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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너스 Jan 30. 2021

치과의사 그만두고 프리다이빙 강사 되기 2편

물속에서 패닉을 경험하다. 그리고 삶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프리다이버의 일상을 시작한다. 프리다이버는 아침을 색다르게 시작한다. 눈을 뜨자마자 침대에 누운 체로 CO2테이블을 시행한다. CO2 테이블이란 숨을 더 오래 참기 위해서 하는 훈련이다. 숨을 참는 순간부터 체내에 이산화탄소가 쌓인다. 이산화탄소가 점점 축적되면 숨을 쉬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게 된다. 프리다이버는 이산화탄소가 축적되는 체내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평상시에 훈련을 한다. 훈련을 하면 높아진 이산화탄소와 낮아진 산소 이 두 가지에 몸이 적응을 하기 시작한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 적응이 된 프리다이버는 물 안에서도 숨을 더 오래 참을 수 있다. 편안하게 누워서 2분 동안 준비 호흡을 한다. 그리고 2분 30초 동안 숨을 참는다. 이어서 1분 45초 동안 준비호흡을 하고 또 2분 30초 숨을 참는다. 이번에는 1분 30초 동안 준비호흡을 하고 역시 2분 30초의 숨을 참는다. 이렇게 같은 방식으로 8번의 사이클을 한다. 그러면 마지막에는 15초 준비호흡을 하고 2분 30초 숨을 참게 된다. 이미 체내에는 과도한 이산화탄소가 축적되어 있다. 숨을 참고 머지않아서 호흡충동이 시작된다. 나의 횡격막은 위아래로 꿀렁인다. 그리고 마른침은 계속 꿀꺽꿀걱 넘어간다. 온몸에 식은땀이 난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다. 그리고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여기 이집트까지 와서 뭐 하고 있지?’ ‘이거보단 한국에서 직장 다니는 게 더 편하겠다’ ‘프리다이빙 강사가 되는 길이 쉽지 않구나’

오만가지 생각을 하다 보면 2분 30초가 지나가 있다. 나는 거친 숨을 몰아 쉰다. 그리고 평상시 잊고 지내던 공기의 소중함 그리고 숨 쉬는 것의 소중함을 알아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CO2 테이블을 해냈다는 성취감도 덤으로 얻는다.

나는 CO2 테이블 훈련을 마치고 이어서 상체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프리다이버는 흉곽을 유연하게 유지해야 한다. 바닷속을 깊이 잠수해서 들어가려면 수압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수심이 깊어짐에 따라서 수압 또한 세진다. 높아진 수압은 인체 내의 공기 공간을 압박한다. 폐가 그 공기 공간 중에서 제일 큰 부피를 차지한다. 프리다이버가 수심 10미터에 있으면 수압은 2 bar가 되고 폐의 부피는 1/2로 줄어든다. 수심 20미터까지 잠수하면 수압은 3 bar가 되고 폐의 부피는 1/3로 줄어들게 된다. 폐는 낭창낭창한 조직이기 때문에 부피 변화가 용이하다. 그러나 폐를 둘러싸고 있는 횡격막 및 흉곽 구조와 조직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 조직들은 본래의 형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러한 원리로 흉곽이 충분히 유연하지 못하면 프리다이버는 잠수 도중에 내상을 입게 된다. 따라서 프리다이버는 흉곽을 유연하게 만드는 훈련을 해야 한다. 상체 스트레칭을 규칙적으로 하면 흉곽을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 본래 뻣뻣했던 몸이라 나는 상체 스트레칭을 남들보다 더 많이 했다.

Co2 테이블 그리고 상체 스트레칭을 모두 시행한 이후에 침대를 벗어난다. 그리고 아침을 챙겨 먹는다. 프리다이버의 상징과도 같은 바나나를 챙겨 먹는다. 바나나에는 칼슘과 마그네슘 그리고 탄수화물이 많다. 탄수화물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풍부한 칼슘과 마그네슘은 근육경련을 예방해준다. 잠수 도중에 근육 경련이 나면 프리다이버에게는 치명적이다. 잠수 도중에 다리에 쥐라도 나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나나 한 개나 두 개 정도 먹으면 적당히 에너지도 얻을 수 있고 속도 편하다. 속이 너무 꽉 차 있으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져서 숨을 오래 참기 힘들다. 이런 이유로 바나나는 프리다이빙의 상징 과도 같은 소중한 음식이다.

“동건이 형 왔어? 왜 늦었어”

준영이가 다이빙 센터에 먼저 와 있다. 준영이는 철두철미한 성격이다. 미리 계획을 해야 되고 계획한 바는 실행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어 준영아 오늘도 일찍 왔네?”

나는 집에서 CO2 테이블과 상체 스트레칭을 욕심해서 하다 보니 평상시보다 조금 늦게 센터에 나왔다.

“형 오늘은 다이빙 뭐 할 거야? 계획 짜 보자 이제”
준영이 답게 다이빙 계획에 대해서 먼저 물어본다.
“오늘 나는 프렌젤 이퀄라이징 연습하고 자세 연습하려고”
내가 대답했다.

“준영이 너는 오늘 다이빙 뭐 할 거야?”
“나는 오늘 수심 더 타보려고. 오늘은 28미터까지 가보게”

준영이의 종전 최고 수 짐은 25미터이다. 준영이는 나보다 프리다이빙을 먼저 시작한 일종의 프리다이빙 선배이다.

“야 28미터 괜찮겠어? 나는 오늘 20미터 보다 조금 더 가보려고”

나는 20미터가 최고 수심이다. 나는 혜민 강사님과 레벨 2를 할 때 20미터까지 잠수했었다. 그때 20미터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욕심을 내서 조금 더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우리는 둘 다 오늘 할 다이빙을 생각하며 한 껏 들떠있다. 뭐든지 처음 하는 단계가 제일 재미있는 법이다. 좌절의 단계에 들어서기 전 단계이기 때문이다. 둘 다 아직 프리다이빙의 쓴맛을 보지 못했다. 우리 둘 다 어제보다 오늘의 잠수 실력이 더 나아지는 단계에 있었고 그래서 성장하는 재미에 한껏 취해 있었다.

준영이와 나는 프리다이빙 장비를 챙겨서 다합의 앞바다 라이트하우스(Light house) 포인트로 이동했다. 평상시처럼 번갈아 가면서 3번의 웜업(warm-up) 다이빙을 했다. 둘 다 컨디션이 좋았다. 오늘 다이빙이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웜업 다이빙을 하면서 여러 가지를 체크한다. 오늘 이퀄라이징은 잘 되는지 몸 컨디션은 좋은지 그리고 오늘 바다가 편안하게 느껴지는지 이런 것들을 체크한다. 무엇보다 내가 바다를 편안하게 느끼는지가 중요하다. 그날은 바다가 편했다. 오늘 다이빙을 순탄하게 마칠 수 있을 느낌이었다. 그리고 원하는 수심만큼 깊이 잠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준영이는 이제 준비가 되었나 보다. 이번에 25미터를 도전한단다. 프리다이버가 본인의 최고 기록에 도전하는 만큼 버디인 나 또한 긴장된다. 버디인 내가 준영이의 안전 그리고 생명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준영이가 25미터에 도달하는 시간을 계산해서 나도 잠수를 한다. 그리고 우리는 10미터에서 만나서 눈을 마주 보며 수면까지 같이 올라온다. 수면까지 올라오는 이 10미터 구간이 가장 위험한 구간이다. 프리다이버가 의식을 잃는 블랙아웃은 바로 수면 위로 올라오는 10미터 구간에서 발생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눈을 관찰하면 이 다이버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지금 여유가 있는지 힘든지 더 나아가서 숨이 모자라서 블랙아웃이 오려고 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준영이는 25미터를 다녀오고도 상태가 좋아 보였다. 수월하게 25미터 다이빙을 마쳤다.

“I am Okay”

준영이는 수면으로 올라와서 오케이 시그널과 함께 본인이 괜찮다는 신호인 “I am okay”를 외쳤다. 준영이의 표정은 한 껏 상기돼 보였다. 버디인 나 또한 기분이 좋았다.

“어땠어 준영아?”
이번 다이빙은 어땠는지 내가 준영이에게 물었다.

“마지막에 이퀄라이징이 조금 잘 안됐는데 그때 딱 25미터에 도착했을 때였어”
준영이는 25미터까지 가까스로 도달했고 당분간은 더 깊이 가지 않고 이 수심에서 더 연습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제 내 차례이다. 나 또한 23미터를 수월하게 다녀왔다. 23미터까지가 오늘 나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나는 더 욕심이 났다. 준영이가 25미터 잠수를 한 것을 보고서 나는 더 깊이 가고 싶어 졌다. 쓸데없는 경쟁심리가 발동했다. 버디인 준영이도 나의 도전을 응원했다. 프리다이빙 경험이 많은 버디라면 계획 없던 무리한 도전은 제지하기 마련이다. 준영이는 나보다 선배였지만 그 또한 역시 프리다이빙 초보였다. 그러한 사실을 간과한 채 나는 25미터 이상 가는 다이빙을 준비하고 있었다. 25미터 정도까지 간신히 잠수를 해서 들어갔다. 그 수심에서 이퀄라이징이 막혔다. 그러면 그 수심에서 잠수를 중단하고 다시 상승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바보같이 굴었다. 헤드다운 자세에서 헤드업 자세로 변경하고 이퀄라이징을 다시 시도했다. 헤드업 자세가 이퀄라이징이 더 잘 되기 때문이다. 이런 변칙 플레이를 하면서 조금 더 내려가 봤다. 한 27미터쯤 내려갔다가 이제는 안 되겠어서 상승을 시작했다. 상승할 구간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갑자기 숨이 너무 가빠왔다. 평소보다 호흡 충동이 빨리 왔다. 횡격막이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숨이 너무 막혀왔다. 아까 25미터 지점에서 자세를 바꿔서 이퀄라이징을 한다고 평상시 보다 시간을 너무 지체해버렸다. 수면까지는 아직도 멀게만 느껴졌다. 숨에 대한 갈증이 한도에 다다르자 죽음에 대한 공포가 밀려왔다. ‘아 이러다가 죽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자 소위 말하는 패닉에 빠졌다. 나는 미친 듯이 피닝을 해서 수면 위로 빠르게 올라갔다. 패닉에 빠져 있는 내 앞에 버디 준영이가 보였다. 준영이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버디가 눈 앞에 보이면 수면까지 얼마 안 남았다는 의미이다. 나는 수면에 올라왔다. 숨을 거칠게 몰아 쉬었다.

“야 나 진짜 죽는 줄 알았어. 아 이제 살았다.”

나는 이제 살았구나 하는 안도감과 다시 인간이 사는 세상으로 나왔다는 알 수 없는 환희에 휩싸여 말했다.

“형 괜찮아?”

준영이는 내 걱정을 하면서도 패닉이 돼서 허둥지둥 헤엄쳐 올라오는 내 모습이 웃겼는지 웃고 있었다. 공기를 마시고 제정신이 드니 내가 생각해도 그 모습이 참 우스웠다. 그런데 준영이가 갑자기 놀라며 나에게 말했다.

“형 입술에 피!”

“어? 피난다고?”

나는 놀라며 입술을 훔쳤다. 내 입가에는 선혈이 흥건하게 묻어있었다. 나는 침을 뱉어 보았다. 역시나 뻘건 피가 한 움큼 나왔다. 갑자기 정신이 혼미해졌다. 폐나 기관 또는 기관지 그 어딘가에서 올라오는 피였다. 수업시간에 배웠던 ‘스퀴즈’라는 부상이다. 프리다이버가 본인의 한계 수심 이상 내려갔을 시에 ‘스퀴즈’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수압에 의한 폐의 수축으로 인해서 폐 또는 기관 어딘가의 조직이 찢어져서 상처가 나서 피가 나는 현상이다. 놀란 가슴을 부여 안고 우리는 바다에서 나왔다. 그리고 강사님을 찾아가서 이 사실을 알렸다. 피는 한참을 지나도 침에 계속 섞여 나왔다. 나는 내가 큰 부상이라도 입었을까 봐 무서웠다.

“스퀴즈(squeeze) 났네”
혜민 강사님이 말했다.

“어떡해요 강사님. 저 괜찮을까요?”
나는 걱정 어린 눈으로 강사님께 물어보았다.

“괜찮아요. 너무 걱정 말아요. 그런데 나을 때까지 다이빙은 며칠 쉬어야 돼요. 그리고 이렇게 무리해서 다이빙하면 안돼요 앞으로는”

혜민 강사님은 따끔한 충고와 함께 괜찮다는 위로의 말을 건넨다. 프리다이빙을 하다 보면 이렇게 피를 보는 일이 가끔 있다고 한다. 그리고 배운 대로 다이빙하지 않고 무리해서 다이빙을 하면 안 된다고 혼도 났다. 혜민 강사님의 괜찮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안심이 됐다.

‘크게 다치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이제 앞으로는 보수적으로 다이빙해야지’

나는 며칠 동안 다이빙을 쉴 수밖에 없었다. 한 발 더 빨리 가려다가 두 발 더 늦게 가게 됐다. 다이빙을 쉬는 그 며칠 동안 나의 바보 같은 행동과 판단을 반성했다.

‘프리다이빙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자만심에 빠져서 위험하게 다이빙을 했을까’

‘아차 하는 순간에 정말 큰일 날 수도 있었겠구나’

나는 그 패닉 사건 이후로 물 공포증도 덤으로 얻었다. 한 동안은 다이빙할 때 본능적으로 몸이 위축됐다. 그 사건 전에는 20미터까지는 편안하게 다이빙을 했다면 이제는 20미터는커녕 10미터 언저리까지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아도 그때의 나는 참 바보 같다. 프리다이빙은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 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왜 그땐 그렇게 성급했을까. 남들보다 적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더 나은 성과를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프리다이빙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단 기간에 높은 기록을 세워서 나의 재능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쩌면 요행을 바랐는지도 모른다. 어쩌다 한 번 깊게 다이빙을 하고 그것이 나의 실력이라고 말하고 싶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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