을 수 있는 직업이다. 단순 사무직보다 의료분야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적지 않을까 싶다. 다른 분야에 비해서 술기를 위주로 하는 의사들은 AI로 대체되는 시점이 늦을 것 같다.  


조금 늦은 나이에 의대나 치대를 가려고 한다면, 위의 사항들에 대해서 검토해 봤으면 좋겠다. 위와 같은 리스크에 대한 것을 알고 뛰어들어야 의사가 된 이후에 후회가 없을 것이다.

​​


만약에 필자가 20대로 돌아가 공부 이외의 길을 간다고 하면 어떤 길이 좋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어느 분야나 쉬운 길은 없겠고, 적성을 고려해야겠지만, 재정적인 것만 생각해 봤다.

대학을 안 가고 처음부터 기술을 배우거나, 대학을 가더라도 기술을 배우기 위한 전문대를 가는 게 성공으로 가는 빠른 길 일 것 같다. 그리고 취업을 최대한 빨리 해서 중소기업에 들어간다. 사람들이 많이 쏠리지 않는 분야를 잘 찾아야 할 것 같다.


그런 중소기업에 들어가서 본인의 역량을 발전시키고, 전체적인 산업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파악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 같다. 그리고 대표의 인정을 받는데 초점을 맞출 것 같다. 대표의 인정을 받아야 관련산업에 대해서 배울게 더 많아진다.


그리고 돈을 모으면서 계속 기회를 보다가, 본인이 잘 아는 일에 관련된 아이템을 갖고 창업을 하는 것이 제일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의사가 되는 과정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잘 된다면 의사들보다 더 이른 나이에 자리를 잡을 수 있고, 더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필자는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아주 좋아한다.


내 적성에 맞는 일이고, 치의학의 세계는 흥미진진한 분야고, 치의학은 계속 발전하고 있어서 배울 것이 많이 있는 분야고, 사람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업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고 사회에도 득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좋아하는 일이여도 업무량이 많은 것은 여전히 힘들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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