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게 ‘야~’가 아니었다. 느낌표 붙인, 그것도 거친 느낌표를 팍팍 붙인 ‘야!!!'였다. 거리에서 본 할아버지는 손자를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아이는 노오란 어린이집가방을 메고 손에는바람개비 하나를들고, 벤치에 앉아있는 할아버지와는 몇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서사람들이 지나가는 걸음을 따라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가끔은 그 걸음을 아장아장 뒤좇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는 아이를 저지하는 표현으로 '야'라고 고함을 치는 것 같았다.
내가 그들앞을 지나는 순간,아이가 이번엔 내 걸음을 좇는다. 뭐가 그리 좋은지 방글방글 웃으며, 바람개비 하나는 계속해서 손에 들고 내 뒤를 따랐다.
고함이 날아올 것 같아서 할아버지를 돌아봤다. 옆에 앉은 다른 할아버지랑 얘기를 하고 있어 아직 아이를 못 본 듯했다.
내가 가는 데로 아이가 서툰 발걸음을 종종대며 따라오는 바람에길을 더 갈 수도 없었다. 그 자리에 섰더니 아이도 섰다. 방긋 웃길래 나도 방긋 웃었다. 그러니까 이번엔손에 든 바람개비를 좀 보라는 듯,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아 바람개비를 돌렸다.
같이 도는 대신 더 방긋 웃어주었다. 등에 멘 가방에는 이름표가 보였다. 예쁜 이름이었다.
“야!!!”
번쩍, 하고 악 쓰는 소리로 할아버지가 다시 아이를불렀다. 나는 놀라서 어깨까지 들썩였는데,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할아버지 쪽으로 몸을 돌렸다. 곁으로 가까이 가진 않았으나 그쪽으로 몸을 돌렸다는 것 정도에 만족하는지, 할아버지는 다시 아이에게 시선을 거뒀다. 나도 갈 길이 바빠 더 이상 머무르지 못하고멈추었던걸음을 걸어 나갔다.
가는 나를 잠시 돌아보던 아이는, 저쪽에서 오는 다른 사람에게 시선을 돌려 아장아장 다가갔다.그럴 때마다 할아버지의 거친 ‘야’가 다시 들렸다. 그 외마디 말고는 할 말도 없는지 뒤따라오는 다른 말은 없다.
늦지 않게 지하철을 타고서 괜히 귀가 따가워 손으로 귓바퀴를 한번 훑었다.아이의 노오란 가방에 쓰여있던 이름은 ‘야'가 아니었는데.